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7일 수요일
목공에 쓰이는 접착제의 종류
목공 본드의 종류와 용도에 대해 Woodbin의 "Woodworking Glues"를 기반으로 정리했습니다.
흰색 본드를 써야 할지 노란색 본드를 써야 할지 고민되십니까? 물에 띄워질 카누를 만들때 어떤 본드를 써야 할지 고민되십니까? 오래된 고가구를 수리해야 합니까? 느슨해진 장부를 고쳐야 합니까? 나무가 갈라지는 것을 보수해야 합니까? 아니면 임시로 고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나무와 나무를 결합하는 것은 목공의 가장 기본적인 작업입니다. 나무의 결합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사용되지만 본드만큼 간편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은 없습니다.
목공에는 여러 종류의 접착제가 사용되는데 그 종류와 용도에 대해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흰색 본드 (White Glue)
흰색 본드는 나무와 종이에 관한 모든 용도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목공 본드인 흰색 본드와 노란색 본드는 접착력 면에서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흰색 본드는 경화 후 좀 더 신축성이 있고, 물에는 더 약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라면 흰색 본드가 경화되는데 필요한 시간(Open Time)이 노란색 본드에 비해 더 길다는 겁니다. 가구의 복잡한 결구를 해야 하는 경우, 이 느린 경화시간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흰색 본드는 노란색 본드에 비해 더 오래 클램핑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화학적으로 보았을 때 흰색이나 노란색 모두 PVA (Polyvinyl Acetate, 폴리비닐 아세테이트) 접착제입니다. PVA는 1950년대에 Elmer's Glue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장에 나왔고, 지금까지도 목공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PVA는 다른 접착제에 비해 저렴하고, 독성도 없으며, 유통기한도 매우 긴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용성 접착제라 굳기 전에는 물로 간단하게 세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흰색 본드의 경우 굳고 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물기에 닿거나 높은 습도의 환경에 노출되면 접착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흰색 본드는 물기에 노출되는 환경에 사용되기에 적절치 않습니다.
노란색 본드 (Yellow Glue)
많은 목수들이 이 노란색 본드를 애용합니다. 그래서 이 본드를 "목수용 본드(Carpenter's Glue)"라고도 합니다. Elmer와 Titebond가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노란색 본드는 PVA 본드에 지방족 수지(Aliphatic Resin)을 결합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물성은 비슷하지만 흰색 PVA 본드에 비해 약간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란색 본드가 흰색 본드에 비해 물에 더 강하고 더 빨리 경화됩니다. 빠른 경화시간은 복잡한 결구를 할 때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클램핑 필요 시간이 적다는 장점도 됩니다. 일반적으로 노란색 본드는 5~10분이면 경화되기 시작하며, 30분 ~ 1시간 정도만 클램핑해도 됩니다.
노란색 본드는 흰색 본드에 비해 점도가 더 높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틈새를 메꾸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폭시에 비하면 많이 모자랍니다.
노란색 본드든 흰색 본드든 경화되고 나면 스테인이 잘 먹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접합부에서 삐져나온 본드는 깨끗하게 제거해야 합니다. 시중에는 "다크(Dark)" 목공 본드라고 PVA에 진한 색의 염료를 섞은 제품도 있습니다. 이런 본드는 체리나 월넛같이 짙은 색의 나무에 사용하기 좋습니다.
Elmer에서는 스테인이 잘 먹는 본드를 팔고 있기도 합니다. 이 본드는 나무 섬유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나무처럼 스테인이 먹습니다. 사용해 본 사람들에 의하면 확실히 스테인이 잘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무에 스테인 먹인 것과는 다른 질감이라 차이점을 보인다고 합니다.
노란색 방수 본드 (Cross-linked PVA)
최근에 물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높은 노란색 본드가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이트본드 II, 타이트본드 III, Elmer 외부용 방수 목공 본드 등입니다. 이들 방수 본드들은 주택 외부의 장식, 외부로 난 문, 데크나 외부용 가구 등에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물에 담기는 배 같은 곳에는 쓰면 안됩니다.
이들 방수 본드들은 일반 목공 본드보다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에 방수 기능이 필요없는 실내 가구들에는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폴리우레탄 본드 (Polyurethane Glue)
폴리우레탄 본드는 접착제 분야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제품입니다만,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폴리우레탄 본드는 방수가 되기 때문에 외부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PVA와 달리 폴리우레탄 본드는 기공이 있는 나무류 뿐 아니라 기공이 없는 플라스틱 같은 물질도 잘 붙입니다. 심지어 유분이 많은 나무도 잘 붙입니다.
