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1월 12일 월요일

대관령 눈꽃축제를 다녀오다

블로거들은 블로그에 쓸 거리를 마련하려고 여행을 다니고, 학부모들은 체험학습 과제 하느라 여행을 간다고 하죠.

울 아들 지금 겨울 방학 중인데, 유치원에서 겨울 방학동안 여행 다녀온 거 정리해서 발표하는 과제가 있다고 하네요.  뭔가 겨울 방학에 어울리는 여행지라면 더 좋겠죠.

그래서 그런지 마나님과 아들이 며칠전부터 눈썰매 타러 가자고 졸라댑니다.  눈썰매는 서울에서 탈 수 있는 곳도 많다고 얘기했는데... 안된답니다.

눈이 엄청 쌓여있는 강원도로 가야 한답니다.  그래야 사진이 잘 나온다며... 하지만 지난주 대게 먹으러 묵호항에 다녀오면서 보았던 강원도에는 눈이 별로 없었습니다.  올해 겨울 날씨가 너무 따뜻하고 강설량도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마나님이 가자고 하는 대관령 눈꽃축제는 1월 9일부터 1월 18일까지 하는데,  1월 10일에 가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치일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아들과 마나님은 상관 없답니다.  사람들에 치여도 대관령으로 가야 겠답니다.  그래서 대관령으로 나섰습니다.

대관령 눈꽃축제

대관령 눈꽃축제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송천 일대에서 해마다 열립니다.  영동고속도로 횡계 톨게이트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요.

사실 저희 식구는 아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오며가며 이 대관령 눈꽃축제를 가보았답니다.   10년도 전인것 같은데, 그때는 송천에 조그만 눈썰매장이 있었고 양 몇마리 풀어놓고 뭐 이런 소박한 축제였습니다.  그래도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마나님이 대관령 눈꽃축제를 가자고 한 것 같습니다.

1월 10일 토요일 아침,  원래는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출발하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모두 알람소리를 놓치는 바람에 식구들 모두 9시에 일어 났습니다.  부랴부랴 챙겨서 나서는데 고속도로 상황을 보니 막히는 구간이 꽤 있습니다.

애초 계획은 경춘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를 거치는 경로로 가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상습 정체구간인 호법과 여주를 모두 건너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날따라 경춘고속도로 서종구간도 제법 막힙니다.  그래서 늘 하던대로 맵피(Mappy) 네비게이션을 켰습니다.

보통때와 달리 맵피가 고속도로가 아니라 그럴듯한 국도 경로로 안내합니다.  그런데 계속 국도만 안내합니다.  저희는 양수리-양평-용문을 거치는 꼬불꼬불한 국도를 통해서 횡성까지 갔습니다.  뒷좌석에 탄 마나님과 아들은 꼬불길 때문에 멀미난다고 불만이 대단합니다.  그래서 새말IC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려고 하는데, 여전히 다른 국도로 안내합니다.

그래서 맵피의 설정을 살펴 보았는데, 맙소사 "무료 경로" 옵션과 "고속도로 우선 경로" 옵션이 켜져 있습니다.  이 두 옵션은 상충하는 옵션인데 "무료 경로" 옵션이 더 우선권이 있나 봅니다.  제가 이렇게 설정하지는 않았고, 아들놈이 분명합니다.

아들에게 추궁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무료이면서 고속도로면 빠르고 싸고 좋잖아요~"  저희 부부는 그냥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그렇죠 무료면서 고속도로면 좋지요.  아직 인생을 많이 살지 않아서인지 모든 것의 긍정적인 면만 보는 것 같습니다. ^^

어쨌든 이후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편하게 횡계까지 왔습니다.  이 동네는 여러번 와서 익숙한 동네인데... 대관령 눈꽃축제가 이제 많이 알려졌는지 차량과 인파가 대단합니다.  주차는 인근의 공터나 학교에 하면 되는데 그마저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도로마다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데,  마차까지 길을 막고 천천히 갑니다.  아들은 마냥 즐거워 합니다.  한참을 이렇게 가다가 다행히 넓은 곳이 나오니 비켜 주더군요. 


눈꽃축제가 열리는 송천으로 갔습니다.  손바닥만한 곳이라 걸어서 금방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인파가 대단합니다.  아들은 눈썰매를 먼저 타고 싶다고 하는데 보다시피 눈썰매 줄이 깁니다.  기다리다 진빼기 싫어서 다른 곳을 찾습니다. 


눈썰매장 건너편에 아주 큰 규모로 얼음조각공원이 있더군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입구가 광화문이네요.  그럴듯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들의 조각상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머프는 좀 연식이 되었는데요? ^^   덕분에 어른들의 동심을 깨운 것 같습니다.


얼음 벽돌로 쌓은 탑도 장관입니다.  투명한 얼음 벽돌이라 더 특색이 있습니다.  아들도 만져보고 맛(?)보고 안아보고 난리입니다.


얼음이 있는 곳은 눈 바닥보다 더 미끄러워서 아들이 자꾸 넘어집니다.  그래도 재밌답니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곳은 바로 이 이글루입니다.  사진 찍으려면 줄을 좀 서야 합니다.   두세군데 있으니 한곳에만 기다리지 마시고 다른 곳도 찾아보시길.  얼음과 눈이 때문에 빛이 반사가 많이 되는지 대충 찍어도 얼굴이 환하게 잘 나옵니다.  신경써서 찍으면 멋진 사진이 나올 것 같습니다.


