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9월 26일 금요일

걸어서 살빼자!

결심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30대 아니 40대 초반까지는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며 몸을 막 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IMF 이후 술을 끊었고, 하루에 두갑씩 피우던 담배도 끊은지 2년이 다되어 갑니다. 그런데 여전히 제 건강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이유는 비만 때문입니다.

제 키가 172cm 입니다. 어릴 때는 야윈 체형이었는데, 고3때 대략 70kg 까지 쪘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자취하고 풍물패 활동을 하면서 59kg까지 빠졌더랬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다시 70kg까지 쪘고, 이후 결혼할 때는 73kg 정도 였습니다. 마나님이 회상하기를 이때는 딱 보기 좋은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결혼을 하고 난 후, IT쪽에서 일하는 저는 잦은 야근으로 수면 리듬과 식사가 불규칙해서 88kg까지 쪘더랬습니다. 완전히 똥배 나온 아저씨 체형이 된 것이죠. 이후 몇년 동안 이 몸무게가 유지되었다가, 회사가 여의도에 있을 때 집에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몇달 했더니 79kg까지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계속 자전거로 출퇴근했으면 좋았을 텐데, 회사가 구로구로 이사를 가면서 이것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2년전 담배를 끊은 여파로 군것질이 늘게 되었고, 담석증으로 담낭절제술까지 받은 터라 제 몸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무서워서 체중을 계속 못재고 있는데, 전에 맞던 바지의 단추를 채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에 입었던 옷이 작다며 더 큰 옷을 사야 한다고 마나님의 잔소리가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살을 다시 빼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예전에도 체중 감량을 위해 헬쓰도 끊어보고, 스쿼시도 해보고, 자전거도 타보고 했지만 태생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저에게는 이렇게 일부러 찾아서 해야 하는 운동은 오래가지 못하더군요. 그냥 생활 패턴에 녹여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야 했습니다.

걸어서 살빼자

그러다 핏빗(Fitbit)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핏빗은 일종의 만보계(Pedometer)인데 손목에 차는 형태도 있고, 클립 형태로 끼우는 것도 있습니다. 기존의 만보계와 다른 점은 그날 걸었던 기록을 스마트폰에 전송할 수 있어서 운동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기능들이 제공되고 있어서 웨어러블 기기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실제 핏빗을 사용해 본 후기를 보니, 강한 중독성이 있다고들 합니다. 그날 그날 걸었던 기록이 남다 보니 동기부여가 된다는 겁니다. 자기 전에 핏빗을 확인해보고 만보가 채워져 있지 않으면 오밤중에도 걸으러 나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게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보계 앱 : 눔워크

그런데 핏빗에 대해 더 알아보니 배터리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떤 모델은 배터리를 갈아야 하고, 어떤 모델은 충전을 해야 하는데 둘 다 충전/교체 주기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겁니다. 귀차니즈머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웨어러블 기기 없이도 스마트폰 자체로 만보계 기능을 제공하는 앱들이 많이 있더군요.

왜냐하면 스마트폰에는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이 센서값을 이용하여 걸음 수를 비슷하게 카운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은 정확하게 카운팅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걸음수 측정을 위한 연산에 배터리 소모가 되는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아예 걸음수를 측정하는 스텝센서(Step Sensor)가 내장된 스마트폰도 나오고 있습니다.

플레이 스토어에서 "Pedometer"로 검색을 하면 아주 많은 앱들이 리스팅됩니다. 이 중에서 제가 고른 것은 눔워크(Noom Walk) 앱입니다. 눔워크를 고른 결정적인 이유는 걷기를 시작할 때 "시작"을 알려주지 않아도, 백그라운드로 돌면서 항상 사용자의 걸음수를 세고 있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배터리 소모량이 적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도 배터리 소모량이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눔워크는 걸음수만 측정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다른 앱들의 경우 거리 측정과 GPS 트래킹까지 지원하기도 합니다. 저는 오히려 간단한 기능만 있는 눔워크가 더 맘에 들더군요.

눔워크 사용법은 매우 간단해서 별로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첫화면에 오늘 걸은 걸음수가 표시됩니다. 그 외에 일자별로 걸은 수를 보는 화면도 있고, 친구를 등록하면 친구의 걸음수를 서로 볼 수 있고, 잘했다고 하이파이브(칭찬)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마나님을 친구로 등록하고 있습니다. 마나님은 제가 게으름피지 않고 꾸준히 걷는지 체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업데이트되는 시간이 매우 뛰엄뛰엄인 것 같더군요.

