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가죽 공예용 핸드프레스 만들기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지는 것도 복입니다.

아내가 목공은 아니지만 드디어 만들기에 취미를 붙였습니다. 바로 가죽공예입니다. 구청에서 하는 가죽공예 강좌를 친구따라 들었다가 가죽의 손맛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가죽공예는 목공과 달리 매우 조용한 작업이라 집에서 해도 별 문제없을 것 같지만, 목타(그리프)로 가죽에 스티칭 구멍을 내는 작업은 예외입니다. 끌질 하듯이 망치로 때려야 해서 층간소음 걱정이 되고, 그러다보니 충분한 힘을 가하지 못해 구멍이 제대로 뚫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망치질을 하지 않아도 목타를 할 수 있는 핸드프레스를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핸드프레스는 작두와 비슷한 구조인데,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여 큰 힘을 치즐에 가해 가죽에 구멍을 뚫어줍니다.

핸드프레스의 디자인은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여러 핸드프레스들을 참고하였고, 그것들에서 기능적인 요소만 추려서 각재와 판재로만 간단하게 구성했습니다.


이 설계의 구체적인 수치는 제가 재고로 가지고 있는 판재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창고를 뒤져보니 목요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던 다릅나무 판재, 화이트오크 각재, 그리고 흑단 각재가 쓸만해 보였습니다. (재료는 고급집니다.^^)

그리고 핸들의 높이는 가지고 있는 치즐의 크기를 고려해서 정해야 합니다. 아내가 가진 치즐은 96mm 길이여서 거기에 맞게 만들었고, 나중에 더 긴 114mm나, 125mm 치즐을 사용할 수도 있어서 기둥을 여유있게 높게 만들었습니다. 필요하면 나중에 구멍을 뚫으면 되니까요.

다릅나무 판재는 원래 빵도마를 만들려고 샀는데 전체적으로 휘어져있고, 군데군데 구멍이 있어서 그냥 쳐박아 둔 것입니다. 핸드프레스를 위해 조각조각을 내야하니 딱이다 싶습니다.


손 톱으로 하드우드를 켜는 건 너무 힘듭니다. 기계를 잘 쓰지 않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직쏘를 사용하여 켭니다. 직쏘는 아무래도 직각으로 자르기 힘들기 때문에 5mm 정도 여유있게 켜서, 대패로 정각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크게 휜 판재지만, 폭을 좁혀놓으니 손대패로 쉽게 평을 잡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날을 잘 세운 대패로 한꺼풀 벗겨내면서 평을 잡습니다.


길이를 자르는 것은 톱을 이용합니다. 톱날 가이드가 있으면 반듯하게 자르는데 도움이 됩니다.


핸들이 되는 흑단 각재는 원래 이렇게 생겼더랬습니다. 목요공방에서 자투리 대방출할 때 구입한거라 모양이 이렇습니다. 대패로 금방 날리겠지 생각했는데, 흑단은 역시... 한~~참 걸렸습니다. ㅡ,,ㅡ


이렇게 필요한 부재를 다 재단하고 손질했습니다. 다섯 덩이 밖에 안되는데 수작업이다 보니 거의 반나절이 걸렸습니다.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아파트에서는 어쩔 수 없구요.


핸들을 달 기둥을 달아야 하는데, 기둥의 가운데 보강목을 먼저 고정합니다. 최대한 정교하게 중앙과 직각을 맞추어 고정합니다. 팁이라면, 먼저 바깥쪽 나사못 구멍을 먼저 내고, 나사못을 박은 뒤에 정밀하게 직각을 맞춘 다음 클램프로 고정하여 두번째 나사못 구멍을 냅니다. 다음으로 나사못을 푼 다음, 목공풀을 바르고 재조립하면 정확하게 붙일 수 있습니다.


핸드프레스는 지렛대로 큰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짜맞춤과 나사못 결합을 모두 사용합니다. 기둥이 통으로 끼워질 홈을 파내기 위해 먼저 양쪽을 톱질합니다. 가운데 보강목에 기대어 톱질하면 수월합니다.


