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없이 무턱대고 남산을 둘렀다가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왔는데, 앞에 저런 건물이 떡하니 있는 겁니다. 제가 비록 서울에서 나고 자란 건 아니지만 소시적에 남산에서 보아왔던 오래된 친숙한 외양의 건물입니다.
건물의 외양이 워낙 사무실 분위기라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뭔가 재밌는 것들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무턱대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건물은 예전에 남산 어린이회관으로 불리었었고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등이 있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는데 이곳이 교육 과정과 교보재에 대한 연구를 하다보니 여러가지 과학실험실, 천문대 등이 있더군요. 그리고 지구촌 민속교육 박물관이라는 조그만 박물관도 있습니다.
과학실험실은 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예약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곳이어서 패스하고 지구촌 민속교육 박물관과 천문대 등을 아이와 함께 둘러 보았습니다.
지구촌 민속교육 박물관은 별도의 입장료는 없고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들어설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보통 사람들이 사용했던 희귀한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곳입니다. 그야말로 많은 전시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서 정리가 덜 된 느낌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세계 여러나라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 들르면 꽤나 흥미를 유발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는 전통적으로 흑단(Ebony)을 이용한 조각품이 유명합니다. 이곳에도 아프리카에서 수집된 많은 목조각상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조각입니다. 팔다리가 길쭉하고 홀쭉한 몸매를 보니 아프리카 인들도 마른 체형을 선망했나 봅니다. 흑단은 단단해서 조각하기 매우 어려운 나무인데 대단한 정성인 것 같습니다.
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저 포즈인지... ㅡ,,ㅡ
사진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대단히 정교한 목공예품입니다. 아주 작은 조각들을 집성(?)하여 만든 것인데 정말 대단한 솜씨인 것 같습니다. 남미쪽에서 온 것 같습니다.
네팔의 전통 가구인데 우리 전통의 가구와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제가 가구를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아이를 위한 변기인데 응가가 빠질 수 있도록 의자에 구멍이 있습니다. 투박하지만 멋스럽고 실용적입니다.
가장 오래 들여다 보았던 작품입니다. 페루에서 온 도기로 만든 탈입니다. 둥그스런 얼굴에 지긋이 감은 눈이 인상적입니다. 너무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라 더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전시물들이 있는데 소개드리기에는 너무 아는게 없네요. 울 아들도 세계 지도를 보면서 각 나라의 이름과 국기를 외우고 있는 중이라 각 나라의 공예품을 보는 걸 아주 좋아하더군요.
민속 박물관은 2~3층에 있는데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아들이 "아빠~ 4층에는 뭐가 있어?" 하고 물어 봅니다. 저도 궁금해서 같이 4층에 올라가 보았는데 여기는 여러가지 과학 실험실이 있더군요. 그 중에서 수학 체험관은 예약없이 입장할 수 있더군요.
이런 분위기의 넓지 않은 체험관인데 초등학생들이 제법 많이 보입니다.
도형과 기하에 대한 개념은 머릿속으로 이해하기 어려운데 실제로 도형을 만지고 노는 것이 많이 도움됩니다. 이곳은 놀이를 통해 그것을 익힐 수 있도록 여러가지 교보재들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실제로 가지고 놀 수 있구요.
예를 들어서 아래와 같은 퍼즐이 있는데 아래의 사각형 박스 안에 다섯개의 직육면체를 넣는 퀴즈입니다. 아들과 제가 끙끙대며 아무리해도 안됩니다. ㅡ,,ㅡ
그런데 바로 옆에 답이 있더군요. 살짝 보니 이런 식으로 넣는 겁니다. 일종의 고정관념을 깨야 하는 문제이네요.
더 어려운 버전으로 박스도 커지고 직육면체의 갯수도 더 많아지는 퍼즐들도 옆에 있습니다. 그것들은 정말 어렵더군요.
완델씨의 사이트에서 소개한 나무 퍼즐들을 보고 저도 아이에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에 그런 퍼즐들이 많이 있더군요. 약간 복잡한 모양을 서로 엮어서 모양을 만들어내는 교보재입니다. 아들이 좋아하네요. 한참 동안 가지고 놉니다. 이럴때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가 좀 심심하고 지겨울 수 있는데... 그래도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이건 "최단시간 강하곡선" 실험이라는 건데 아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 중 하나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4개의 경사로가 있는데 위에서 쇠공을 굴리면 어느 경사로를 탄 공이 가장 빨리 내려오나라는 문제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직선으로 된 경사로가 거리가 가장 짧기 때문에 가장 빨리 내려올 것 같지만... 정답은 세번째 경사로입니다.
세번째 곡선은 사이클로이드(Cycloid)라고 하는 곡선인데 원판의 가장자리에 한 점을 찍고 이를 굴렸을 때 생기는 곡선을 사이클로이드라고 합니다.
거리가 짧더라도 현실 세계에서는 중력 가속도라는 다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가장 빨리 하강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수학적 증명은 1697년 베르누이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이 곳에는 나무로 만든 퍼즐이 여러 종류 있는데 그 중에서 펜토미노(Pentomino)라는 것이 그나마 쉬워 보이더군요. 아래 사진처럼 생긴 12개의 조각입니다.
펜토미노는 알파벳의 형상을 딴 12개의 블럭으로 구성되는데 마치 테트리스를 연상하게 합니다. 비슷하지만 테트리스는 오락이고 펜토미노는 교재입니다. ㅡ,,ㅡ
이 12개의 조각으로 아래 그림과 같이 직사각형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알고 보면 쉬운거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패턴들이 있고 평면이 아닌 입체 펜토미노도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점은 만들기가 쉬워보여서 취목하시는 분들이 아이에게 선물로 만들어주기 딱 좋은 아이템이라는 겁니다.
맨홀 뚜껑이 왜 동그란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네모로도 만들 수 있지만 아래 사진처럼 네모로 만들 경우 대각선 방향으로 놓으면 구멍에 뚜껑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매우 위험하지요. 하지만 원으로 만들면 맨홀 뚜껑이 구멍으로 빠질 염려가 없지요. 비슷하게 세모로 만들더라도 약간 배가 부르게 만들면 빠지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인데 신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천문대입니다. 교육연구정보원 건물에 붙은 조그마한 별관입니다. 천문대로 들어서기 전에 조그만 과학관이 있더군요. 규모는 적지만 나름 알차게 구성되어 있더군요. 주로 에너지에 대한 내용이라 흥미로웠습니다. 아래 사진의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저으면 전구에 불이 들어옵니다. 엄청 힘듭니다. ㅡ,,ㅡ
발전소의 원리를 설명한 모형도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아래 사진의 경우 양수 발전소의 모형인데 앞에서 열심히 펌프질을 하면 아래에 있는 물이 윗쪽 저장고로 올라가고 거기서 떨어진 물이 물레방아를 돌려서 전구에 불이 들어옵니다. 양수 발전을 설명하기 위한 최고의 모형인 것 같습니다.
아래 모형은 연료전지에 대한 것인데 잘 모르겠습니다. ㅡ..ㅡ 저도 공부해야 하는데요.
시간이 되어 천문대로 들어갑니다. 지정한 시각에 별자리나 행성에 대한 관측과 설명을 해준다고 합니다. 조명을 어둡게 하고 의자가 뒤로 젖혀지기 때문에 잠자기 딱 좋습니다. 피곤에 지친 저는 한숨 푹 잤습니다만... 아들은 아주 열심히 듣고 봤다고 하네요.
우연찮게 들른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의 지구촌 민속교육 박물관, 수학체험관, 천문대였지만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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