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1월 28일 목요일

월넛오일로 샐러드 드레싱 만들기

제가 요즘 마감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것 중의 하나가 월넛오일(호두기름)이 건성유(drying oil)라는 겁니다. 건성유는 산소와의 반응을 통해 단단하게 굳어지는 오일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건성유를 나무에 바르면 깊이 침투해서 안에서 굳어지므로 나무의 기공을 막고 단단해지는 특징이 있지요.

린시드오일텅오일이 건성유 중에서는 빨리 경화되는 편이고 생산량도 많으며 저렴한 편이어서 가구의 마감에 가장 많이 쓰입니다. 이 둘 외에도 월넛오일(walnut oil), 양귀비씨유(poppy seed oil), 들기름(perila oil) 등이 건성유에 속하는데 린시드오일과 텅오일에 비해서는 경화시간이 좀 더 걸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세 오일은 식용으로 쓰이는데다가 비싸서 가구에 바를 일은 드물죠.

하지만 열처리한 들기름은 우리 선조들이 오래전부터 가구의 마감에 써왔던 것이고, 월넛오일은 왁스(주로 밀랍)와 섞어서 요즘도 목기의 마감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월넛오일과 밀랍은 먹어도 상관없는 안전한 천연 물질이기 때문이죠. 월넛오일 만으로 마감해도 좋고, 밀랍 2에 월넛오일 1 정도 섞어서 사용해도 좋습니다.

여하튼 이 월넛오일을 사서 나무로 만든 소품 같은 곳에 바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예전에 코스트코에서 1리터에 2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팔았었는데 지금은 품절이고... 대신 11번가에서 고챠도로(goccia doro)에서 나오는 걸로 500ml에 2만원이 약간 넘는게 있더군요. 두배 이상 비싸지만 할 수 없죠.

마눌님에게 이거 건강에 좋은거다... 올리브오일 보다 훨씬 좋다... 니 남편 뱃살 걱정도 안되냐... 등등의 설득을 해서 고챠도로 월넛오일을 질렀습니다. 물론 나중에 이걸로 나무에 바르면 "먹을 것도 없는데 엇따 쳐바르냐?"며 잔소리 하겠죠?

월넛오일은 고도불포화지방산(polyunsaturated fatty acid)이 많아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 먹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실제로 포장을 풀어서 한 숫갈 먹어보니 올리브오일 보다 점성은 낮은 편이고 희미한 호두향이 나고 맛은 거의 무미에 가깝더군요. 근데 무엇보다 오일에서 느껴지는 느끼함이 없이 깔끔한 맛입니다.

모처럼 일찍 와서 가족이 함께한 식사시간... 마눌님이 언제나처럼 샐러드를 내어 옵니다. 마눌님은 주로 발사믹 드레싱을 많이 하는데 보통은 발사믹 식초(balsamic vinegar)에 올리브오일 그리고 약간의 소금과 통후추 갈은 것을 넣고 잘 섞으서 만듭니다. 근데 발사믹 식초는 오일과는 잘 안섞입니다. 그냥 휘저어서 일시적인 에멀젼(emulsion) 상태를 만든 다음 휘휘 뿌리면 됩니다. ^^

그런데 오늘은 올리브오일 대신에 월넛오일을 넣습니다. 소금과 통후추 갈은 것 약간에 발사믹 식초 4큰술, 월넛오일 10큰술 정도 넣고 섞으면 됩니다.


음~ 근데 먹어보니 올리브오일로 한것 보다 한결 더 깔끔한 느낌이네요. 끈적이지도 않고 느끼함도 덜하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호두향이 딱 좋습니다. 느끼함이 덜하니 샐러드의 주인공인 야채와 토마토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의 맛이 더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마눌님이 요리 배울때 월넛오일에 관해 듣기는 했는데 비싸서 안쓴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마눌님도 월넛오일 드레싱을 맘에 들어해서 당분간 월넛오일의 수급은 원할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제 몰래 조금씩 덜어서 소품에 마감만 하면 됩니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먹기도 하고 마감용으로 쓸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월넛오일은 오래되면 산화되어 못쓰게 되니 막 먹어주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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