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12월 3일 수요일

이케아(IKEA)에 맞설 소규모 공방의 전략은?


며칠전에 집으로 배달되어 온 우편물 중에서 이케아(IKEA)에서 온 게 눈에 띄더구요.  제법 두터운 제품 소개 카다로그였습니다.

2014년 12월 18일 이케아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광명에 대규모 점포를 오픈합니다.  이 소식은 여러번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에 아마 모두들 아실겁니다.  게다가 요즘 전철 광고판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이케아가 대규모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케아가 온다 !

이케아는 1943년에 설립된 스웨덴의 다국적기업으로 매출이 대략 45조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출이 큰 한샘이 1조 정도이니 엄청나지요.

이케아가 이렇게 성공한 요인은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디자인,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 방식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여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한 것이 큽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가구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디자인과 제품 개발은 스웨덴에서 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이케아가 팝업스토어를 한시적으로 오픈했더랬습니다.  우연히 거기 들를 일이 있어서 이케아 가구들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케아는 테마별로 방을 준비하고 그곳에 가구들을 세트로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이케아의 가구로 방을 꾸미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런 디스플레이 전략은 이케아의 가장 돋보이는 장점 중 하나입니다.


이케아는 다양한 재질로 만든 가구 뿐 아니라 생활소품과 패브릭 등도 혹하는 디자인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품질에 있어서는 비관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오면 국내의 가구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샘, 리바트 등의 국내 대형 가구업체들도 이케아에 대비한 전략을 짜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은 가구 공장 단지에 즐비한 MDF를 소재로 한 가구 업체들에게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케아가 저렴한 가구를 공급하지만 적어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든요.  소비자는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대인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이케아를 택할 것이 틀림 없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처럼 DIY 문화가 일천한 우리나라 소비자를 위해 배송/조립을 대행하는 서비스까지 생길 것으로 예측되어 더욱 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원목으로 가구를 만드는 소규모 공방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케아와 차별성 없는 제품을 만들고 가격을 그 수준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역시 위기에 닥칠 것이라고 봅니다.

이케아는 다양한 소재로 가구를 만듭니다.  철제도 있고, 미장합판,  무늬목+MDF,  파티클보드 등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소나무나 자작나무 집성목을 사용한 가구도 꽤나 많이 있습니다.  이런 원목을 사용한 가구는 소규모 공방에 큰 위협이 될 걸로 보입니다.

미끼 상품이 뭔지 파악하라

대부분의 대형 마트와 같이 이케아도 미끼 상품군이 있습니다.  우리집에 온 카타로그 중에서는 이 요크모크가 눈에 띄더군요.  상판의 크기는 1180mm x 740mm이고 소나무 집성판으로 만들어 집니다.  그리고 의자 4개까지 포함해서 불과 \149,000입니다.

이케아 저가 제품군 중에는 마감이 되지 않은 것도 있는데,  이건 심지어 어두운 색으로 염료 처리를 하고 라커까지 도장했습니다.  이 정도면 약간 작은 4인용 식탁으로 바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허걱입니다.  제가 만든다고 해도 재료비가 이 가격을 오버할 것 같습니다.


또한 푀르회야라는 주방카트의 경우 자작나무 집성목으로 만들어진 쓸모있는 주방카트인데,  15만원 밖에 하질 않습니다.


반면에 후르달 5칸 서랍장의 경우 앞쪽은 소나무, 뒷쪽은 MDF를 쓴 가구인데 50만원으로 공방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입니다.  뒷판도 친환경 합판을 쓰면서 비슷한 가격대를 구현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을 겁니다.  침대류의 경우도 이케아가 저렴한 가격대는 아닙니다.


차별화가 중요하다 

같은 소나무 소재를 쓰면서 비슷한 디자인의 가구를 만들어서는 이케아와 승부가 되지 못합니다.  물론 이케아 가구의 내구성이 약하다는 평이 있지만,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구에 내구성까지 원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구를 소비재로 인식하면서 몇년 쓰고 교체하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요?  공방의 고객 입장에서 몇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라 : 이케아 가구들의 디자인은 직선과 미니멀리즘을 추구합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고 재료의 로스를 줄이기 위한 디자인입니다.   이런 디자인은 무난하긴 하지만 개성있는 고객을 충족시키지는 못합니다.  이케아를 뛰어넘으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선택받을 수 있을 겁니다.

