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서울 도심의 보석같은 숲, 안산 자락길

요즘 메르스(MERS) 때문에 난리입니다.  요 며칠 울 아들은 난데없는 휴교로 집에서 뒹굴뒹굴 했습니다.

부모들 마음은 메르스 자체가 무섭기 보다는 혹시나 아이들이 걸리지 않을까를 더 걱정하는 걸 겁니다.  공포에만 너무 빠지면 오히려 극복이 어렵습니다.  과학적인 근거를 중시하고 그에 따른 예방조치를 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메르스가 무서워 집에만 있지 말고, 차라리  탁 트인 숲으로 가는 것이 더 낫습니다.  적당한 햇빛을 쐬면 면역력도 높아진다지요.  그리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적당한 운동은 컨디션 조절에도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도심 한가운데 보석같은 숲길인 <안산 자락길>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워낙 유명한 길이긴 하지만,  아이와 함께 즐길만한 코스를 추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안산>은 서대문 형무소와 연세대 사이에 솟아 있는 나트막한 바위산입니다.  3호선이 지나는 무악재를 건너면 인왕산에 닿는 곳이지요.  도심에 있기 때문에 가기도 편합니다.  3호선 독립문역에서 내려 <이진아 기념 도서관> 쪽으로 들어서면 바로 자락길에 닿습니다.

<안산> 주변에 조성한 <안산 자락길>은 길 전체가 데크로 조성되어 있어,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유모차를 탄 어린 아이들도 숲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글은 2015년 5월 10일, 아까시꽃이 한창이던 때 안산 자락길을 다녀온 기록입니다.  코스는 <이진아 기념 도서관>에서 자락길을 타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숲속 무대>까지 가는 3Km 정도의 짧은 코스입니다.  안산 자락길 전체를 한바퀴 돌려면 7Km 정도로 만만치 않습니다.

북쪽 코스로 도는 것이 강한 햇빛도 피할 수 있고, 전망도 좋습니다.  그리고 코스 마지막의 환상적인 숲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해 줍니다.


3호선 독립문역에서 서대문 형무소쪽으로 내리면 저렇게 안산의 봉우리를 볼 수 있습니다.  우람한 바위산입니다.  작년엔 아들과 저 정상까지 올라가 보았더랬습니다.  오늘은 안산 둘레에 놓인 자락길을 걷습니다.


서대문 형무소를 들렀다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아마도 아이의 체력이 달릴겁니다.  서대문 형무소는 따로 독립운동에 대한 책을 먼저 읽고 진지하게 관람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그냥 담장 옆으로 갑니다.


이 건물이 <이진아 기념 도서관>입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아보니 이진아씨는 미국에서 유학중에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고,  그녀의 부모들이 평소 책을 좋아했던 딸을 기리기 위해  사재를 털어 이 도서관을 세워 기증했다고 합니다.  참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사실 독립문역에서 내리면 보이는 <안산 자락길> 안내 화살표로 가는 것 보다, 바로 <이진아 기념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 더 편하고 빠릅니다.  이 도서관을 뒤로 하고 산길로 올라가면 됩니다.

그러면 이런 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군부대고 왼쪽의 계단으로 오르면 어렵지 않게 자락길 데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락길 데크로 올라서니 <애기똥풀>의 노란 꽃이 절정입니다.  한두개 피어 있을때는 보잘 것 없는 꽃이지만 이렇게 군집을 이루니 제법 멋집니다.


애기똥풀들 사이로 희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꽃들도 있습니다.  아들과 함께 관찰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름을 몰랐는데, 집에 와서 아들과 함께 검색을 통해 찾아냈습니다.

꽃잎이 다섯개 달린 푸른색의 꽃은 <꽃마리>이고, 10개의 길쭉한 꽃잎이 달린 꽃은 <별꽃>입니다.  작은 꽃들이라 존재를 모르고 지나치기 쉽지만, 너무도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입니다.


<안산 자락길>은 이렇게 대부분이 데크로 되어 있습니다.  걷기에 매우 편하지요.  하지만 어떤 곳은 제법 높이 데크가 놓여져 있어, 난간으로 떨어지면 매우 위험합니다.  아이들이 절대 장난치지 않도록 주의 주어야 합니다.


여기도 <애기똥풀>들이 장관입니다.  이진아 기념 도서관으로 오지 않고, 안내 화살표대로 오면 저 높은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뭐 복불복입니다.


건너편에 또 다른 바위산인 <인왕산>이 보입니다.  작년에 아들과 함께 서울 성곽을 모두 돌았기 때문에, 저 인왕산 능선에 놓인 성곽도 걸어 보았습니다.  아들에게 얘기해주니 잘 기억하고 있네요.  이런 추억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려면 소박할지라도 주기적으로 여행을 다녀야 합니다.


자락길을 걷는 동안 향긋한 아까시꽃 향기가 진동을 합니다.  5월이라 아까시꽃이 한창입니다.  아들에게 이게 왜 <아까시 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아느냐고 물어 봤습니다.  제가 아까시 나무 줄기에 난 가시들을 보여주면서,  산길을 걷다가 이 가시에 찔려 아프면 "아! 까시~"라고 하겠지?  그래서 <아까시 나무>라고 하는거야~ 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아들이 엄청 재밌어 합니다.  아마 절대 까먹지 않을 겁니다. ^^


안산에 비하면 인왕산은 규모가 웅장합니다.  아들이 일곱살 때 저기를 걸었다는게 새삼 대견해 집니다.


