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12월 8일 월요일

자작 로우 테이블 때를 벗기다 (국산 바니쉬의 한계?)

제가 목공을 취미로 시작한 것이 2012년 겨울부터이니 이제 2년이 되었네요.  그동안 허접하지만 요긴하게 써왔던 저의 졸작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하자가 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 하자는 바로 이 자작합판으로 만든 접이식 테이블(로우 테이블)입니다.  이것을 만든 과정은 아래 관련글 참고하시구요.

이 로우 테이블은 자작합판만 잘 재단해 오면 접어지는 다리를 피스로 연결하고 마감만 하면 끝이라 매우 쉽지만, 쓸모있고 예쁜 아이템입니다.

이 테이블의 마감을 위해 바니쉬를 골라야 했는데 당시 목공카페의 분위기기 대부분 러스트올렘이나 제네랄 피니쉬 등의 비싼 외제를 사용하더군요.  그런데 너무 비쌌습니다.  반면 국내 페인트 업체에서도 수성 라커 혹은 수성 아크릴릭 폴리우레탄 등을 만들어서 팔았는데, 외산의 절반 혹은 1/4 가격 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저는 당시 한번도 바니쉬 칠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외산이 비싼 이유를 잘 알지 못했고, 별 고민없이 동네에 있는 삼화페인트 가게에 가서 수성 바니쉬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래 사진의 "홈스타 클리어"라는 제품을 주더군요.  포장에는 수성 라커라고 되어 있습니다.  설명서를 읽어보니 빨리 마르고 투명하고 단단한 도막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길래 500ml에 8천원을 주고 샀습니다.


그리고 이 바니쉬를 세번 바른 뒤에 이 로우 테이블을 한동안 잘 썼습니다.  그런데 약간 뜨거운 것을 올려두면 쩍하니 달라붙고,  아이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면 테이블에 묻어나는데 그게 여간해서는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점점 더 테이블이 지저분하게 되었고, 2년이 지나니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더 이상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지경입니다. 


만져보면 약간 끈적임이 느껴지는게 충분히 경화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 오염이 되면 잘 지워지지 않는거죠.  이 사진을 찍기 전에 물티슈로 빡빡 닦았는데도 이 지경입니다.  그리고 바니쉬 아래의 자작합판의 색을 보면 아시겠지만 햇볕에 의해 많이 황변이 일어난 걸 볼 수 있습니다.


며칠전 오래간만에 회사에서 일찍 퇴근했는데, 마루에 놓인 저 지저분한 테이블을 보고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테이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폭풍 사포질할 준비를 합니다.  먼지가 꽤나 날걸로 걱정했습니다만...  먼지는 커녕 저렇게 때처럼 뭉쳐 나옵니다.   때가 나온다는 건 완전히 경화되지 않았다는 의미죠.  삼화의 바니쉬는 뭔가 경화에 문제가 있는게 분명합니다.

80방 사포로 샌딩했는데 처음에는 시원하게 때가 나오더니 나무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는 점점 힘들어 집니다.  자작합판의 나뭇결 사이에 끼어있는 기존 바니쉬가 계속해서 때로 나오는데 끝이 없더군요.  두시간 정도 밀고는 그만하기로 합니다.


제법 깨끗하게 갈아졌습니다.  속이 다 시원하네요.  집중적인 때벗김을 위해서 샌딩블럭을 쓰지 않고 손에 감고 사포질을 했더니 상판의 가장자리가 좀 많이 샌딩이 된 아쉬움이 있네요.  어쨌든 지저분한 것 보다는 낫습니다.


자 이제 폴리우레탄을 올리면 됩니다.  이때 외부온도가 거의 0도에 가까웠습니다.  모든 마감재가 그렇지만 수성 폴리우레탄의 경우 기온이 너무 낮으면 점도가 높아져 잘 흐르지 않아 셀프-레벨링(자동 평맞추기)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폴리우레탄을 바를 나무를 데우거나 폴리우레탄 자체를 데워야 합니다.

아무래도 폴리우레탄을 데우는게 더 편하겠지요.  살짝 끓인 물을 준비해서 폴리우레탄 깡통을 담궈 둡니다.  날씨가 추워서 금방 식기 때문에 어느 정도 데워지고 점도가 적당해지면 바르기 시작합니다.


수성 폴리우레탄은 빨리 마르기 때문에 매우 바르기 까다롭습니다.  저는 스펀지붓을 사용하는데 스펀지의 2/3 정도를 푹 적셔서 되도록 한번의 붓질로 한줄을 바릅니다.  항상 끝부분은 덜 발라지거나 많이 발라지기 쉬우므로 주의합니다.  그리고 밝은 곳에서 작업하고 약간 낮은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덜 발라지거나 뭉쳐있는 곳을 찾아서 재빨리 펴주고 발라줍니다.

이런 도막 작업을 할 때는 먼지가 없는 환경이어야 하고,  작업자의 땀이나 머리카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두건을 써야 합니다.


기온이 낮을때는 평소보다 두배 정도의 재도장 간격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대략 3~4시간 정도 말리고 재도장을 했습니다.  도장 사이에는 손으로 만져보며 알갱이가 만져지는 부분만 살짝 살짝 600방 사포로 가볍게 샌딩을 했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바라탄 폴리우레탄은 샌딩하면 하얀 가루가 나옵니다. 완전히 경화가 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렇게 되어야 정상입니다.


마지막 세번째 도장 후에는 거의 샌딩하지 않고 티끌만 살짝 제거합니다.  이렇게 해서 다시 말끔해진 자작 로우 테이블입니다.  처음 만들었때 보다는 황변이 살짝 와서 색이 좀 짙어졌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뭇결 사이에 낀 때가 살짝 보이긴 한데 전체적으로 새것처럼 깨끗해 졌습니다. 


마나님과 아이도 무척 좋아합니다.  그동안 손님이 오면 이 테이블 내놓기가 민망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홈스타 클리어에 비해서 이 바라탄 폴리우레탄은 감촉이 정말 좋습니다.

아직 국산 바니쉬는 외산에 비해 기술적 격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참 안타깝네요.  왠만하면 국산을 쓰고 싶은데,  국산 페인트 업계에서도 DIY 목공인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프리미엄급 제품을 출시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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