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식구들을 놔두고 혼자 빠져나와 몇시간씩 걷기가 미안합니다. 그래서 되도록 아이와 함께 걸을 수 있는 코스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동구 일대에서 아이와 함께 걸을만한 몇가지 코스를 개발했습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아주 즉흥적으로 걷게 된 청계천-살곶이교-서울숲 코스를 소개드릴까 합니다.
코스 개요
요즘 아이가 지도와 내비게이션에 빠져 있습니다. 틈만 나면 노트북을 켜서 3D지도인 브이월드나 다음맵을 켜서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밖에 나갈때도 스마트폰에서 3D 내비게이션을 켜서 보면서 갑니다. 실제 세계가 스마트기기에서 3D 건물로 표현되고, GPS를 통해 현재 위치가 표현되는 것이 너무도 신기한가 봅니다.
주로 아이는 자기가 가봤던 곳을 리마인드하면서 지도를 훑어보는데... 얼마 전에 서울숲에 가다가 보게 된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합수부에 대한 얘기를 하더군요. 맨날 지도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두 강이 만나는 걸 보니 너무 신기했다며... 그러면서 저에게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곳도 가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우리집 주변의 지도를 직접 그린 적이 있는데, 이렇게 중랑천과 청계천이 만나는 곳을 손으로 찍으며 저기를 가봐야 제대로 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곳은 한양대 뒷편 살곶이 공원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청계천을 따라 살곶이교를 지나 서울숲으로 들어가는 코스를 즉흥적으로 생각해 냈습니다. 그리고 그 코스를 2014년 9월 28일 아이와 함께 걸었던 사진을 중심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코스는 걷는 길이만 대략 5.4km 정도 됩니다. 시작과 끝 부분에서는 버스를 탔습니다. 어른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도 되지만 아이와 함께 할 때는 지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아이라도 많이 걸으면 발바닥이 아프다고 징징 대더군요. 그래서 걸으면서 많이 쉬고 재밌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스의 개요는 아래와 같습니다. 마장동 축산물 시장까지 버스로 가고, 거기서 청계천을 들어섭니다. 코스를 따라가서 서울숲을 관통하여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코스입니다.
자세한 경로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누르면 됩니다.
>>> 청계천-살곶이교-서울숲 걷기 코스 자세히 보기
청계천-중랑천 합수부 구간
따뜻한 날씨라 가볍게 차려입고 나섭니다. 아이는 스마트폰에 지도앱을 띄워놓고 자기가 걷는 길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GPS로 찍은 위치가 실제 위치랑 맞지 않다며 짜증을 냅니다. 그래서 "오차"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납득을 하지 못했지만 계속 들여다보며 걷다보니 이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응봉삼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마장동 축산물 시장으로 향합니다. 버스 안에서도 GPS를 들여다 보고 있네요. 정말 집요합니다.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내려 북쪽으로 200m 걸어가면 청계천으로 내려서는 길목이 나옵니다. 청계천 위를 지나는 내부간선도로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내려서니 청계천 안내지도가 보입니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현재위치인데, 아이가 손으로 중랑천 합수부를 가리키며 저기까지 걸어간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계획은 더 걸어서 서울숲까지 가는 겁니다. 어쨌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입니다.
청계천 상류부는 이것저것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많이 있지만, 하류부는 거의 삭막할 정도입니다. 차라리 자연스럽다면 더 좋겠지만 이렇게 위로는 내부간선도로가 지나고, 청계천 자체는 인공천이라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걸으면서도 그리 즐겁지는 않네요.
걷다보면 이런 징검다리가 계속 나오는데, 저 멀리 오리들이 보이길래 가보기로 했습니다. 돌간의 간격이 좀 넓은지 아이가 성큼 내닫지는 못하네요. 얕은 천이긴 하지만 조심조심 건너갑니다.
이렇게 사람이 와도 도망가지 않는 오리들은 사람들이 주는 먹을거리에 길들여진 오리들입니다.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네요.
마장역 북단의 청계천 변에는 이렇게 자전거 연습장이 있습니다. 처음 배우는 장소는 아닌 것 같고, 두발 자전거를 조금 탈 수 있게 되면 곡선주행, 경사주행과 신호등 건너기 등의 안전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장소 같습니다.
