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1월 27일 월요일

강릉 선교장을 둘러보다

대게 먹으러 묵호항으로 갔을 때 얘기입니다. 예정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강릉의 선교장을 들렀습니다. 강릉은 여러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해수욕장에서 놀거나 동해시로 가는 경유지로 잠깐 들러 초당두부나 먹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정작 강릉에 있는 여러 볼거리들을 제대로 본 적이 없더군요.

그 중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선교장입니다. 선교장은 강릉시 운정동에 위치한 권세의 상징이라는 99칸 대저택입니다.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에 의해서 처음 지어졌으며 10대에 이르도록 증축되고 관리되면서 현재까지 잘 보존되고 있는 전통 사대부가의 한옥입니다. 선교장이라는 이름은 인근 경포호를 가로지른 배다리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네요.

선교장은 현재 민간(아마도 후손)이 소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시설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옥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펜션처럼 예약하여 숙박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외국인들이나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겠지요? 자세한 내용은 선교장 홈페이지인 http://www.knsgj.net 을 확인하세요.


선교장 입구를 들으서면 가장 먼저 눈에 확 들어오는 정자인 활래정입니다. 제법 큰 규모의 연못 위에 살짝 걸쳐져 있는 정자는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중간에 작은 섬이 있고 멋드러진 소나무가 서있는 것도 운치 있습니다. 겨울이라 연못에 연이 잔뜩 말라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다시 아름다운 꽃을 피우겠지요? 장관일 것 같습니다.


강릉에는 오죽이 유난히 많습니다. 보통 대나무가 연두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데 오죽은 연두색이었다가 검은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유난히 탄력이 좋아서 낚싯대가 공예품 재료로 쓰이고 모양이 특이해서 정원수로도 많이 심어집니다. 이율곡의 생가인 오죽헌도 인근에 있는데 이곳 뒷뜰에 오죽이 많이 심어져 있어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지요.


선교장은 제법 너른 터가 확보되어 있습니다. 실제 예전부터 내려오는 건물들은 사진의 정면에서 오른쪽에 이르는 부분이고 나머지는 한옥 스테이나 체험 프로그램 등을 위해 근래에 지어진 한옥들입니다. 새로 지은 것이나 오래 된 집이나 서로 이질감 없이 조화롭게 어울려져 인상적입니다.


저택으로 들어서는 문입니다.


한옥이라는 이미지는 머릿속에 친숙하게 각인되어 있지만 실제로 잘 지어진 한옥을 보니 디테일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특히 장독대와 어우러진 풍경은 일품이네요.


이곳의 문들에는 이렇게 아랫쪽에 턱이 높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불편하고 많이 넘어졌을 것 같은데 왜 이리 했는지 좀 의문이네요. 뛰지말고 조심해서 다니라는 의미일까요?


방 하나 하나는 그리 크지 않지만 방의 갯수가 아주 많습니다. 양반댁 일가와 일을 도와주는 사람까지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고풍스런 인테리어입니다. 이런 곳에서 며칠 자고 먹고 쉬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는요.


선교장 뒷쪽에는 나즈막한 언덕이 있고 꽤나 잘 자란 육송들이 많습니다. 한옥의 처마와 잘 어울리는 오브제인 듯 합니다.


여기가 열화당이라 이름붙은 사랑채인데 매우 아름답습니다. 사진에는 일부만 담겼지만 왼쪽에는 테라스 형식의 구조가 있어 특이합니다.


건물의 뒷쪽에는 이런 소박한 초당도 있습니다. 설명에는 백성들의 삶을 이해하라는 취지로 지었고 이곳에서 공부를 하였다고 하네요.


뒷쪽 언덕에 대물급 소나무들이 꽤나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작아보이지만 보기 힘든 정도의 큰 소나무입니다. 장관입니다.


꽤나 연식이 된 듯한 배롱나무입니다. 수많은 가지치기를 당한 듯 혹과 벌이 가득입니다. 펜 깎는 분들은 침 좀 흘리겠는데요.


이 나무는 600년 정도 된 주엽나무입니다. 주엽나무는 콩과의 나무로 같은 과에 속하는 다릅, 회화, 아까시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주엽나무 옆에는 가시로 유명한 탱자나무가 있네요. 이 탱자가시로 올뱅이 살 빼먹는 재미가 쏠쏠하죠. 아들이 만져보며 좋아합니다.


초가집은 지붕이 짚단이나 갈대로 되어 있는데 "이엉"을 엮어 지붕을 인다고 표현하지요.


선교장 한쪽 끝에 간단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찻집이 있습니다. 목공을 하는 저에게는 육송인 듯한 나무로 만든 테이블에 눈이 가네요.


국화차와 유자차로 얼린 손발을 녹입니다. 소나무 테이블 위에 놓은 빨간 꽃들이 참 예쁩니다.


찻집의 이모께서 초여름에 오면 연꽃이 피어서 너무 예쁘다고 다시 오라고 하시네요. 선교장을 떠나면서 전체 사진을 한번 더 찍어 봅니다.


선교장은 지나가다 여유있게 들러보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인원을 확보할 수 있으면 독채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한옥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고즈넉하고 분위기가 좋아서 꼭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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