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현란하고 아름다운 무늬는 그 나무의 가치를 높여주지만, 목공인들에게는 결방향이 복잡하겠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어떤 좋은점들의 이면에는 나쁜점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무늬가 아름다운 나무들은 대패질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런 나무들의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는 비결은 결방향을 잘 읽어 그 방향으로 대패질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종종 하나의 판재에서 두가지 이상의 결방향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나무들은 무늬가 적어서 결방향을 읽기가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운에 맡기기도 합니다.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방향을 잡고 대패를 한번 밀어 봅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뜯겨짐 없이 매끈하면 운이 좋은 것이고, 아니라면 방향을 반대로 해서 그 실수를 메꿉니다. 50%의 성공 확률이죠.
하지만 운이 나쁘면 너무 많이 뜯겨 나가 완전히 그 판재를 못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뜯겨나간 정도가 크든 작든 간에 일단 뜯겨나가면 대패질도 더해야 하고, 스크래핑도 해야 하고, 샌딩까지 해야 하는 번거로움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시간도 아끼고 노력도 아끼려면 결방향 읽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만일 나무의 섬유질 방향이 어떻게 되는지 읽을 수 있다면 이런 뜯겨나감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많은 목수들이 판재 윗면의 선이나 타원형 무늬를 보고 결방향을 읽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늬는 섬유질의 방향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글에서 결 방향(Grain Direction)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하게는 섬유질 방향(Fiber Direction) 을 의미합니다. 나무는 섬유질 세포를 경계로 쪼개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섬유질 방향을 거스르느냐 혹은 타고 넘느냐가 성공적인 대패질을 좌우합니다.
나무는 긴 섬유질로 되어 있다
기술적으로 우리가 결방향을 읽는다고 하는 것은 섬유질(fiber)의 방향을 읽는다는 의미입니다. 이제부터 하드우드 기준으로 섬유질의 방향을 읽는 법에 대해서 차근차근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무는 뿌리에서 꼭대기 방향으로 긴 섬유질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나무를 가공하여 판재를 만들면 이 섬유질 방향은 판재의 윗면에 대해 어느 정도 각이 틀어져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갈라진 판재를 보면 섬유질의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부러 부러뜨리지 않고도 섬유질의 방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무늬결의 방향이 때로는 당신을 속일 수도 있습니다. 초보 목수들은 타원 혹은 직선인 나이테의 흐름을 보고 나무결의 방향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아래 사진처럼 판목제재(Plainsawn)한 레드오크 판재를 보면 섬유질의 방향이 반드시 보이는 무늬의 방향과 같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레이(Ray, 방사조직)라고 불리는 조그만 세포가 섬유질 방향을 잘 표현합니다.
판목제재(Plainsawn)한 판재의 윗면은 방사조직이 짧고 검은 선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것이 섬유질의 방향과 일치합니다. 반면 정목제재(Quatersawn)한 판재의 경우 방사조직이 갈라지면서 얼룩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떤 하드우드의 경우 방사조직(Ray)의 방향이 섬유질의 방향과 일치합니다. 단 판목제재(Plainsawn)한 판재일 경우입니다.
판목제재된 오크, 비치(beech, 너도밤나무), 시카모어(sycamore, 플라타너스) 등은 방사조직이 짙은 색으로 길게 혹은 짧게 배치되어 있어 식별하기 쉽습니다. 방사조직은 섬유질 사이에 같은 방향으로 샌드위치 속처럼 끼워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방사조직의 방향은 섬유질 방향을 읽는 매우 신뢰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어떤 나무들은 방사조직이 두드러지게 표시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물관(Vessel)의 방향을 읽는 것이 결방향을 읽는데 도움이 됩니다. 물관은 뿌리에서부터 나무 꼭대기까지 물과 양분을 전달하는 통로이기 때문에 섬유질의 방향과 일치합니다.
물관이 잘 발달된 나무는 마호가니(mahogany), 월넛(walnut), 버터넛(butternut) 등입니다. 판목제재된 판재의 경우 물관은 표면에 긴 홈(tube)의 형태로 보입니다. 반면 마구리면에서는 작은 구멍으로 보입니다.