아이가 지쳐하는 것 같아 간식으로 싸가지고 간 카스테라를 먹입니다. 5Km를 넘게 걷는 여정이라 중간중간 자주 쉬어야 합니다. 중랑천 합수부를 1Km 남긴 곳입니다.
단조로운 청계천변 길을 계속 걷습니다. 어느덧 중랑천 합수부에 가까워 졌습니다. 지도를 보니 합수부 앞에 두개의 다리가 있네요. 첫번째 다리를 먼저 건너고 두번째 다리에서 다시 건너 오기로 했습니다. 두번째 다리에서 합수부가 제대로 보일 것 같아서요.
첫번째 다리를 건넙니다. 청계천 주변에는 외래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가시박"이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가시박의 잎이 넓어 빛을 가리고, 덩굴을 지어 자라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을 모두 고사시킨다고 하네요. 참 걱정입니다.
다리를 건너는 중에 중랑천 합수부 방향으로 찍어 보았습니다. 내부간선도로의 형상이 기괴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저 앞에 두번째 다리의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다리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네요. 무슨 일인지 궁금합니다.
아이도 궁금한지 빨리 가보자고 합니다. 억새가 무성한 천변길을 따라 두번째 다리로 향합니다.
와서보니 이렇게 중간에 다리가 끊어져 있습니다. 무슨 일이고 보니 여기는 사람이 건너는 다리가 아니라 물고기가 다니는 "어도"라고 하네요. 가운데 물길은 발목 정도의 깊이로 깊지는 않지만 폭이 3~4미터는 되어 보여 점프해 건너지는 못합니다.
어차피 사람이 못다니는데 물고기가 다니는 길을 확보해야 한다면 이 다리는 철거하는게 맞겠네요. 왜 굳이 이런 구조물을 세워서 물고기들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청계천의 수량을 확보하기 위한 낮은 보인 듯 한데... 글쎄요.
물고기가 올라오는 어도의 모습입니다. 잉어의 경우 점프력이 좋아서 왠만한 장애물을 뛰어 올라타는 걸 여러번 봤습니다만... 다른 물고기가 이렇게 길고 얕은 경사를 타고 올라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고기가 실제로 올라오는지 십여분을 지켜 보았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어쨌든 아이는 이 모든게 신기한가 봅니다. 저 앞에 보이는 큰 물이 중랑천 합수부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사실 중랑천 합수부는 여기 보다는 송정동 뚝길에서 보면 더 잘보입니다. 아래 사진은 송정동 뚝길에서 찍은 중랑천 합수부 사진입니다.
살곶이 다리 - 서울숲 구간
중랑천 합수부 인근에는 살곶이 공원이 있습니다. 살곶이 공원은 강변의 너른 터에 있기 때문에 성동구의 행사가 여기서 많이 치러집니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몇몇 재밌는 조형물들이 있어 사진 찍기도 좋겠네요. 요즘 마법천자문을 보는 아들이 성동구라 쓰여져 있는 한자를 읽어 보고 있네요.
그런데 살곶이 공원이 시끌벅적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 성동구 주최 노래자랑대회가 열리고 있네요. 참여 인원이 별로 많아 보이질 않아 안습이긴 합니다만... 분위기는 한껏 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한켠에 동네별로 부녀회에서 나와 음식들을 팔고 있길래 떡볶이를 먹였습니다. 맛은... 정말 없습니다. ㅡ,.ㅡ
떡볶이 다 먹고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아들을 데리고 후반부 여정을 떠납니다. 살곶이 공원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이렇게 살곶이 다리가 나옵니다.
살곶이 다리는 세종대 짓기 시작했다가 중지되었고, 이후 성종대에 다시 짓기 시작하여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기술로 어떻게 이걸 지었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 지역은 예전부터 너른 초지여서 말을 많이 키웠고 그래서 "마장"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한양에서 광나루쪽으로 나가는 수요가 많아서 지어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유동인구가 아주 많은 요긴한 다리였다고 합니다.
