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들을 위해 높은 의자를 만들어 준 적이 있습니다. 비록 허접한 의자이긴 하지만, 가벼운 나무로 만든 덕에 아이가 들고 다니며 앉을 수 있어 좋아했더랬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나니, 그 의자에 앉은 아이의 자세가 어딘가 어정쩡하고 불편해 보입니다. 그새 키가 자란 것입니다. 대략 5cm 정도 키가 큰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의자 다리를 잘라줄 때가 되었습니다. 아빠가 만들어 준 의자의 좋은 점이 바로 이런 것이겠죠. 키가 자라는 만큼 잘라줄 수 있으니까요.
의자의 다리를 자르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습니다. 정확한 각도로 만들어진 의자(스툴)인 경우에는 위 사진과 같이 다리의 경사각 만큼 테이블쏘의 톱날을 눕혀서 자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기준 평면을 이용하여 자를 선을 그리고 나서, 톱으로 잘라내는 것이 좋습니다.
의자의 다리를 자르는 방법
의자의 상판은 다리가 평면에 놓였을 때 수평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이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수평계가 있어야 합니다. 보통은 거품이 있는 수평계(bubble level, bull's eye spirit level)를 사용합니다만, 스마트폰에서 실행할 수 있는 디지털 수평계를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합니다.
플레이 스토어에 들어가서 "수평계"로 검색하여 아래 사진과 같은 수평계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됩니다.
작업장에서 가장 평면이 보장되는 곳을 찾습니다. 공방이라면 테이블쏘 정반이 제일 좋고, 평을 잘 맞춘 작업대 상판도 좋습니다. 저는 집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마루 바닥 중 평이 잘 맞는 곳을 긴 쇠자를 이용하여 찾았습니다. 마루 바닥이라도 평이 잘 안맞는 경우가 있으므로 방심하면 안됩니다.
이렇게 수평계 앱을 실행한 후에 "오차보정" 버튼을 눌러서 현재의 평면을 기준으로 원점을 다시 잡습니다. 그러면 거품 모양이 정확하게 가운데로 옵니다.
그리곤 다리를 자를 의자를 그 평면으로 옮긴 다음, 스마트폰을 의자의 상판 위에 올려 둡니다. 그래서 거품 모양이 정확히 가운데에 놓이는지 확인합니다. 만일 약간 기울어져 있다면 두꺼운 종이나 화투장 같은 얇은 것을 다리 밑에 끼워 넣어 수평을 맞추면 됩니다. 제 경우는 정확하게 평이 맞네요.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잘랐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제 의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상판에 무거운 것을 올려둡니다. 저는 아들놈을 앉히고 "절대 움직이면 안돼~"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
대충 20mm를 잘라낼 것이기 때문에, 20mm 두께의 나무를 다리 옆에 대고, 잘 깎은 연필로 선을 긋습니다. 선은 각재의 모든 방향에 그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를 부분이 선으로 표시됩니다.
혹은 아래 사진과 같이 연필의 반지름까지 고려해서 평행으로 선을 그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제 톱으로 연필 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잘라주면 됩니다. 정확하게 자르면 좋겠지만, 약간 오차가 있더라도 바닥에 부직포를 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됩니다.
사실 이 의자를 만들고 얼마 안 있어, 무게가 좀 나가는 아들놈의 친구가 이 의자에 앉았다가 다리가 부러진 적도 있거든요. 뭐 본드로 붙여서 간단하게 고치긴 했습니다만...
뒤뚱거리는 의자 다리 수정하기
의자를 만들다 보면 다리 4개의 길이가 약간씩 달라 뒤뚱거리는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특히 경사각을 준 다리인 경우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저는 이런 경우 잘라내기 보다는 짧은 다리의 바닥에 두꺼운 종이를 목공본드로 붙여서 균형을 맞추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게 좀 자세가 안나온다고 생각된다면 블럭 플레인으로 다리 바닥을 조금 갈아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혹은 테이블쏘가 있다면 아래 사진처럼 톱날을 아주 조금만 내민 상태에서 긴 다리의 바닥을 살짝 갈아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Peter Bristol Cut Chair
의자 다리 자르는 방법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작품인데 참 신기합니다. Peter Bristol의 "Cut Chair"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진짜로 있는 걸까요? 사진 조작일까요?
그 원리를 알고보면 단순합니다. 깔려진 카페트 아래로 아래 그림처럼 발판이 있어서 하나의 기둥으로만 서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 의자는 철제로 제작되어 있어 매우 튼튼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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