폴리우레탄 본드는 경화되는데 PVA보다 훨씬 긴 3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조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흔히 사람들은 폴리우레탄 본드가 경화되면서 부피가 불어나기 때문에 틈을 메꿀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폴리우레탄 본드의 제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면 어디에도 틈을 메꿀 수 있다는 내용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Fine Woodworking #192에 실린 기사를 보면 폴리우레탄 본드의 경우, 두 부재를 단단히 밀착하지 않으면 접착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얘기합니다.
요약하면 폴리우레탄 본드라 할지라도 (다른 본드도 마찬가지 이지만) 잘 피팅되어 밀착되는 결구가 아니라면 접착력은 형편없다는 겁니다.
폴리우레탄 본드의 특이한 점은 수분에 의해서 경화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빠른 경화를 위해서 접합부에 물을 바르라고 권장합니다. 특히 습도가 매우 낮은 건조한 기후이거나 나무 자체가 너무 건조되어 수분이 함량이 거의 없는 경우는 별도의 수분 공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단 폴리우레탄 본드가 경화되고 나면 물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강합니다. 심지어 물에 담궈지는 경우에도 폴리우레탄의 접착력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이 점은 매우 독보적인 장점입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폴리우레탄 본드는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일단 그것의 비싼 가격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일반적인 노란색 PVA 본드에 비해 3~4배 정도 더 비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기한은 미개봉 상태에서 1년밖에 되지 않고, 개봉했다면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PVA 본드의 경우 개봉하고 2~3년 된 것이라도 사용하는데 전혀 이상이 없음을 생각하면 까탈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제 경험을 하나 말씀드리면 만원 정도를 주고 폴리우레탄 본드를 사서 약간만 사용하고 잘 밀봉해 두었는데, 몇달 뒤 다시 사용하려고 본드 뚜껑을 열어보니 모두 굳어 있었습니다. 이런 건 좋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폴리우레탄 본드는 최소한의 용량으로 된 것을 사는게 좋습니다. 다행히 주 생산자인 고릴라의 경우 아주 작은 용량 단위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3ml, 60ml, 120ml 등)
사용한 다음에는 용기의 공기를 최대한 뺀 다음 밀봉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오래 보관하는 방법입니다.
아교 (Hide Glue)
아교는 동물의 가죽, 발굽, 뼈, 힘줄, 결합조직 등에 있는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Collagen)으로 부터 만들어지는 오랜 역사를 가진 접착제입니다. 5000년전 고대 이집트에서도 사용되었던 이 아교는 PVA 접착제가 나오기 전까지 목공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던 접착제입니다. 아교는 현대적인 접착제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고, 치명적으로 나쁜 냄새가 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물에 매우 약합니다.
아교의 결정적인 특성은 복구가 쉽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교로 결합한 결구가 잘못 되었다면 따뜻한 물을 가해서 쉽게 녹일 수 있으며, 이후 새로 아교를 발라 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결구 부위에 붙은 기존의 아교를 제거하지 않고, 새로 아교를 덧발라도 접착력에 문제가 없습니다. PVA의 경우에는 PVA가 경화된 위에 바르면 접착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교는 오래된 가구를 복원하는 경우에 유용하게 쓰입니다. 대부분의 고가구들은 아교를 사용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악기를 만드는 장인들도 수정이 쉽다는 이유로 이 아교를 애용합니다. PVA로 접착한 부위에 힘을 주어 부러뜨리면 본드 접합부가 아니라 나무가 부러집니다. 그 정도로 PVA의 접착력이 강합니다. 하지만 아교의 경우 아교 부분이 부러지며, 나무에는 손상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점은 정교한 악기 제작에 매우 유용합니다.
아교는 시트, 플레이크, 펠릿 등의 형태로 판매 됩니다. 어떤 형태든 물과 섞고 가열하면 사용할 수 있는 액체(콜로이드) 형태로 바뀝니다. 시중에는 아예 이런 액체의 형태로 된 것도 팔지만 유통 기간이 짧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아교는 단단한 결합력을 제공하면서도 스테인이 잘 먹고 샌딩도 잘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어떤 종류의 접착제 보다 아교가 채색이 잘 됩니다. 혹여 닦아내지 못한 본드 자국이 있더라도 스테인을 바르면 PVA에 비해 표가 덜 납니다.
아교를 제거하는 것도 매우 쉽습니다. 그냥 긁어내도 되고 따뜻한 물로 녹여내도 됩니다.
컨택트 시멘트 (Contact Cement)
컨택트 시멘트는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접착제로 잘 휘는 버니어(veneer)나 호마이카(Formica)와 같은 적층판에 독보적인 용도가 있습니다.
