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6월 16일 화요일

원형톱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

공방의 심장이라고 하는 테이블쏘는 사용 빈도가 높아서 그 위험성과 안전 수칙에 대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테이블쏘의 대표적인 위험 요소인 킥백(Kickback)에 대해서 여러 글에 걸쳐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톱날이 위로 향해있는 테이블쏘와 반대로 원형톱은 톱날이 아래로 향합니다.  테이블쏘의 경우 잘린 나무가 조기대에 낑겨서 작업자에게 날아올 수 있습니다.  반면 원형톱은 잘린 나무가 작업자 반대 방향으로 날아갈 것이라 생각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물리학의 작용/반작용 법칙이 있기 때문에 테이블쏘의 킥백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형톱의 경우 바인딩(binding) 즉 회전하는 톱날이 나무에 낑겨서 마찰이 강해지면, 나무가 날아가는 대신에 원형톱 자체가 작업자에게 날아옵니다.  이것이 바로 원형톱의 킥백입니다.  이때 회전하는 톱날이 작업자의 허벅지 부분을 공격할 수 있어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러한 위험성은 작업 전에 미리 숙지하고 머릿속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 수칙을 되뇌어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온 원형톱 사용의 안전 수칙에 대해서 모아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작업하기 전 원형 톱날과 원형톱의 상태를 확인할 것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원형 톱날의 상태입니다.  이빨이 부러진 것은 없는지, 톱날 본체가 깨지지는 않았는지, 이빨 사이에 달라붙거나 끼인 것은 없는지를 꼼꼼히 확인한 다음, 문제가 있는 톱날이라면 다른 것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톱날 안전덮개가 잘 작동하는지 여부입니다. 안전덮개는 손으로 당겼을때 자연스럽게 열리고, 손을 놓았을 때 스프링에 의해 자동으로 신속하게 닫혀야 합니다.  아래에서 예시로 들 여러가지 위험한 상황 중에서 회전하는 톱날이 신체에 닿는 경우는, 이 안전덮개가 신속하게 닫히기만 한다면 상당 부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무부하 상태에서 신속하게 덮개가 닫힌다면 원형톱이 작업자에 닿더라도 타박상 정도 입을 뿐이지만, 안전 덮개가 제대로 닫히지 않는 상태라면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됩니다. 


2.  전원을 차단한 상태에서 원형 톱날을 교체할 것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서 톱날을 교체하다 잘못하여 스위치가 눌러질 경우 매우 위험합니다.  안전을 위해 톱날에 손이 닿는 작업을 할 경우에는 전원을 완전히 차단해야 합니다.  유선 원형톱인 경우 전기선을 아예 뽑아야 하며,  충전 원형톱인 경우 배터리를 뺀 상태에서 원형 톱날을 교체해야 합니다. 


원형 톱날에는 회전해야 하는 방향이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으며, 원형톱 본체 어딘가에도 아래 사진처럼 톱날이 회전하는 방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두 화살표가 일치되는 방향으로 톱날을 끼워야 제대로 동작합니다.

3. 작업할 때는 반드시 보안경, 귀마개, 마스크 착용할 것 

날물이 회전하는 기계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보안경을 착용해야 합니다.  특히 원형톱은 톱날이 윗쪽으로 회전하면서 나무를 깎아내기 때문에 작업자의 상체 방향으로 이물질이 날아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집진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 원형톱의 특성상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면 좋고, 장기간 작업시 귀마개도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4. 동작시키기 전 톱날의 깊이를 조정할 것

원형톱은 베이스로부터 톱날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자르고자 하는 판재의 옆면에 원형톱을 대고, 톱날 끝과 톱날 골(Gullet)의 중간 즈음이 걸리도록 내미는 것이 적당합니다.  보통 5~10mm 정도입니다.

톱날을 많이 내밀수록 톱날과 나무 사이의 닿는 면적이 넓어지므로 마찰이 생기고 과열이 됩니다.  이는 절단면을 태우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인딩(Binding)될 확률이 더 커진다는 겁니다.  또한 톱날이 쓸데없이 너무 많이 노출되면 의도치 않은 다른 물건에 회전하는 톱날이 닿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이유로 최소한으로 내미는 것이 좋지만, 톱날 골(Gullet)이 어느 정도는 노출되어야 톱밥이 원할히 배출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톱날 끝과 톱날 골의 중간 즈음이 적당합니다.


