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4월 28일 월요일

[마감론] 왜 수성 마감을 해야 하는가? #2

지난 글에 이어서 Andy Charron의 Water-Based Finishes에서 "Why Use Water-based Finishes?"를 요약 번역하였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수성 마감제의 장점에 대해 알아 보았고, 이번 글에서는 단점과 적절한 사용처에 대해 알아 봅니다.

수성 마감의 단점

제가 알기로 세상에 완벽한 마감제는 없습니다. 어떤 마감제가 어떤 상황에서 완벽하다면 다른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수성 마감제의 장점만 보면 거의 완벽한 마감제인 것 같지만 사실 수성 마감도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잠재적인 단점을 알고 잘 대처한다면 수성 마감제를 더 잘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기후에 민감하다 (Sensitive to Weather)

수성 마감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기후에 대한 민감성입니다. 앞서 이상적인 조건에서 수성 마감제는 매우 빨리 건조된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상적인 조건이 아니라면 수성 마감제를 적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수성 마감을 할 때 가장 나쁜 조건 두가지는 높은 습도낮은 온도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여름에 아주 가끔 온도 30도 이상, 습도가 98%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면 5~10분이면 지촉 건조되지만 이와 같이 습도가 높으면 30분 이상이 지나도 젖은 상태로 있을 겁니다. 더 무서운 것은 3~4시간이 지나도 샌딩할 만큼 마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단지 작업 시간이 늘어나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빨리 마르지 않으면 먼지나 오염물질이 젖은 상태의 마감 표면에 들러붙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춥고 습한 날씨도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마감 용액이 차갑거나 마감하고자 하는 목물이 차갑다면 마감 용액이 잘 흐르지 않고 평이 맞추어지지 않아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도막이 생성될 것입니다. 추운 날씨에 스프레이를 하면 고운 입자로 분무되지 않고 큰 방울로 분무되어 오렌지 껍질(orange peel)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붓으로 마감하는 경우는 평이 맞추어지지 않아 붓자국이 남을 겁니다.

만일 미국 남서부에 산다면 아마도 일년 내내 이상적인 기후에 가까울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일년 중 두세달만 20도에 35%습도로 이상적인 환경이 됩니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수성 마감을 할 수 없다는 건 아닙니다. 몇가지 주의사항만 숙지하면 추운 겨울도 덥고 습한 여름에도 수성 마감을 할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 적용할 수 있는 팁은 당연히 마감을 할 가구가 따뜻한 온도로 유지될 수 있는 실내의 마감 작업장을 갖추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마감 용액 자체가 따뜻해야 한다는 겁니다. 따뜻한 마감제는 붓질과 스프레이가 쉽습니다. 그리고 잘 흐르고 평도 잘 맞추어지고 더 빨리 마릅니다.

수성 마감제는 너무 차갑게 보관하면 안됩니다. 추운 겨울 동안 수성 마감제를 난방되지 않는 창고에 두지 마십시요. 그리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두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수성 마감 용액은 얼어버릴 것이고, 한번 얼어버린 수성 마감제는 다시 사용하지 못합니다.

차가운 수성 마감제를 데우는 것은 간단합니다. 뜨거운 물을 담은 양동이에 수성 마감제 캔을 담구어 두십시요. 금방 쓸만한 정도까지 데워질 것입니다.


제 공방에서는 추운 겨울날 5갤런짜리 양동이에 뜨거운 물을 1갤런 캔이 거의 잠길 정도로 부어서 데웁니다. (하지만 절대로 수성 마감제에 직접 열을 가하지는 마세요. 수성 마감제가 불연성이기는 하지만 직접 불꽃이 닿으면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보통 10~15분 정도 뜨거운 물에 담구어두면 작업이 용이한 정도로 데워지더군요. 이상적으로는 마감 용액의 온도를 20~23도 정도로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마감 용액이 아직 차갑다면 잘 발라지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마감 용액을 너무 뜨겁게 하는 건 스프레이할 때는 문제 없지만, 붓질을 할 때는 너무 빨리 말라버리기 때문에 미처 흐르지 못하고 붓자국이 남을 수 있습니다.