하드우드라 끌질이 만만치 않습니다. 톱으로 양쪽에 길을 냈으면 가운데를 V자로 한번더 잘라낸 후, 실톱을 이용하여 이렇게 최대한 많이 살을 덜어내는 것이 끌질의 양을 줄이는 요령입니다. 끌질은 망치로 내려쳐야 해서 아파트에서는 못합니다.


흑단 핸들은 그립감을 좋게 하기 위해, 손잡이 부분을 둥글게 만듭니다. 대충 대패로 모서리를 손잡이 부분만 깎아내고, 사포로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만...


흑단은 구멍뚫기도 어려운 매우 단단한 나무입니다. 사포질은 씨도 안먹힙니다. 그래서 그냥 대패로 최대한 모양을 냈습니다. 그립감이 딱 좋은 상태까지 만들었습니다. 


끌 타격은 밤 늦은 시간, 사무실에서 했습니다. 간단하게 끌, 망치, 클램프만 들고와서 이렇게 시원하게 망치질을 합니다. 소프트우드는 아무렇게나 해도 됩니다만, 하드우드는 세로로 한번, 가로로 한번 이렇게 해주어야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따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로로도 파내주면 한꺼풀씩 살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끌질이 완료된 모습입니다. 정밀하게 피팅하는 것은 집에서 해도 됩니다. 애초에 너무 딱맞게 구멍을 파지 말고, 조금 모자라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둥과 홈을 피팅한 다음, 가결합 해보고, 이상없으면 본드를 발라 완전히 고정합니다. 충분히 마를때까지 단단하게 클램핑합니다.


보통 가구라면 이정도로 충분하지만, 힘이 많이 받는 도구이므로, 나사못도 보강해서 박아줍니다.


기둥에 수직으로 구멍을 내는 것은 드릴프레스가 없으면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6mm 볼트에 대해 8mm 구멍을 내는 식으로 여유를 두면 그나마 쉽지만, 전 유격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전에 구입해두고 잘 쓰지 않았던 저렴한 드릴스탠드를 꺼내어 써 봤습니다. 비교적 정확하게 직각을 뚫을 수 있네요.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사포질로 모서리를 정리한 다음, 월넛오일로 마감합니다.


핸들에는 치즐이 닿아 눌려질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얇고 단단한 나무를 덧대줍니다. 보통 여기에 쇠판을 대는데, 딱히 가진게 없어서 나무로 대체했습니다. 나중에 이게 너무 헤지면 새로 바꿔주면 되니까요.

오일을 바른 핸드프레스를 하루종일 말립니다.


핸들과 몸체의 연결은 6mm 볼트로 했습니다. 길이는 100mm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조임 부분은 전에 사둔 플라스틱 핸들을 사용했구요.

생각보다 고퀄이라고 아내가 좋아합니다.


한번 사용해 보았습니다. 프레스 위에 목타패드(두께 25mm)를 놓고 치즐을 안쪽에 수직으로 댄 다음 꾹 눌러줍니다.


그러면 이렇게 깔끔하게 스티칭 구멍이 납니다. 소리가 안나니 집에서 늦은 밤에도 작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실제 작품에도 사용해 봅니다. 망치질이 편하긴 합니다만, 아파트에서는 이런 핸드프레스가 매우 요긴합니다.

첨언하면, 두 기둥 사이에 핸들이 들어가는데... 기둥 간격과 핸들의 폭 간의 유격을 너무 크게 하지 말기 바랍니다. 1mm 이내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저 핸들을 꽉 조이면 핸들을 살짝 물게 되어서 핸들이 툭하고 떨어지지 않아 편합니다. 가죽을 놓고 세팅하는 동안 핸들이 자꾸 내려오면 성가시거든요. 핸들이 위로 올라가 고정될 수 있는게 좋습니다.

또 하나, 핸들에 파는 구멍은 6mm 드릴로만 뚫을 경우 조립할 때 매우 어렵습니다. 양쪽으로 8mm 드릴로 살짝 파주면 훨씬 수월하게 조립할 수 있습니다.


가죽공예할 때 필요한 또 다른 도구가 있는데, 바느질할 때 가죽을 잡아주는 "포니"라는 겁니다. 일종의 클램프인데 가죽공예용으로 특화된 구조가 있습니다. 지금은 아쉬우나마 핸드스크류 클램프에 물려 씁니다만, 포니도 곧 만들어 조공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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