플런지(Plunge) 기능이 있는 원형톱의 경우는 톱날의 최대 깊이를 마찬가지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5. 잘려 나가는 부분이 짧을 때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두라 

원형톱은 톱날이 아래로 향하기 때문에 부재를 통과한 톱날이 닿지 않는 여유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쏘호스(Sawhorse) 두개 위에 판재를 올려놓고 아래 사진과 같이 그 중간을 자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경우 나무가 잘리고 나면 원형톱이 지지하는 바닥이 사라지게 되어, 자칫하면 무게에 의해 원형톱이 작업자를 덮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오른쪽 사진처럼 잘린 부분이 좁아지게 되면서 바인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원형톱을 잘 잡고 있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거의 잘려질 즈음에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서 깨끗하게 절단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잘릴 부분이 짧고 가볍다면 아래 사진과 같이 잘린 부재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긴 부분은 밀리지 않게 클램핑하고 양손으로 원형톱을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혹시 잘린 부재가 떨어져 상처입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낮은 테이블을 두거나 쿠션을 두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형톱은 대부분 거칠게 재단하기 위해 사용하므로 그렇게 민감하진 않을 겁니다.


6. 원형톱으로 길게 켤 때는 잘 받쳐야(Support) 한다

원형톱으로 길게 켜는 경우는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두면 안됩니다.  켜고 난 부분이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두면 다른 위험이 생길 수도 있고, 거의 절단이 되어갈 무렵 나무가 휘기 때문에 끝부분이 일직선으로 잘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길게 켜기를 할 때는 잘려나간 부재가 떨어지지 않도록 잘 받쳐주어야 합니다.  두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2x4 구조목을 사용하는 겁니다.  구조목을 아래 사진과 같이 켜는 방향과 직각이 되도록 놓고, 자를 판재를 위에 올려두고 켜면 됩니다.  그러면 잘려 나가는 부재가 안정적으로 받쳐지게 됩니다.  이때 당연히 2x4 각목에 톱날이 지나가기 때문에 파여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톱날을 너무 많이 내밀면 안됩니다.


좀 더 확실한 방법은 아예 바닥에 폼보드를 깔아두고 그 위에 합판을 두고 자르는 겁니다.  당연히 잘 받쳐주게 되고, 톱날이 폼보드를 살짝 파고 지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합판 원장의 경우 매우 무겁기 때문에 일일이 작업대에 올리는 것보다 이렇게 바닥에 깔린 폼보드를 이용하는 것이 지치지 않게 일하는 방법입니다.


길게 켤 때도 잘 받치지 않으면 바인딩의 위험도 발생합니다.  흔히 하는 실수가 자르는 방향과 쏘호스 방향을 같게 하는 겁니다.  쏘호스가 톱날에 상처를 입을까봐 이러는 것인데, 거의 다 잘려갈 즈음에는 가운데로 쳐지기 때문에 아래 사진과 같이 두 절단면이 톱날에 밀착되게 됩니다.  이렇게 바인딩되면 원형톱이 작업자에게 날아가는 킥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떨어지게 두든, 잘 받쳐두든 절단 부위가 톱날을 향해 힘을 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 길게 켤 때는 반드시 직선 가이드를 사용하라

앞서 보여드린 길게 자르는 사진을 보면 모두 직선으로 자르기 위해 가이드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작업 품질을 위한 것 뿐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원형톱은 건축 현장에서도 많이 사용되는데,  현장의 특성상 안전을 경시하고 임기응변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합판을 길게 잘라야 하는 경우, 합판에 선만 쭉 그어놓고 가이드 없이 그냥 미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이드 없이 자르다 보면 선을 벗어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억지로 원형톱의 방향을 틀게 되기도 있고,  옹이나 나무의 응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경로가 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럴 경우 원형톱의 단면은 일직선인데, 잘리는 면이 곡면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큰 마찰이 생기게 되고, 뜨거워 집니다.  즉 바인딩 현상이 발생해서 킥백이 될 수 있습니다.