곧 <북카페>에 도착합니다.  정자 옆에 조그만 책꽂이가 있습니다.  아들이 벌써 발바닥이 아프다고 해서 잠시 쉬면서 간식도 먹고, 책도 꺼내 보고 쉬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이곳에 쉬고 있습니다.


다시 길을 나섭니다.  안산에는 아까시 나무가 유난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씨 꽃을 좋아하는 벌은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요즘 벌이 귀하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봅니다.   운치있는 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중간 중간 이런 전망대가 있습니다.  자락길의 북단 즈음입니다.


저 멀리 북한산의 웅장한 모습이 보입니다.  아직 아들은 북한산을 가본 적이 없는데, 2~3년 뒤면 갈 수 있겠지요?


자락길을 걷다보면 참 다양한 새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붙잡아 세워두고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했습니다.  몇 종류의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세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가까이서 뻐꾸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동영상으로 찍어 보았습니다.  물론 뻐꾸기는 안보입니다.  아들은 시계에서 나는 소리와 똑같다며 신기해 하면서, 입으로 "뻐꾹~ 뻐꾹~" 소리를 흉내냅니다.


자락길엔 데크만 있는 건 아니고, 중간 중간 이런 포장된 길도 있습니다.  


아마 이런 바위가 있는 곳이 자락길의 최북단일 겁니다.  나무들에 가려 전망은 좋지 못합니다.


자락길은 이제 이런 포장 도로로 바뀝니다.  그래도 차는 안다닙니다.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와 갑니다.  아들이 힘들다고 투덜대기에 오랫만에 좀 업어 주었습니다.


조금 가다보면 이런 양갈래 길이 나오는데, 왼쪽 데크로 올라갑니다.  오른쪽은 주거지역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여기가 안산 자락길의 서쪽 지역인데,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것이 심상치 않습니다.  여기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로브 잣나무> 군락지입니다.


벤치에 나비가 앉을 걸 아들이 보고 사진으로 찍어달라 합니다.  생각보다 사진이 잘 나왔네요.  이 나비 있는 곳에서 <어치>도 발견했습니다만...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습니다.  어치 울음 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들려주지 않더군요.


조금 더 가면 전나무와 비슷한 나무들이 빽빽히 심어져 있는데, 얘네들은 <독일 가문비 나무> 즉 스프러스(Spruce)입니다.  목공 하시는 분들이면 많이 접하는 나무지요.  이 스프러스가 유럽과 러시아 추운 지방에 엄청나게 모여 살지요.  우리나라는 스프러스가 살기에 너무 더운지, 발육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베어진 스프러스 나무 둥지를 보고 나이테를 세어 보는 아들입니다.  대략 20년 정도 된 것 같더군요.


스프러스의 열매는 조형미가 뛰어나고 크기도 큽니다.   잣나무 열매만큼 크지만 우악스럽지 않고, 가지런하고 단정합니다.  아들이 자기 손을 대어 크기를 비교해 봅니다.  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렇게 열매와 이파리가 다 다르게 생긴 걸 새삼 깨달았을 겁니다.


조금 더 앞으로 갑니다.  목적지는 <숲속무대>입니다.  가는 중에 이런 가는 풀들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습니다.  아들이 이것도 찍으라고 합니다.  참 주문도 많습니다. 


그러다 아들과 저는 입이 쩍 벌어지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그리 두껍진 않지만 엄청난 높이의 <메타세콰이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마치 깊은 숲 속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메타세콰이어도 같이 흔들립니다.  짧지만 정말 환상적인 숲입니다.


아마도 하드우드라면 이렇게 높이 자라지 못할 겁니다.  바람에 다 부러질 테니까요.  오히려 탄력성있고 부드러운 소프트우드라 이런 큰 키임에도 태풍에 견뎌내는 걸 겁니다.


여기가 숲속 무대입니다.  너른 마당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쉬면서 산림욕을 하고 있습니다.  자리를 펴놓고 몇시간이고 쉬고 싶은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간식을 털어 먹으면서 숲을 느낍니다.


이제 내려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계속 가던 길을 가면 한바퀴 돌아 원래 출발 지점인 <이진아 기념 도서관>으로 갈 수 있습니다만, 그럴려면 지금까지 왔던 거리만큼 더 가야 합니다.  아이의 컨디션에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왔던 길을 되집어 100미터 정도 내려가 하산 지점으로 갑니다.

아쉬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그 끝이 아마득합니다.


아들이 놀라는 표정이라며 찍으랍니다.  요즘은 설정도 나름 합니다. ^^


이 화장실 옆으로 난 길로 내려가면 됩니다.  여기로 내려서면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으로 갈 수 있습니다.


3Km밖에 되지 않는 코스라 얌전히 걸으면 아이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디 얌전히 걷습니까?  끊임없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뛰어 다니고, 조잘댑니다.  그러니 어른 보다 훨씬 더 체력 소모가 큰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아이와 다닐때는 절대 무리해서는 안됩니다.


아들이 기념으로 사진 찍어 달랍니다.  이 다음주에 이번에는 마나님까지 같이 한번 더 똑같은 코스를 걸었습니다.  한번 와 봤다고 엄마한테 길 안내하고 설명하고 아주 신나 하더군요.

아마도 이 <안산 자락길> 북단 코스가 서울 시내에서 아이와 함께 숲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 같습니다.  좀 여유있게 산림욕도 즐기면서 맛있던 김밥도 까 먹으면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그나저나 메르스는 언제 진정이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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