일별로 걸음수를 확인하려면 위 그림에서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아이콘을 클릭하면 됩니다. 그러면 아래 왼쪽 화면처럼 일자별로 걸음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많이 걸은 날과 적게 걸은 날은 색깔이 다르므로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저장된 걸음수는 외부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왼쪽 아래 버튼을 누르면 "내보내기"라는 메뉴가 나오는데 선택하면 위 오른쪽 그림처럼 공유할 앱들이 나옵니다. 저는 구글 드라이브로 보냅니다. 파일 형식은 CSV(Comma Separated Values) 형식으로 Excel 등의 스프레드쉬트 어플리케이션에서 읽어들일 수 있습니다.

걷기에 필요한 앱들

걷기 운동을 하는 동안 라디오나 음악을 듣는 것이 지루하지 않고 좋습니다. 저는 주로 팟캐스트를 듣거나 음악을 듣습니다. 여러가지 도움이 되는 앱들이 있지만 저는 팟빵과 jango를 애용합니다. 팟빵은 여러 인기있는 팟캐스터들이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앱이라 내용이 아주 풍부합니다. 대체적으로 팟캐스트에서 순위가 높은 것들을 들으면 실패가 없습니다.


jango의 경우 외국 (주로 영미권) 음악들을 무료로 스트리밍하는 서비스인데 장르별로 스테이션이 구분되어 있어 좋습니다. 저는 잔잔한 음악을 좋아하기에 주로 Easy Listening 계열 스테이션을 듣습니다. 참 음악을 들으려면 이어폰이 있어야겠죠? 블루투스 이어폰을 쓸까 했는데 충전하기 귀찮아서 그냥 유선 이어폰을 씁니다.

걷기에 반드시 필요한 또 다른 앱은 지도앱입니다. 저는 다음지도를 애용합니다. GPS기능을 켜면 몇미터 오차범위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할 수 있어 내가 어디쯤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걷기 코스를 개발하는 재미 또한 즐기고 있는데, PC의 다음맵에서 위성지도를 통해 녹지지대를 이어 코스를 만듭니다. 그리고 걸으면서 애매할 때마다 스마트폰의 다음맵을 꺼내어 확인하는 식으로 시행착오를 줄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식으로 음악을 스트리밍하고 지도를 빈번히 본다면 데이터 사용량이 매우 많아집니다. 기본 데이터 용량이 충분치 않다면 데이터 용량을 늘린 요금제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 U+를 사용하는데 정해진 LTE 데이터 용량이 넘게 되면 3G망으로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택했습니다. 3G망이 느리긴 하지만 음악을 듣거나 지도를 보는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가격도 LTE 무제한보다는 많이 저렴하구요.

그리고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스마트폰을 완충하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걸음수도 측정하고, 음악도 듣고, 지도도 봐야하고, 간혹 사진도 찍어야 하니 의외로 배터리 소모량이 많습니다.

한달 동안 걸어보았더니...

지금까지는 아침과 저녁만 식사를 하고 점심은 걸렀는데, 이제부터는 점심도 꼬박 챙겨 먹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의 군것질을 딱 끊기로 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경우도 구내식당이나 가까운 식당에서 해결을 했는데, 이제부터는 적어도 걸어서 30분 이상의 거리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점심시간에 1시간, 저녁시간에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도를 연구하면서 인근의 녹지대를 이은 새로운 코스를 개발합니다. 혹은 서울의 각 구청은 동작충효길, 구로올레길, 성동올레길 등의 걷기 코스를 개발해 두었습니다. 이들 정보를 이용하여 적당한 구간으로 나누어 해도 됩니다. 보통 평지 기준으로 한시간에 4~5 km 정도 걸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계획을 잡고 "걸어서 살빼자" 프로젝트를 시작한 날이 2014년 8월 17일이고 본격적으로 하루 만보를 걷기 시작한 것이 8월 26일입니다. 그때의 제 체중을 재어 보았습니다. 94.2 kg입니다. 사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ㅡ,.ㅡ 



여하튼 8월 26일 이후로 딱 하루 (바빠서 회사에서 밤샘한 날)를 빼고는 거의 모두 만보를 채웠습니다. 주말에 시간날 때는 2만 3천보를 걸었던 때도 있습니다. 


체중은 항상 매일 아침 공복인 상태에서 측정했습니다. 한달 동안 걷기 운동을 하고 9월 24일 몸무게를 측정해보니 90.8 kg이더군요. 대략 한달만에 3.4 kg을 뺀 겁니다. 겨우 3 kg이야? 라고 잠깐 실망을 했는데... 소고기 3kg이면 얼마나 큰 덩어리인지를 생각해보니 제 자신이 자랑스럽더군요. 


하여 앞으로도 계속 한달에 3kg 정도를 감량할 계획입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올해말이면 80kg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걸어서 살빼자> 카테고리에는 제가 주로 걷는 그리고 제가 개발한 걷기 코스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씩 제 체중의 변화도 올리겠습니다. 걷기 코스는 주로 회사 근처인 구로구, 금천구, 광명시 쪽 코스, 그리고 집 근처인 성동구 쪽 코스, 처가가 있는 하남시 쪽 코스들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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