소재의 차별화를 꾀하라 : 이케아에서 나오는 대중성있는 원목가구는 대부분 소나무와 자작나무로 만들어 집니다.  둘다 밝은 색의 나무죠.  그렇다면 이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저렴하면서도 단단한 하드우드를 찾아서 활용하면 좋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멀바우는 짙은 갈색이 매력적이면서 매우 단단하며 가격도 다른 하드우드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테이블의 상판으로 쓰기 좋습니다.  애쉬나 대나무 집성목도 비교적 무난한 가격대여서 활용이 가능합니다.  전체적으로 하드우드를 쓰면 원가가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프레임은 소나무로 상판과 앞부분은 결이 고운 하드우드를 쓰는 식의 디자인을 개발하면 아름다움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꾀할 수도 있습니다.

그외에 파덕, 월넛, 로즈우드, 흑단 등의 비싼 특수 목재들도 테두리나 포인트 등으로 부분적으로 활용한다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미적인 포인트와 차별성을 줄 수 있습니다.

마감의 차별화를 꾀하라  : 이케아 가구들의 마감은 매우 단조롭습니다.  대량생산 공장의 마감은 스프레이로 하기 때문에 염료와 라커가 유일한 선택입니다.  그러므로 손수 마감을 하는 공방의 경우 이것으로 차별화를 할 수 있습니다.
하드우드의 경우 오일 마감을 통해 깊이감을 주고,  그레인 필링과 러빙아웃을 통해 색다른 느낌으로 결을 돋보이게 하거나,  글레이징을 통해서 앤틱한 느낌을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케아가 줄 수 없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이케아 소비자들이 원하는게 뭔지 찾아라 : 전세계 이케아 소비자들은 이케아 가구를 사서 그냥 쓰기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개조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마감을 합니다.
www.ikeahackers.net이 대표적으로 이케아 가구를 개조한 것을 뽐내는 곳입니다.  이곳을 들여다 보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게 도움이 될 겁니다.



공방의 문턱을 낮추자 

저도 다니면서 공방을 많이 보게 되는데... 대부분의 공방들이 가구를 살 것 아니면 들어오지마~ 라고 외치는 것 같더군요.  이케아 매장들은 대부분은 교외에 위치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큰 마음먹고 가야 됩니다.  그래서 이케아 내에 스낵코너가 있는 거지요.

소규모 공방도 제품을 소개하는 홈페이지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조그맣더라도 디스플레이 공간을 만들어서 카페처럼 꾸미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커피를 저렴하게 팔아도 무방하구요.  도움을 줄 사람이 있다면 상주하면서 고객 상담과 음료 판매를 병행하면 좋을 겁니다.

이케아는 덩치 큰 가구만 파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저렴한 소품들도 많이 판매합니다.  공방에서도 자투리 나무들이 생기는 걸 그냥 화목으로 태우지 말고 매력적인 소품들을 개발해서 전시하고 그것으로 손님들을 끌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트레이, 스텝스툴, 나무 퍼즐, 우든펜,  나무 그릇, 나무 장난감, 쿠미키 등의 소품들도 살 수 있다면 고객들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을 겁니다.


멀리까지 이케아를 찾아가지 않아도, 동네에 있는 목공방에서 소품과 가구를 모두 해결할 수 있으면 모두에게 이득이겠지요.

위기는 곧 기회다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경제 법칙으로...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게 있습니다.  이케아라는 공룡이 우리땅을 유린할지도 모른다는 이 위기감이 오히려 국내 가구 산업의 체질을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구업계가 오히려 세계로 뻗어가는 역량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소규모 공방은 목표 자체가 다르겠지요.  어쨌거나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버틸 수 있다면 어느새 반석 위에 올라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겁니다.  어줍잖은 소견으로 건방떤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만...  목공을 사랑하는 사람의 충정으로 이해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거여~"

참고로 이케아의 오너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젊었을 때 나치에 참여한 전력이 있고, 조세 회피를 위해 본사를 스웨덴에서 네덜란드 델프트로 옮긴 것 등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에 대해 한국인들이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할 계획이 없다고 했으며,  이케아 광명점의 직원을 채용하면서 파트타임 전환을 강요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내놓을 제품들의 가격을 발표했을 때도 외국에 비해 비싼 가격대로 형성된 것 때문에 논란이 많았습니다.  비싼 것을 추종하는 한국인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라 씁쓸하기도 합니다만...  여타 선진국에 비해 비싼 가격대라는 건 납득하기 힘듭니다.  또 하나의 "호갱"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케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아니면 까르푸나 코스트코처럼 지지부진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거나 현지화에 실패하면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고전할 거라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관련한 기사는 프레시안의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 이케아의 '뻘짓', 예고된 것이었다

댓글 1개:

  1. 이케아 팝업스토어에 가본 적은 있는데, 디스플레이는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 제품은 좀 약해 보이더라구요. 특히 벙커 침대류는... 별로 사고 싶지 않더군요. 너무 약해 보여서... 그래도 예쁜 소품이나 페브릭이 많아서 마나님은 좋아하더군요. 저희 식구도 내년 초에 한번 가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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