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6월 11일 화요일

슈퍼싱글 평상형 침대 설계

대전에 있는 10살 조카를 위한 슈퍼싱글 침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침대는 처음 만들어 보는데다가 하중과 충격을 많이 받는 가구라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게다가 부피도 커서 작업시 공간의 확보, 배송 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꼼꼼하게 설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설계 포인트

설계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전체적인 가구의 크기가 될 것입니다. 조카는 슈퍼싱글 침대를 원하더군요. 슈퍼싱글의 경우 매트리스의 크기가 1,100mm x 2,000mm x 250mm 정도 됩니다. 혼자 자기에는 좀 여유있고 둘이 자기에는 좀 부족한 크기이죠. 울 아들내미 침대와 같은 크기입니다.

제가 침대를 설계하면서 고려했던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작은 방에 놓일 것이므로 최소한의 부피를 차지하도록 합니다.

침대는 보통 매트리스가 안으로 쏙 들어가게 만드는 포켓형과 매트리스가 상판위에 얹히는 모양인 평상형이 있습니다. 울집에 있는 두개의 침대가 포켓형인데 매트리스가 움직이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모서리에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고 매트리스 커버를 갈려고 할 때 손이 끼어서 아주 힘듭니다. 나무 두께의 두배에 해당하는 공간 낭비도 있구요.

반면에 평상형의 경우 매트리스와 크기를 똑같이 만들면 부딪힐 위험이 없어 안전하고 공간도 절약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매트리스 커버를 쉽게 교체할 수 있지만 매트리스가 움직이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용할 때 매트리스가 움직이는 건 그리 큰 불편은 아닌듯하여 평상형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1cm가 아쉬운 작은 방에 놓일거라서요. 그리고 아직 어린 조카도 있구요.

2. 맘껏 기대어도 되도록 튼튼하게 만듭니다.

울 집에 있는 퀸 침대와 슈퍼싱글 침대는 모두 공방에서 만든 것들인데 평상이 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구조이고 헤드보드를 번데기너트와 커넥팅볼트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나름 배송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인데... 제가 예전 습관처럼 침대에 등을 기대면 삐걱~하는 소리가 나면서 헤드보드와 평상이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커넥팅볼트를 8개나 박았는데도 그렇더군요.


헤드보드의 길이가 제법 되나보니 끝부분에서 힘을 가하면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아랫쪽으로 아주 큰 힘이 가해집니다. 그래서 왠만한 결구로는 그 힘을 버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제가 기대어도 될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3. 최소한의 목재량과 최소한의 비용으로 만듭니다.

공방에서 만드는 침대를 보면 하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보강목과 다리를 사용합니다. 저는 견뎌야할 하중에 적당히 버틸만한 구조로 나무를 최소화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부 구조에 사용되는 나무는 SPF 구조목을 사용해서 원목의 튼튼함과 저렴한 비용의 일거양득을 취할 계획입니다. 외부로 노출되는 나무는 대패처리가 잘 된 집성목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4. 분해하여 승용차에 실을 수 있어야 하며, 조립과 분해가 간편해야 합니다.

이 침대가 가야할 곳은 대전이므로 분해하여 승용차에 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분해와 조립이 용이하면서도 조립이 되고나면 내구성에 문제가 없도록 합니다. 이를 위해 적절한 침대철물을 이용할 계획입니다.

전체적인 설계와 치수

슈퍼싱글 매트리스 크기와 똑같은 크기로 평상을 만듭니다. 그러므로 헤드보드를 제외한 부분이 매트리스 크기와 동일합니다.

다리의 높이는 130mm로 합니다. 최대한으로 높인 것인데 향후 로봇청소기가 들어갈 수 있으면서도 일반 청소기로도 청소가 가능한 높이입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보이는 가로대의 높이는 150mm로 하였습니다. 조금 얍실해 보이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지만 이정도가 최대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사용할 거라 너무 높으면 불편합니다. 매트리스의 높이가 230mm 이므로 총 높이는 130 + 150 + 230 = 510mm 정도 됩니다. 매트리스가 체중에 의해 조금 내려 앉으므로 실제로 침대에서 일어날때는 의자와 비슷한 450mm 정도의 높이가 됩니다.

헤드보드의 높이는 대략 1,000mm 정도 잡았습니다. 매트리스 위에 앉았을때 어깨가 닿을 정도의 높이입니다. 헤드보드의 높이가 높을수록 지렛대 효과가 커져 침대에 큰 힘이 가해지므로 최대한으로 짧게 해야 하는데 적어도 어깨 높이 정도는 되어야 하므로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매트리스를 들어내면 상판이 보이는데 상판은 SPF 구조목 235 x 19t를 사용합니다. 도면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구조목 사용 부분입니다. 상판 사이에는 약간의 틈을 줘서 수축/팽창에 대비합니다.