조각공원은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윗쪽 블럭으로 올라가면 더 작품성이 높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 용 조각은 디테일과 규모 면에서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순신 장군님과도 한컷 찍었습니다.  대충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옵니다.


요즘 아들이 좋아하는 "라바"와도 찍었습니다.  라바 캐릭터를 보고 너무 좋아하는 아들입니다.  이제서야 뽀로로를 벗어난 것 같습니다. ^^


이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 조각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진을 찍어야 제대로 겨울 여행을 갔다고 할 수 있겠죠?

이제 눈썰매를 타러 갑니다.  그런데 여전히 긴 줄이 있습니다.  튜브를 빌리면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시스템이라 줄이 줄지 않더군요.  여하튼 기다림 끝에 눈썰매를 탔습니다.  오 그런데 속도감이 제법 스릴 있습니다.  어른인 저도 재밌더군요.


당연히 아들은 한번 더 타자고 합니다.  그런데 또 줄을 서야 합니다.  한번 타려면 10분은 줄을 서서 올라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아들은 신났습니다.


유난히 겁이 많아서 그네도 제대로 못타는 아들입니다.  미끄럼틀도 혼자서 탄 건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늦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눈썰매를 타는 것도 대견합니다.  아직은 혼자서는 못타겠다고 하지만요.  어쨌든 눈썰매는 세번만 탔습니다.

시장해서 떡볶이와 오뎅 등 간식을 좀 했습니다.  늦게 출발하다 보니 아침은 차에서 고구마로 때우고 점심은 거르고 여길 왔거든요.  이래저래 둘러보다가 아들이 마지막으로 타고 싶은게 있다고 합니다.

바로 저 얼음 미끄럼틀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줄이 깁니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올라갔는데 위에서 보니 쬐끔 무섭습니다.  그런데 저희 앞에 있는 할머니 한분이 "아이고~ 이를 어짜노~ 무서워서 못 타겠다~" 이러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포기하고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그래서 저는 아들이 잔뜩 겁을 먹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엄마랑 같이 안타고 혼자서 타고 내려 가더군요.


너무 대견해서... "어떻게 용기를 냈어?" 그랬더니 아들이 하는말... "태권도 사범님이 용기를 가지면 어떤 무서운 것도 이겨낼 수 있다고 했어~"라고 얘기합니다.  태권도를 가르친 보람이 있네요. ^^   사실 다른 아이들을 보면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탑니다만...  울 아들이 조금 소심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좋게 보자면 아들이 지금까지 커 오면서 크게 다친 일이 없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부터 맛을 들인 회오리 감자를 보자, 역시 사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너무 길어서 먹기가 참 곤란합니다. ^^


세시간 정도 놀았던 것 같습니다.  더 놀고 싶었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건 다 기다려야 하는거라 진이 좀 빠지더군요.  그래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대관령 눈꽃축제가 해마다 규모가 커지는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행사이니 안전에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썰매의 경우 동시에 출발시켜야 사람들끼리 부딪히는 걸 막을 수 있는데,  출발에 대한 통제를 하지 않으니 아래에서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그리고 사고를 막으려고 동네 청년들이 내려오는 눈썰매를 온 몸으로 막아대는게 안스러웠습니다.

어쨌든 횡계에는 유명한 식당이 있습니다.  바로 "오삼불고기"로 유명한 납작식당입니다.  납작식당은 여러번 가보았기에 이번에는 도암식당에서 오삼불고기를 먹기로 했습니다.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전시관

밥을 먹고나니 오후 4시가 좀 넘었습니다.  아직 날이 밝으니 서울로 돌아가기 아쉽습니다.  횡계 근처에 가볼만한 곳이 여러곳 있습니다만 해가 짧은 강원도이다 보니 야외 행사는 거의다 4시30분이면 끝납니다.   그래서 저희는 대관령 옛 휴게소를 개조하여 만든 "신재생 에너지 전시관"에 들렀습니다.

이렇게 큰 풍력발전기가 있는 곳이라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옛 대관령 휴게소 중에서 강릉 방향 휴게소 자리에 있습니다.


몇몇 전시물은 동작이 안되는 것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풍력 발전을 위시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돈을 좀 더 투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가 제일 재밌어한 건 바로 이건데, 송풍기의 방향을 돌려서 다양한 모양의 바람개비를 돌려보는 겁니다.


한켠에는 삼파장, 할로겐, 형광등, 백열전구, LED 등의 조명기기들의 소비전력을 보여주는 전시물이 있습니다.  아이도 어디서 배웠는지 이 전시물에 흥미를 가집니다.  형광등이 20W이고, LED가 4W인 걸 보더니,  우리집도 모두 LED로 바꾸자고 합니다.  음... 전기요금 고지서를 좀 검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여행을 마치는 마지막 사진을 찍습니다.  대관령 고갯마루라 그런지 바람이 대단합니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신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를 타고 서울로 왔는데 다행히 별로 막히질 않아서 저녁 9시도 안되어 도착했습니다.   12시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제대로 겨울을 느껴서 좋았습니다.  눈이 좀 많이 쌓였다면 더 좋았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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