물관은 섬유질의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에 물관의 방향으로 섬유질 방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나무들의 경우 방사조직도 물관도 육안으로 잘 관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야 보일 정도입니다. 이럴때 섬유질 방향을 읽는 힌트는 무늬결에 있습니다. 무늬결은 춘재와 추재의 밀도와 색 차이 그리고 나이테에 의해 표현되는 타원형의 곡선을 의미합니다.
판재를 수압/자동 대패에 밀어 넣거나 손 대패질을 할 때는 방사조직, 물관, 무늬결 방향을 고려하여 결방향을 읽어야 합니다.
처음으로 살펴볼 곳은 대패날이 지나갈 면이 아니라 바로 그 옆면입니다. 옆면에는 방사조직, 물관, 무늬결의 단면이 보이기 때문에 결방향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아래 왼쪽 사진은 물관이 발달된 월넛의 경우인데 물관의 방향으로부터 섬유질의 방향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대패질을 해야 합니다. 오른쪽 사진의 경우 물관도 방사조직도 희미한 메이플의 경우인데 어쩔 수 없이 무늬결의 방향으로 결방향을 판단합니다. 이 경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대패질을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옆면을 대패질 할때는 인접한 윗면이나 아랫면의 방사조직, 물관, 무늬결 방향을 읽어 대패날의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방법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성된 판재의 경우 옆면이 가려져 있어 보질 못합니다. 이럴 경우 판재의 윗면의 무늬를 보고 결방향을 판단해야 합니다.
판목제재된 판재의 경우 무늬결은 산 모양(Cathedral Pattern)으로 보입니다. 보통 산 아래에서 산 봉우리를 바라보는 방향이 결방향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심재를 윗면으로 한 경우에는 산봉우리 방향이 결방향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변재가 윗면인 경우에는 산 아래 방향이 결방향입니다.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이렇습니다. 나무는 위로 갈수록 직경이 좁아지기 때문에 판목제재를 할 경우 저런 산봉오리 모양이 나옵니다. 그래서 심재가 윗면이면 산 아래에서 산봉우리로 가는 방향으로 섬유질이 올라오게 됩니다. 변재가 윗면인 경우에는 그 반대입니다.
판재를 가공할 때 뜯김없이 매끈한 표면을 얻고 싶다면 결방향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판재의 윗면을 대패질 하는데 윗면에 표시하면 그 표시가 사라져 버릴겁니다. 그래서 결방향의 표시는 옆면이나 마구리면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옆면에 표시하는 경우는 위 사진처럼 대각선으로 결방향을 표현하고, 마구리면에 할 경우는 아래 사진처럼 대패에 밀어넣을 때 손으로 잡는 방향에 표시를 하면 됩니다.
대량의 판재를 대패 가공할 때는 결방향이 모두 같도록 판재를 쌓아두는 것이 헷갈리지 않고 좋습니다.
그리고 판재의 앞면과 뒷면은 결방향이 반대라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앞면을 대패질하고 뒤집을 때 그냥 옆으로 뒤집어 대패질하면 결의 역방향이 됩니다. 판재를 뒤집을 때는 앞뒤로 크게 뒤집어야 결방향에 맞습니다.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상적으로는 방사조직, 물관, 무늬가 결방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론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어떤 판재가 한 방향으로 결이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작업을 하면서 저는 대패날이 나무와 맞닿는 걸 보고, 감각을 느끼며, 그 소리를 듣습니다. 기계(수압/자동대패) 가공을 하는데 섬유질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면, 투입 속도를 좀 늦추고, 누르는 힘을 적게 합니다. 그리고 다음번 가공할 때는 반대방향으로 투입해 봅니다.
만일 기계가 잘 튜닝되어 있고, 적당한 절삭 깊이이며, 천천히 투입한다면 판재의 결방향이 중간에 바뀌더라도 별 무리없이 가공될 것입니다.