침대의 아래로 들어가보면 가운데 38 x 89 구조목이 가운데를 튼튼하게 받칩니다. 그 중간에는 역시 구조목을 엮어 만든 보조다리가 끼워집니다.


헤드보드 뒷쪽으로 들어가보면 역시 38 x 89 구조목으로 가운데를 지지하고 헤드보드의 지지를 위한 몇몇 볼트 구멍들을 뚫습니다.


다음으로 세부적인 공정계획을 적어봅니다.

풋보드 만들기

풋보드는 아래 도면과 같은 모양으로 단단하게 결합될 모듈입니다. 60x60 각재로 280mm 높이의 다리를 만들고 바깥쪽은 레드파인 집성목으로 두르고 안쪽은 구조목으로 집성하여 38t의 효과를 내어 튼튼하게 만듭니다. 구조목은 바깥쪽 가로대와 19mm 단차가 나도록 해서 상판이 걸쳐질 턱의 역할도 합니다.


먼저 집성판재와 구조목을 19mm 단차를 둔 상태에서 본드와 피스로 집성합니다. 잘 붙으면 38t 판재가 됩니다. 이 판재와 다리의 연결은 목심과 본드로 합니다.


도면에 있는 푸른색 철물은 헤펠레 침대철물로 다음 사진과 같은 제품입니다. 이 철물은 다른 침대철물에 비해 약간의 평면이 있고 쐐기처럼 박히는 형태라 짱짱하게 결합될 걸로 예상됩니다. 단 세개의 피스로 하중을 버텨야 하므로 튼튼한 피스를 사용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찾은 후보는 전체 나사산으로 되어 있는 스텐피스 지름 4mm에 길이 32mm 짜리를 사용해볼까 합니다. 지름 5mm 이상되는 나사못은 모두 길어서 적당한 걸 찾기 힘드네요.



헤드보드 만들기

헤드보드와 풋보드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면 완전한 평상형으로 만들기가 간편하지만 침대에 앉아 책을 보거나 할때 벽에 몸이 닿아서 벽이 지저분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몸을 기댈 수 있는 헤드보드를 둡니다. 헤드보드의 주요 치수는 아래 도면과 같습니다.

등받이 부분의 판재는 풋보드에서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크기를 사용해 전체적인 일관성을 부여합니다. 외부에서 나사못 흔적이 보이지 않도록 대부분 목심+본드 작업을 하며, 뒷판과 같이 안 보이는 부분은 속도를 위해 피스+본드로 결합합니다. 아랫쪽 구조목 대는 부분에는 분해/결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볼트 구멍이 타공됩니다.


헤드보드의 상단에는 바깥쪽으로 약 10mm 튀어나간 덥개가 올라갑니다. 이는 헤드보드가 튼튼하게 고정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벽의 아랫부분에 몰딩이 있어서 침대 기둥이 벽에 밀착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헤드보드에 몸을 기대면 이 헤드보드가 뒤로 기울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턱이 있음으로 인해서 뒤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간단한 이런 장치가 침대의 내구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외에도 자잘하게 헤드보드를 단단히 고정하기 위한 장치들이 추가됩니다.


가로대 만들기

가로대 역시 150mm 높이의 집성판재와 89mm 구조재가 집성된 형태입니다. 길이는 1,940mm이고요. 양 끝에 헤펠레 침대철물이 연결됩니다. 오른쪽 끝의 노란 구조물은 헤드보드가 넘어가지 않도록 보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속에 짱구너트(Cross Dowel)이 들어가고 헤드보드 쪽에서 코넥팅볼트로 짱짱하게 연결됩니다.


가운데 보강목 결합

가운데 보강목은 38x89 구조목을 세로로 세워서 넣습니다. 가로보다 세로로 넣는 것이 더 튼튼합니다만 침대 철물 중에서는 가로로 넣는 것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세로로 넣을 수 있는 찾아 헤맸는데 다음 사진과 같은 Profiled Plate라는 철물을 찾았습니다. 헤펠레에서 파는거구요. 나사못 머리를 끼우는 방식입니다.


이 철물의 높이 때문에 보강목은 3mm 정도 줄여서 다음과 같은 치수가 됩니다. 그리고 보강목 가운데 아래에는 38 x 89 조각을 엮어 만든 끼우는 다리가 들어갑니다. 특별히 고정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보강목의 풋보드 쪽은 Profiled Plate로 걸어 고정하고 헤드보드쪽은 짱구너트와 커넥팅볼트로 짱짱하게 연결될 예정입니다.


