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은 아무리 많이 가져도 부족합니다. 글쓴이의 공구장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오래되고 뭉툭한 끌로 페인트의 뚜껑을 따곤 했습니다. 요즘 저는 날카롭게 날을 세운 끌로 결구를 가공하고 모양을 만듭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끌로 목수용 연필을 깎곤 합니다.
사실 끌은 무수히 많은 쓰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Paul Seller의 경우 끌을 절삭 공구처럼 사용해서 가난한 이를 위한 핸드 라우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대패 장인인 Bill Carter는 끌의 날 끝을 그라인더에 수직으로 갈아 날카로운 고각을 만든 다음 엇결 방향이나 마구리면을 다듬는데 쓰기도 합니다. 고각인 스크래퍼가 엇결에서도 잘 뜯기지 않는다는 걸 연상하면 되겠습니다. 앞의 가난한 이를 위한 핸드 라우터는 베벨-다운으로 쓰고, 이 스크래퍼 식으로 쓰는 것은 베벨-업 방향으로 쓴다는 걸 알아두세요.
저는 여러분께 평끌로 좋은 결과를 내는 여러가지 사용법을 알려드릴 겁니다. 하지만 먼저 제가 왜 여러 세트의 끌을 쓰는지 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평끌 - 많을 수록 좋다
어떤 목수들은 끌에 대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몇개의 끌만 가지고 있고, 넓은 폭의 장부 구멍을 팔 때도 좁은 폭의 끌을 사용합니다. 이들이 기술이 있고 시간이 충분히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저는 서로 다른 폭의 끌을 풀세트로 갖추고, 필요한 폭에 딱 맞는 끌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작가이자 가구 제작자인 Garret Hack이 지적한 바 있듯이, 넓은 폭으로 한번에 따내는 것이 좁은 폭의 끌로 두번 이어 따내는 것보다 더 깔끔하고 정확합니다.
그런데 제가 한 세트의 끌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저는 끌을 여러가지 각도로 연마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용도로는 25도로 날을 세우고, 하드우드에 타격하는 끌은 30도로 날을 세웁니다. 저는 또한 오목한 곡면을 가공하기 위해 둥그렇게 날을 세운 끌도 필요합니다. 적어도 제게 여러 개의 끌 옵션이 있다는 건 대패에 여러 종류의 대패날을 바꿔 끼울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베벨-업이냐 베벨-다운이냐?
일반적으로 저는 거친 작업을 위해 끌을 베벨-다운으로 씁니다. 나무를 깎는 깊이는 핸들을 높이느냐 낮추느냐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베벨-다운으로 하면 아무래도 나무를 파고 드는 경향이 줄어듭니다. 장부 구멍을 파거나, 선을 따라 끌로 첫 작업을 할 때나, 오목한 곳을 파내거나, 좁은 곳의 살을 들어내거나(paring), 필요없는 부분을 걷어낼 때 이렇게 사용합니다.
수평을 유지해야 하거나 볼록한 면을 섬세하게 작업해야 한다면 베벨-업으로 끌을 사용합니다. 때로는 이 둘을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첩이 들어갈 곳을 얇게 파내는 경우 베벨-업과 베벨-다운을 모두 써야 합니다. 많은 경우 일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이 둘을 번갈아 써야 합니다.
끌을 타격하거나 수직방향으로 밀끌할 때, 끌 날의 경사면(bevel)을 버리는 쪽을 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처음 몇번의 끌질은 목표하는 라인에서 여유를 좀 둔 곳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만일 선에 딱 맞게 끌 날을 놓고 타격하면 경사면의 쐐기 작용에 의해 끌이 라인을 파고들게 됩니다.
정밀 작업하기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결방향으로 작업한다면 그 결과는 매우 매끄럽고 깨끗합니다. 결 직각방향이나 마구리면을 밀끌(paring)하거나 타격하면 표면이 거칠어 지거나 섬유질이 뜯겨져 나가 구멍이 패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아주 조금씩 살을 덜어내고 슬라이스 컷(slicing cut)을 하면 됩니다. Aldren Waston이 "콤파스 스트로크(compass stroke)"이라고 불렀던 방법으로 날을 비스듬히 튼 상태에서 원을 그리며 앞으로 미는 것을 의미합니다.
래빗(Rabbet, 반턱) 가공하기
열려있는 반턱(rabbet)을 끌로 가공하는 두가지 방법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두 방법 공히 경계선을 마킹 나이프나 그무개로 칼금을 넣어준 다음, 베벨-업 상태로 V자 홈을 어깨 선에 파 줍니다. Paul Seller는 이것을 칼벽(Knife Wall)이라고 부릅니다. 칼금과 밀끌로 계속 V자 홈을 깊게 파주다가 톱이 안착할 정도가 되면 톱으로 원하는 깊이까지 톱길을 내주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결 직각방향으로 톱질을 하면 섬유질이 끊어져서 절단면이 매끈하지 않은데, 민감한 부분은 이런식으로 마킹 나이프로 섬유질을 끊고 나서 V자 홈을 판 다음 톱으로 절단하면 적어도 눈에 보이는 부분은 매끈하게 됩니다.
이후로는 길이 갈리는데... 첫번째 방법은 아래 사진과 같이 결 직각 방향으로 어깨를 따라 살을 덜어내는 방식이고, 두번째 방식은 마구리면에서 결방향으로 밀끌이나 타격끌로 살을 덜어내는 방법입니다. 첫번째 방법이 빨리 필요없는 부분을 덜어낼 수 있어서 빠르지만 결 직각 방향이라 가공면이 매끄럽지 못하고, 두번째 방법은 매끈한 가공면을 만들 수 있지만 반턱의 폭이 넓은 경우에만 효율적입니다.
첫번째 방법은 아래 사진에 잘 설명되어 있는데, 베벨-다운으로 끌을 넣고 살을 덜어낸 다음, 라우터 플레인이나 베벨-업으로 끌을 놓고 밀끌로 정리하면 됩니다.
오목한 면 가공하기
끌로 오목하거나 볼록한 곡면을 가공할 수도 있습니다. 오목한 면의 가공을 위해서는 가공하는 판재의 두께보다 더 넓은 끌을 베벨-다운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볼록한 면이라면 베벨-업으로 합니다. 만일 급격한 곡면이라면 끌 날 경사면을 아예 곡면으로 연마하면 더 쉽게 가공할 수 있습니다.
작업물에 가공할 곡면을 따라 선을 그리고 그것을 바이스에 고정한 다음 코핑쏘(실톱, coping saw)를 이용하여 대충 큰 부분을 잘라냅니다. 항상 결방향으로 작업을 하고 작은 망치로 살살 때리면서 원하는 선 바로 위 까지 깎아냅니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오로지 밀끌로만 다듬습니다.
끌의 날은 항상 날카로워야 합니다. 정말 날카로워야 합니다. 그래야 사용하기 즐겁습니다. 또한 그래야 제 어릴 때 처럼 끌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일이 없을 겁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