이 컨택트 시멘트의 사용법은 사뭇 남다릅니다. 일단 접착하고자 하는 두 면에 모두 발라야 합니다. 그리고 마를때까지 그냥 둡니다. 보통 15~30분이면 마릅니다. 이제 두 접착면이 마주 보도록 하여 잘 정렬한 다음에 일정한 간격이 유지되도록 목봉을 중간 중간 끼워둡니다. 정렬이 완료되었으면 목봉을 동시에 제거하여 두 접합면을 한꺼번에 접촉(Contact) 시킵니다. 이 두 접합면은 접촉하자마자 바로 경화됩니다. 그래서 클램핑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일 잘못 붙였다면 복구할 방법은 없습니다. 워낙에 강력한 접착력을 자랑하기 때문이죠. 한번 붙은 두 부재는 일생을 영원히 같이 한다고 보면 됩니다.
컨택트 시멘트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클램프가 필요없다는 겁니다. 클램핑하기 까다로운 커다란 상판을 접합해야 한다면 컨택트 시멘트는 유일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솔벤트를 사용하는 컨택트 시멘트는 인화성이 있고 나쁜 냄새가 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요즘은 이런 점이 개선된 수용성 제품도 있습니다만, 솔벤트 기반의 제품에 비해 접착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에폭시 (Epoxy)
만일 배를 만들었거나 고쳐봤다면 에폭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에폭시는 강력한 방수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배를 위한 접착제로는 최적의 선택입니다. 또한 틈새 메꾸기, 마구리면 접착, 유분 많은 나무의 접착, 수축이 적음, 내열성, 내화학성, 샌딩이 잘되고 스테인이 잘 먹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
접착 강도 또한 우수합니다. Fine Woodworking #192에 의하면 타이트본드III에 이어 접착 강도에서 2위를 차지 했습니다.
이런 좋은 특성에도 불구하고 왜 에폭시가 목공에서 많이 쓰이지 않을까요? 일단 에폭시는 비쌉니다. PVA 본드보다 2~3배 더 비쌉니다. 그리고 사용하기에 좀 번거롭습니다. 에폭시는 두 용액을 섞어서 사용합니다. 하나는 레진(resin, 수지)이고 다른 하나는 경화제(hardener)인데, 이 둘을 섞어야 경화가 시작됩니다.
일단 레진과 경화제가 섞이고 나면 제품에 따라 경화되는데 수분이 걸리기도 하고 몇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사용하고 남은 혼합물은 다시 사용하지 못하므로 버려야 합니다. 그래서 사용량을 잘 산정해서 섞어야 합니다.
일단 에폭시가 굳고 나면 깨끗하게 제거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에폭시가 접합부에 삐져 나오는 걸 잘 보고 있다가 계속 닦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냄새가 매우 고약하므로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작업해야 합니다.
핫멜트 접착제 (Hot Melt Glue)
만일 빠르게 그리고 임시로 접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핫멜트 접착제가 답입니다. 핫멜트 접착제는 열가소성 수지를 긴 원통형으로 만들어 제공됩니다. 이것을 전기로 가열하는 글루건(Glue Gun)에 넣으면 접착제가 녹아서 접착이 가능하게 됩니다.
글루건에서 짜여져 나온 접착제는 따뜻한 상태일 때는 끈적이다가 차가워지면 굳습니다. 보통 30초 이내에 굳습니다. 이렇게 빨리 굳기 때문에 지그나 템플릿을 임시로 빨리 붙일 때 많이 사용됩니다. 혹은 경화시간이 오래 걸리는 주 접착제가 경화되는 동안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보통 실리콘과 같이 사용되어, 실리콘이 굳는 동안 제 3의 손 역할을 해 줍니다.
순간 접착제 (Instant Glue, Cyanoacrylate)
순간접착제는 목공에 흔히 쓰이지는 않지만, 목공방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할 요긴한 필요성이 있습니다. 순간 접착제 혹은 "시아노 아세틸레이트"라고 불리는 이 접착제는 슈퍼 글루, 크레이지 글루 등의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순간 접착제는 작은 부품을 붙이거나, 나무 모형을 만들거나, 조그맣게 이가 나간 부분을 고치거나, 갈라진 곳을 메꾸는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목선반을 하는 분들은 특히 이 순간 접착제를 애용합니다. 왜냐하면 블랭크가 갈라지는 것을 막고, 곰팡이(spalted)로 약해진 블랭크를 강화시키는데 최적이기 때문입니다.
순간 접착제는 짧으면 몇초에서 길어봐야 1분이면 경화가 완료됩니다. 그리고 특별히 클램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경화된 부분은 물에 대한 저항성은 있지만 방수가 되지는 않습니다.
순간 접착제가 경화된 부분은 잘 깨지기(brittle) 때문에 가구의 결구로는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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