만일 마감제를 데우는 과정을 정확하게 하고 싶다면 온도계를 이용하여 정확하게 온도를 재고, 점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떤 온도여야 하고 점도를 측정하는 컵에서 용액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어때야 이상적인 상태인지는 여러분이 직접 경험을 통해 터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추운 계절에 마감을 한다면 따뜻한 공기가 마감 작업하는 공간에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환풍기를 잘 배치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겨울에도 잘 마르게 하면서 잘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덥고 습한 계절에 수성 마감하는 것은 좀 더 어렵습니다. 겨울에는 난방을 하고 공기순환만 시키면 되지만요. 일단 높은 습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기 중의 수분을 없애면 됩니다. 마감 작업을 하는 공간이 비교적 작고 밀폐가 잘 되어 있다면 좋은 성능의 제습기를 한 두개 가동시켜서 습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건조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게 됩니다. 하지만 큰 지하실이나 개방된 차고 혹은 뒷마당에서 마감 작업을 한다면 이런 식으로 습기를 제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습도가 높은 날에 수성 마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경험을 통해서 습도가 높은 날이라도 공기의 흐름을 증가시켜주면 건조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위해서 스프레이를 뿌린 뒤에 추가적인 환풍기를 돌립니다. 축축한 공기가 정체되어 방을 가득 채우는 것 보다는 습한 공기라도 순환을 시키면 훨씬 더 빨리 마르더군요. 필요하다면 작업하는 공간의 창을 활짝 열어서 신선한 공기로 바꿔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결오름이 심하다(Grain Raising)

수성 마감제를 사용해 본 동료 목수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수성 마감제가 기존의 전통적인 솔벤트 기반의 마감제에 비해 결을 많이 올려서, 샌딩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는 겁니다. 제가 처음 수성 마감제를 사용했을 때는 이 의견에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수성 마감제들은 기술이 발전해서 결오름이 용납할 수 있는 수준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는 것은 오른 결을 샌딩하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지나치게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보통 어떤 마감제를 사용하더라도 첫번째와 두번째 도막을 올린 뒤에는 어느 정도의 샌딩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라커의 경우 결오름이 작아서 약간만 샌딩하면 됩니다. 하지만 셀락의 경우는 결을 다소 올리기 때문에 다시 도막을 올리기 전에 전체적으로 샌딩을 해주어야 합니다.

고로 첫번째 도막을 올린 뒤 샌딩하는 것은 어떤 마감제를 쓰든 필수적인 작업입니다. 그러므로 저한테는 결오름이 그리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특별한 스프레이 장비가 필요하다 (Special Spray Equipment)

수성 마감에 대해 불평을 말하는 사람들이 언급하는 문제 중 하나는 스프레이를 할 때 특별한 장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수성 마감을 위해서는 스프레이 장비가 플라스틱이거나 스테인레스여야 하는 건 맞습니다. 일반적인 쇠로 된 장비는 물에 의해 녹슬거나 부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작업이 끝나고 충분히 말려줄 수 있다면 굳이 수성 마감제를 스프레이하기 위해 특별한 장비를 사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마감제와의 호환성에 문제가 있다 (Noncompatibility with Other Finishes)

수성 마감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필러, 스테인, 염료 그리고 다른 도막성 마감과의 호환 여부입니다. 물과 기름을 섞어본 적 있다면 이 상황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물과 기름을 넣고 아무리 오랫동안 흔들고 저어도 이 둘은 섞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오일 기반의 마감제를 바르고 난 위에 수성 코팅 마감제를 바르면 이 도막이 잘 접착이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바로 도막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도막이 벗겨집니다.


물론 요즘 나오는 수성 마감제들은 접착력이 강해져서 이런 문제가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오일 마감 위에 수성 코팅 마감을 할 때는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오일 마감 위에 수성 코팅을 해야 한다면 그 중간에 셀락이나 적절한 실러를 먼저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쨌거나 의심스러운 마감 작업을 할 때는 자투리 나무에 적용할 마감법을 미리 시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성 마감제의 장단점을 정리해 보면...