상판 결합

상판은 235mm x 19t 구조목을 이용합니다. 235mm를 쓰면 8장을 깔면 적당한 간격으로 깔립니다. 상판간 간격은 약 13.3mm 정도면 됩니다. 7개의 상판은 길이만 1,064mm로 자르면 되지만, 풋보드와 연결되는 상판은 모서리를 따주어야 합니다.


상판과 가로대/보강목간의 연결은 보통 피스를 많이 사용하지만 분해/결합시 느슨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번데기너트와 볼트를 사용합니다. 상판의 가장자리에 큰 구멍을 뚫는것이 내구성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볼트는 M6가 아니라 M4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상판은 구조목이라 휘어있는 것이 대부분일텐데, 배가 부른쪽을 위로 해서 가운데를 고정해야 평평하게 눌러지는데다가 튼튼하고 수축/팽창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가로대에 뚫어야 할 구멍의 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감

침대는 물이 닿거나 심하게 손때가 타는 가구가 아니므로 투명 수성스테인만 2회 바르는 걸로 합니다. 오일스테인도 생각했습니다만 도포 후 건조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냄새가 심해서 집에서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다리의 경우 청소기 등이 닿아 손상이 될 우려가 많으므로 무광 바니쉬 마감을 해줍니다. 바니쉬를 바르면 찍힘이 덜하고 때가 타도 쉽게 닦아낼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대패 가공을 꼼꼼히 해서 매끈한 촉감을 구현할 생각입니다.

재료 구입처 및 비용

레드파인 집성판재는 아이베란다에서 구조목은 나무좋아요에서 철물은 헤펠레샵에서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상세한 주문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베란다 주문내역 (\121,900)
  • 가로대 2개 : 레드파인 18t : 150 x 1,940 =\19,000 x 2 = \38,000
  • 세로대 6개 : 레드파인 18t : 150 x 980 = \9,500 x 6 = \57,300
  • 윗뚜껑 1개 : 레드파인 24t : 70 x 1,100 x 18t = \7,600
  • 다리 1개 : 레드파인 60x60x300 = \2,800
  • 침대철물 헤펠레(조) 2세트 = \3,300 x 2 = \6,600
  • 스텐피스 32mm 2묶음 40개 = \1,000 x 2 = \2,000
  • 커넥팅볼트 70mm M6 12개 = \700 x 3 = \2,100
  • 목심 10mm x 30mm 40개 = \800 x 2 = \1,600
  • 피스 50mm 40개 = \700 x 2 = \1,400
  • 피스 32mm 100개 = \500 x 5 = \2,500

나무좋아요 (75,300 + VAT = \82,830)
  • 다리 : 레드파인 집성각재 60x60x2400 1개 = \12,000 + 재단 \1,000 = \12,500 (1,000에서 두번 자르기)
  • 가운데보 : SPF구조목 38x89x3600 1개 = \6,300 + 재단 \500 = \6,800 (2,000에서 자르기)
  • 가로대 2개 : SPF구조목 19x89x3600 2개 = \4,000 x 2 + 재단 \500 x 2 = \9,000 (2,000에서 자르기)
  • 상판 8개 : SPF구조목 19x235x3600 3개 = \14,500 x 3 + 재단 \1,000 x 3 = 46,500 (1,100에서 두번 자르기)

다음 도면은 재단 요청 사항입니다.


헤펠레샵 (11,460 + 배송비 2,500 = \13,960)
  • 프로파일드 플레이트(273.56.010) 2개 = \650 x 2 = \1,300
  • M4 8mm 번데기너트 (030.00.100) 40개 = \800 x 4 = \3,200
  • M4 26mm 스크류 (022.35.261) 40개 = \480 x 2 = \960
  • 짱구너트 M6 (264.82.020) 10개 = \700 = \700
  • 원피스커넥터 10mm x 38mm (264.42.091) 10개 = \500
  • 코너브라켓 70mm 4개 = \1,200 x 4 = \4,800
마감 (G마켓 등 = \11,500)
  • 자스민우드 투명스테인 500cc = \7,000 + \2,500 = \9,500
  • 오공본드 205 팩 = \2,000

해서 총 비용은 23만원 소요 예정입니다. 원목 슈퍼싱글침대가 DIY 반제품이 대략 30만원이 넘고 공방에서는 50~60만원 정도이니 나름 경제적인 DIY입니다.

부피가 큰 가구이고 하중을 많이 받는 가구라 걱정은 되지만 무엇이든 처음이 있는법, 첫 침대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라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자재 주문 곧 들어가고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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