때로는 어떤 방향으로 투입해도 뜯겨나가는 판재도 만나게 될 겁니다. 주로 매우 아름다운 버드아이 메이플이나 커리가 있는 판재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만일 양방향 다 뜯겨나가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몇가지 트릭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방법은 기계에 넣기 전에 판재를 살짝 물에 적셔주는 겁니다. 두번째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판재를 약간 틀어서 기계에 투입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결을 씹기 보다는 결을 가로질러 깍게 되어 뜯김이 덜합니다.
손 대패로 하는 경우에는 보다 섬세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반대 결로 대패를 미는 경우 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방향을 따라 대패질을 하면 부드럽게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결방향을 거스르면 턱턱 걸리는 느낌이 납니다.
손대패의 장점은 판재에서 결방향이 바뀌는 부분이 있다면 아래 그림처럼 쉽게 방향을 바꾸어 대패질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어떤 목수들은 길고 일률적인 대패질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아무리 복잡한 무늬를 가진 판재라도 결방향을 읽고 그 방향에 따라 대패질을 하는 건 익숙해 질 겁니다. 하지만 항상 명심하십시요. 현실 세계에서 결방향은 예측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요. 그렇다면 우리의 목표는 대세를 이루는 섬유질 방향을 찾고, 매끈한 표면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은 방향으로 대패질하는 겁니다.
방사조직은 아래 그림에서 나무의 중심에서 바깥으로 긴 선의 형태로 배치됩니다. 반면 물관은 나무의 뿌리 방향에서 꼭대기 방향으로 형성된 긴 관입니다. 방향도 다를 뿐더러 방사조직은 속이 꽉차있는 반면에 물관은 속이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판목제재된 판재의 경우 방사조직은 색이 달라 구분될 뿐 질감으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관은 파여진 홈의 형태로 보입니다.
모든 하드우드들은 방사조직과 물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크기가 크냐 작으냐 혹은 색이 구분되느냐에 따라서 눈으로 잘 보이기도 하고, 잘 안보이기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방사조직이 눈에 잘 띄는 플라타너스(sycamore)의 경우를 봅시다. 판목제재한 플라타너스의 윗면을 보면 짙은색을 띄는 짧은 선의 패턴이 보입니다. 이것이 방사조직입니다.
반면 이 플라타너스를 정목제재(Quatersawn)하면 아래 사진과 같이 얼룩무늬로 나타납니다. 이는 방사조직을 세로로 쪼개기 때문에 나타나는 방사조직만의 특성입니다. 플라타너스의 현란한 무늬는 바로 이 잘 발달된 방사조직에 의한 것입니다.
플라타너스의 마구리면을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로로 길게 표시된 짙은 갈색의 선이 방사조직으로 잘 발달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멍으로 보이는 물관은 매우 작아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듭니다. 가로로 구분된 것은 나이테와 춘재/추재 차이로 보이는 패턴입니다.
비교를 위해서 방사조직 보다 물관이 더 뚜렷한 월넛의 경우를 봅시다. 월넛을 판목제재하고 그 윗면을 보면 짧고 검은 선이 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여진 홈이고 나이테의 무늬와 연동되어 존재함을 볼 수 있습니다.
월넛의 단면을 보면 세로줄로 표현되는 방사조직은 매우 얇고 눈에 잘 띄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신 물관은 큰 구멍으로 보입니다. 이런식으로 마구리면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방사조직이 잘 발달된 나무인지, 물관이 잘 발달된 나무인지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판목제재한 판재의 윗면에 보이는 곡선 무늬를 영어로는 Cathedral Pattern이라고 하고, 그 꼭지점을 Cathedral Point라고 합니다. Cathedral은 성당을 의미하는데, 성당 건물을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타원형의 패턴이 특징입니다. 성당 무늬라고 하긴 그래서 산모양이라고 번역했습니다. Cathedral Point는 산봉우리 이렇게요.
유용한 글 감사드립니다. 중요하고 좋은 글들이 많아 좋네요 ^^
답글삭제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중복된 댓글들은 제가 지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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