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12월 12일 금요일

한강-탄천-양재천 합수부 산책

지도 보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가보고 싶다고 찍는 곳들이 있습니다.  강들이 흘러 다른 강들과 만나는 합수부입니다.

그래서 한강-중랑천 합수부,  중랑천-청계천 합수부를 다녀 왔습니다.  오늘은 아들이 보고 싶다고 한 다른 곳인 한강-탄천 합수부와 탄천-양재천 합수부를 한꺼번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2014년 11월 15일 약간 쌀쌀한 날에 다녀왔습니다.

한강-탄천 합수부에서 탄천-양재천 합수부까지의 거리는 약 2.3Km 정도 됩니다.  왕복하면 4.6Km 정도되는 만만치 않은 거리입니다만,  쉬엄쉬엄 가면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입니다.  차는 탄천 주차장에 세워두면 됩니다.

아래 지도에서 빨간색 화살표가 한강-탄천 합수부이고, 노란색 화살표가 탄천-양재천 합수부입니다.  노란색 화살표 부근에 전망대가 있어 쉴 수 있습니다.


탄천 주차장은 탄천 하류를 따라 길게 조성되어 있는데, 편의를 위해 최대한 하류쪽에 가까이 댑니다.  내려서 한강쪽으로 걸으면 위로 올림픽대로가 지나는 것이 보입니다.  이 부근이 자전거 타는 분들이 약속장소로 많이 잡는 곳이라 항상 붐빕니다.  자전거가 많이 다니므로 보행자는 약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그만 올라가면 이렇게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곳이 나옵니다.  뭐 별다를 거 없는 풍광이지만 아들은 너무 좋아합니다.  스마트폰에서 지도앱을 띄워 확인까지 해 봅니다.  1차 목적지는 쉽게 왔으니 이제 2차 목적지인 탄천-양재천 합수부로 걸어 갑니다.


탄천 주차장을 벗어나면 이런 분위기의 길입니다.  강변이라 그런지 버드나무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탄천변 길은 한강변에 비하면 야생의 분위기가 좀 있습니다.


탄천에 청둥오리 부부들이 거닙니다.  새끼들도 몇마리 보이네요.  사람들에 익숙한지 도망가지도 않아 아이가 너무 좋아합니다.   그런데 물은 좀 많이 더럽네요.


2.3 Km라는 거리와는 달리 실제로는 금방 탄천-양재천 합수부에 이릅니다.  양재천으로 갈리는 길에 이런 안내판이 있습니다.  양재천은 이곳에서 시작해서 강남구를 거쳐 과천까지 이어집니다.  탄천은 송파구를 거쳐 분당까지 이어지는 긴 강입니다.  그런데 탄천은 야생에 가까운데 양재천은 공원처럼 꾸며 놓았습니다.  계속해서 걸으려면 양재천 쪽으로 걷는게 아기자기하니 좋습니다.


이곳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언덕 위에 저런 건물이 보이는데, 저기가 전망대입니다.  그곳을 목적지로 계속 갑니다.  이곳은 양재천 자전거길과 탄천 자전기길이 만나는 곳입니다.


저 동부간선도로 아래로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고도가 확보되지 않아 선명하게 확인되지는 않습니다.  아들이 좀 아쉬워 합니다.  전망대에서는 어떤지 올라가 보자고 달래어 봅니다.


전망대 아래에 "탄천의 유래"라는 안내문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사연이 재밌네요.  아들이랑 보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삼천갑자 동방삭"의 전설이 이곳에 내려오더군요.

요약하면 염라대왕이 18만년이나 장수를 누려온 동방삭을 잡아오라고 저승사자에게 명령을 내리는데, 저승사자가 동방삭의 용모를 알지 못해서 도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방삭이 호기심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이곳 숯내에서 검은 숯은 빨래를 하듯 빨기 시작했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숯을 열심히 빨고 있는 저승사자에게 어떤 사람이 다가와 "왜 숯을 빨고 있소?" 했더니 저승사자가 "숯을 희게 하기 위해 그렇소" 했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껄껄 웃으며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물에다 숯을 빠는 사람은 처음 보았소"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저승사자가 이 사람이 동방삭인걸 알고 잡아 저승으로 데리고 갔답니다.  쓸데없는 호기심이 화를 자초한 거지요.  그래서 숯을 빨던 곳이라 하여 <탄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네요.


드디어 목표 지점인 전망대 앞까지 왔습니다.  건물에는 "탄천 양재천 방문자 센터"라고 되어 있네요.  서둘러 올라갑니다.


안에는 아기자기 잘 꾸며 놓았습니다.  탄천과 양재천의 생태에 대한 전시를 주로 하고 있더군요.


쌀쌀한 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덕분에 아들이 자유롭게 놀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탄천-양재천 합수부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아까보다는 나은데 버드나무에 가려서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네요.  아쉽습니다.  어쨌든 아들이 만족해하니 다행입니다.


이곳에는 망원경이 있어서 멀리서 강에 있는 새를 가까이 볼 수 있습니다.  상당한 배율이더군요.



생태관에는 여러가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있더군요.  몇가지 동식물들을 그린 동판들 있어서 로울러로 밀어 판화를 찍을 수 있습니다.  아들이 열심히 밀고 있습니다.


밀고보니 하늘소네요.  기념품으로 챙깁니다.


여러가지 동식물 표본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흥미로웠던 건 느릅나무와 참느릅나무의 표본입니다.  이렇게 보니 확연히 구분되는 군요.  느릅나무의 잎이 훨씸 크고 거친 톱니 같네요.  참느릅나무는 큰 나무 덩치에 비해 정말 작은 잎입니다.


한동안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떠들썩했던 중국꽃매미 표본입니다.  요즘은 개체수가 많이 줄은 것 같더군요.  아들이 이 매미를 알아보길래 찍어 봤습니다.  유치원 앞에서 자주 봤다고 하네요.


서울에서 얼마전에 "사색의 공간 87선"을 뽑아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놀러갈 곳을 찾기 위해 이 자료를 많이 참고합니다.  이 전망대도 사색의 공간 79번 지역입니다.  아들이 이 사색의 공간 87곳 모두 가보고 싶다고 하는데...  글쎄요...


전망대를 내려와 보니 빨간 열매가 엄청 많이 달린 나무가 보입니다.  가을에 이렇게 빨간 열매를 맺어 새들의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몇몇 나무들이 있습니다.  마가목, 낙상홍 등이 대표적인데 이 나무는 <아그배나무>입니다.  이름과 달리 사과나무속에 속하는 나무입니다.  배나무와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네요.


전망대에서 이렇게 양재천변으로 들어서는 잘 조성된 길이 있습니다. 조금 걸어보기로 합니다.


날씨가 추워서 양재천은 포기하기로 하고 다시 천변으로 내려와 차를 세워둔 탄천 주차장 쪽으로 향합니다.


집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따라 나가지 하려 않아서 재미가 없다는 부모들이 꽤 많습니다.  제 아들은 그래도 지도에 관심이 있다보니 여기저기 가보고 싶다는 데가 많아서 어딜 갈지 크게 고민되지 않아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늦가을 쌀쌀한 날이지만 이렇게 가벼운 산책을 하니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추워지면 돌아다니기 힘들텐데 몸이 근질근질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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