원형톱은 직선으로 자르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원형톱으로 곡선을 자르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보면 원형톱으로 완만한 곡선을 자르는 방법이라는 팁들이 제공됩니다.  물론 자세히 읽어보면 톱날을 최소한으로 내밀어서 바인딩을 방지하고, 조금이라도 바인딩이 될 조짐이 보이면 작업을 중단하라고 경고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굳이 이런 위험한 일을 해야 할까요?  곡선을 잘라야 한다면 직쏘(Jigsaw)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원형톱은 직선을 자르기 위한 공구입니다.  그리고 곡선으로 자르게 되면 바인딩이 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그러므로 직선으로 자를 수 있도록 가이드를 반드시 사용하기 바랍니다. 

한편 비싼 가격에 팔리는 트랙쏘(Track Saw)는 가이드에 고정되어 슬라이딩되는 방식으로 직진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매우 안전합니다.  

8. 전기선이나 집진 호스가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짧게 자를 때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길게 켤때는 원형톱에 연결된 전기선과 호스가 걸리적 거릴 수 있습니다.  자르기 전에 동작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원형톱을 죽 밀어보아 전기선이나 집진 호스가 짧지 않은지 걸리지 않는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로 원형톱을 동작시키다가 전기선이 걸리게 되면 당황하게 되고,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쁜 경우는 잘못하다가 원형톱으로 전기선을 자르는 경우입니다.  설마 그럴리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톱으로 전기선을 자를 경우 쇼트가 되면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선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9. 톱날의 회전이 멈춘 다음, 원형톱을 내려 놓아라

대부분의 원형톱은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어서, 스위치를 놓으면 원형 톱날의 회전이 빠른 시간내에 멈춥니다.  그런데 빨리 멈춘다 해도 몇초는 걸리는 법입니다.  이렇게 톱날이 회전하는 상태에서 원형톱을 땅바닥이나 작업대 바닥에 올려두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원형톱이 날아와서 작업자를 공격하게 됩니다. 


이 유형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사고이기 때문에 원형톱에는 여러가지 방지책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스위치를 놓으면 브레이크가 걸려서 빨리 회전이 멈추고,  무부하 상태에서는 톱날 안전덮개가 신속하게 닫혀서 회전하는 톱날이 바닥에 닿지 않게 보호해 줍니다.

하지만 사고는 아주 작은 확률의 사건들이 중첩되면서 발생하는 법입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톱날 안전덮개가 귀찮다며 일부러 고정시키거나, 혹은 고장난 채로 그냥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원형톱 안전덮개를 고리로 고정하거나 쐐기를 박는 것을 팁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알고 사용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초보자들이 무턱대고 따라하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집니다.


설마 이런 분은 없겠죠?

여러가지 목공 기계들 중에서도 회전하는 날물을 가진 것은 왕복 운동을 하는 날물에 비해 더 위험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만... 원형톱을 사용할 때 목걸이, 스카프, 헐렁거리는 옷, 긴 머리 등은 모두 위험합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안전을 지나치게 염려해서 겪게되는 귀찮음과 시간 낭비는, 사고로 입게 될 인명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부디 조그만 원형톱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고, 딸려온 매뉴얼에 있는 사용법과 안전 수칙을 꼭 숙지하여 안전한 목공을 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3개:

  1. 공방에서 패스툴제품의 플런지쏘로 합판을 잘라봤습니다. 여러모로 신기하더군요. 근데 여기서 플러지 기능이라는게 뭔가요? 원형톱하고 다른건가요? 늘 잘 보고 있습니다.

    답글삭제
    답글
    1. 플런지(Plunge)는 날물을 수직으로 내리고 올릴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일반 원형톱은 톱날이 베이스에서 얼마나 튀어나오는지를 아예 고정합니다. 하지만 플런지쏘는 힘을 안줄때는 톱날이 베이스안에 들어있다가 누르면 톱날이 베이스에서 튀어나오지요. 그래서 최대 깊이를 설정하는 겁니다.
      비슷하게 일반 라우터와 플런지 라우터가 있는데, 플런지 라우터는 위에서 누르면 날물이 내려오기 때문에 판재의 중간부터 작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플런지쏘의 장점은 레일에 올릴 수 있는 것 빼고는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중간부터 자를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정확하게 되진 않아 별로 효용성은 없는 듯 합니다.
      요즘 인기를 끄는 미니 원형톱인 경우 거의 대부분 플런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경우는 톱날 덮개를 만들기 좀 작은 크기라 아예 톱날이 베이스 안에 숨도록 만든 거겠죠.

      삭제
    2. 아! 이제야 확실하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