일제시대 중 큰 홍수로 다리의 절반이 떠내려가 방치된 것을 1970년대에 복원을 했는데 원형과 비슷하게 하지 않아 두개의 이질적인 다리가 붙어있는 형상이 되어 있습니다. 좀 아닌 것 같아요. 이제라도 비슷한 형식으로 완전한 돌다리로 복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다리는 건너편 송정동 뚝길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다닙니다. 난간이 없어 어찌보면 위험한 다리인데 자전거는 반드시 내려서 지나는게 안전을 위해 좋을 듯 합니다. 다리에 놓인 돌 중에서 오래된 돌에는 이렇게 홈이 파져 있습니다. 아이에게 왜 그랬을까? 물어보니 미끄러지지 말라고 그런 것 같다고 하네요.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 놓인 돌에는 홈이 없던데... 그만큼 요즘은 배려가 없다고 해야 하나요? ^^
어쨌거나 다리를 건너면 이렇게 송정동 뚝길로 올라서는 지하도가 나옵니다. 그 앞으로는 자전거 길이 지나구요.
성동구에서 걷기 좋은 길로 매번 소개되는 송정동 뚝길입니다. 이 길은 성동교 남단에서 군자교 동단까지 중랑천을 따라 약 3Km에 이르는 뚝방위에 조성된 편안한 길입니다. 지대가 높아서 전망이 좋고 오래된 고목들이 줄지어 있어 시원한 길입니다. 이 길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소개드리죠.
송정동 뚝길에서 성동교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살곶이 다리에서 성동교까지는 불과 300미터 남짓입니다. 가는 중에 이런 미끄럼틀이 있네요. 그냥 지나칠 아이가 아니지요. 불행히도 잘 미끄러지지 않아 별로 재미는 없네요.
성동교 남단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큰 길을 건너서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터를 잡은 집들이 있는데 골목이 정말 좁습니다. 어린 시절의 골목길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아이도 처음보는 풍경이라 신기해 합니다.
주택가 블럭을 빠져 나오면 이렇게 너른 저지대에 축구장이 있습니다. 여기는 원래 큰비가 내릴때 물을 가두어두는 유수지로 사용되던 곳입니다. 큰 강의 주변에는 이런 시설들이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빗물펌프장들이 생기면서 이런 운동장이나 습지 생태공원으로 많이 바꾸고 있더군요.
이곳은 야간에도 불을 켜놓기 때문에 밤에도 운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한산하네요.
유수지로 물이 들어오게 하는 수문들도 보입니다. 그런데 왠 낙서가...
수문 벽을 따라 가다보면 길이 막혔나? 싶은데 이렇게 샛길이 나옵니다. 이 샛길로 들어서면...
이렇게 서울숲 "습지초화원"이 나옵니다. 서울숲을 즐겨찾는 분들도 이곳의 존재를 모르는 분들이 많더군요. 서울숲의 구석에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곳에는 호수와 데크 그리고 몇몇 놀이시설들이 있어서 조용한(?) 데이트를 즐기는 분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데크를 따라 한바퀴 돌아볼 만 합니다. 이곳도 다음 기회에 소개드리지요.
이 연못에는 "노랑어리연"이 많이 있네요. 잎은 개구리 한마리가 올라갈만한 자그마한 크기이고 소박하고 조그만 노란꽃들이 피는 예쁜 연입니다.
습지초화원을 한바퀴 휙돌고 서울숲 내의 승마장 쪽 길로 들어섭니다.
조금 더 가면 은행나무 숲길을 지납니다. 여기 은행나무들은 너무 촘촘하게 심어서 굵게 자라질 못하네요. 좀 솎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에는 은행 열매들이 무더기로 떨어져 있어 발을 조심해야 합니다. 아이가 "똥냄새~"하면서 즐거워 합니다. ^^
이 계단으로 올라서면 서울숲 9번출구로 나갑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습니다.
제법 길고 힘든 길이었지만 중간에 볼거리도 많았고 다양한 풍경이라 지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들은 이후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곳에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거기도 얼마전 갔다 왔습니다. 그 얘기는 좀 있다 올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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