장점
  • 높은 고형분 때문에 도막이 두꺼워 코팅 횟수가 줄고, 원하는 도막을 빨리 올릴 수 있습니다.
  • 불연성입니다.
  • 작업자의 건강에 좋고 친환경적입니다.
  • 스프레이 부스나 방폭 설비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 빨리 마릅니다.
  • 도막이 투명하며 황변되지 않으며 내구성 있고 스크래치에 강합니다.
  • 세척하기 쉽습니다.

단점
  • 기후에 민감합니다.
  • 결오름이 생깁니다.
  • 스프레이 장비는 반드시 세척해야 하고 말려야 합니다.
  • 오일 마감 위에 수성 코팅 마감을 할 경우 접착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수성 마감제의 적절한 사용

이제까지 수성 마감의 장단점에 대해 살펴보았으므로 당신은 대체 어떤 경우에 수성 마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궁금할 겁니다. 저는 비록 수성 마감의 광팬입니다만 수성 마감이 어느 경우에서나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 수성 마감을 사용해야 좋은지,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수성 마감을 사용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마감의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언제 수성 마감을 해야 하나?

제 경험상으로는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 수성 마감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만일 단단하고 스크래치에 강한 도막이 필요하면서 바르기 쉽고 빨리 말라야 한다면 수성 마감이 답입니다. 만일 완전히 밝은 색의 나무나 흰색 가구를 위해 투명하고 황변되지 않는 마감을 찾는 다면 수성 마감이 답입니다. 만일 스프레이로 뿌리길 원하는데 특별한 스프레이 부스나 좋은 환기 시설이 없다면 무독성이고 불연성인 수성 마감제를 스프레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성 마감은 무독성이기 때문에 작업자에게도 안전하지만 아이들의 가구나 장난감의 마감에도 좋습니다. 냄새가 적고 스크래치에 강하고 빨리 마르는 특징 때문에 나무 바닥의 코팅 도료로도 적합합니다.

수성 마감을 하지 말아야 할 때는?

제가 비록 수성 마감의 광팬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세번 정도는 어쩔 수 없이 수성 마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세가지 경우를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첫번째 경우는 높은 생산성이 요구될 때 입니다. 저는 간혹 아주 많은 물량의 마감을 의뢰받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800mm x 1,800mm x 6t 판재 180개에 대한 마감을 의뢰받은 적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한 공장에서 생산된 이 판재들은 흰색 라커로 이미 도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흰색이 아니라 회색을 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틀안에 회색으로 다시 칠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안료를 사용한 수성 라커를 기존의 라커 도막위에 스프레이로 뿌려 보았습니다. 하지만 니트로셀룰로스 라커 위에 수성 라커는 접착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라커가 칠해지지 않은 뒷면을 손질해서 이쪽에 회색을 바를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몇시간 동안 프라이머를 스프레이 하고 이어서 엄청난 양의 샌딩과 더불어 마지막으로 색이 입혀진 도막을 스프레이로 뿌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원하는 색의 니트로셀룰로스 라커를 기존의 라커 도막 위에 뿌리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고객은 원하는 색의 판재를 얻었고, 자재는 반 정도만 소모되었으며, 사흘 걸릴 일을 한나절만에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되도록이면 수성 마감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렇게 시간과 환경이 받쳐주지 않을 때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두번째 사례는 오래된 고가구를 재도장하거나 복원하는 경우입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가구 제조사들은 수성 마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오래된 고가구들은 수성 마감된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고가구들은 바니쉬, 라커 혹은 셀락으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이런 마감제가 발라진 위에 수성 마감을 올리면 접착력도 문제가 될 것이고 색감도 달라 보기에도 좀 어색한 결과를 낳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고가구 복원 전문가들은 수성 마감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사례로 고객이 수성 마감을 원치 않는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아름다운 결과를 보장한다면 제가 어떤 마감 방식을 사용하든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고객들은 라커로 마감된 가구를 지목하면서 똑같은 느낌의 마감을 해달라고도 합니다. 요즘 수성 마감제들은 그 결과물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라커와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만 여전히 미묘한 차이는 있습니다. 까다로운 고객이 라커를 원하면 저는 그냥 라커를 뿌려줍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