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2월 10일 월요일

국립 중앙박물관의 불교조각실

저희 집에서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러, 겨울이면 추위를 피하러 봄과 가을에는 꽃구경하고 산책하러 참 많이도 갔더랬습니다.

3층으로 된 박물관의 여러 전시실 중에서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3층 제일 구석에 불상들이 모여있는 불교조각실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박물관에 오면 항상 먼저 이곳을 가자고 보챕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이 불상들은 많이도 보았지요.

2주전 주말에도 집 근처에서 외식하고 소화도 시킬 겸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들렀습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불상들을 먼저 보게 되었는데... 예전과는 많이 달라 보이더군요.

불상의 얼굴들이 사람의 얼굴처럼 보입니다. 근엄한 표정이 아니라 재밌는 표정입니다. 마치 이웃집 아저씨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수십번을 보니 이제 그렇게 보이네요.

아름다운 미소년으로 정형화된 예수상들에 비해서 불상들의 얼굴을 참으로 다양하고 재밌습니다. 눈두덩이가 부은듯한 재밌는 표정의 불상도 있고...


눈이 쫙 찟어진 한없이 인자한 표정도 있고...


머리카락 묘사가 뛰어난 마치 만화에서 본 듯한 실감나는 얼굴도 있습니다.


구리와 금으로 세공된 이 불상은 놀라운 디테일에 놀라게 되지만 불상의 표정은 익살스럽기까지 합니다.


국보인 반가사유상입니다. 별관에 따로 전시되어 있고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데 과연 그 위세가 거짓이 아님을 볼 수 있습니다. 유래없이 뒷면까지 볼 수 있게 배치되어 있어 깔끔한 이 불상의 뒷면까지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앞에 의자가 있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치워버렸더군요. 아쉽습니다.


조금 더 지나면 이런 애기불상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설명을 보면 석가모니가 태어날때의 설화를 묘사한 탄생불이라고 하는데요. 석가모니는 태어나자마자 일곱걸음을 걷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흔히 독선을 의미하는 말로 이해되는데 그런 뜻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자존감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하네요.

이 설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법륜스님의 강연을 정리한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조금 더 지나가면 여러가지 범종들이 나오고 그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내용이 있습니다. 처음 보면 굉장히 신기한 것들입니다. 이어서 우리의 옛 여인네들(주로 높으신 마나님들)이 주로 했던 장신구들이 전시된 곳이 나옵니다. 주로 경주에서 출토된 신라시대의 유물들인데 그 섬세한 세공기술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저 귀이개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귀이개일 걸로 보입니다. 기능만을 생각지 않고 저런 예쁜 장식까지 한 여유와 예술적 감각이 감탄스럽습니다.


떨잠이라고 하는 머리 장식입니다. 가느다란 철사에 장식이 달려있는데 말 그대로 유리박스안에 밀폐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떨고 있습니다.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곳 국립중앙박물관은 다른 박물관에 비해서 컬렉션의 등급이 확연히 높습니다. 심심찮게 국보급 유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국보급 유물들은 좀 떨어져서 봐도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이 "물가무늬정병"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사교과서에 실렸던 걸로 기억나는 이 정병은 그 섬세한 무늬와 고색창연한 빛깔 그리고 정형미까지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합니다.


이 향로는 청동이 초록으로 아름답게 녹이 슬어서 담아 보았습니다. 좋은 색감입니다.


실제로는 손가락 정도의 크기인 이 조각품도 정말 대단합니다.


독특한 색감의 이 향로뚜껑은 청동에 홈을 파고 은실을 상감해서 넣은 고려시대 작품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거라 디테일을 담지 못했습니다만 실제로 보면 매우 놀라운 작품입니다. 청동과 은이 오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종교를 믿지 않지만 배타적이지 않은 종교 지도자들을 존경하는 편입니다. 이분들은 예수나 석가모니를 어떤 신적인 존재로 파악한다기 보다는 그들도 인간이었고 시대를 앞섰던 혁명가이자 훌륭한 사상가였다고 주장합니다. 기독교쪽에서는 이런 인식을 "역사적예수"라고 합니다.

중세까지 전세계를 지배했던 종교는 나중에 타락해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더랬습니다. 요즘은 종교가 쇠퇴하고 있고 "돈"이 모든 윤리적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끝으로 백기완 선생의 "역사적 예수"에 대한 언급을 담습니다.

"나는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기생오라비처럼 곱상한 예수는 당최 마음에 들지 않아. 내 생각에 그건 잘못된 그림이야. 예수는 노동자였어. 예수의 직업이 목수가 아니가서. 노동으로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예수는 부당한 사회질서에 대항한 깡따구 있는 인물이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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