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6월 3일 월요일

나무로 만들어진 샤프를 선물받다

우드워커에서 강퇴당한 후 나가세(나무로 가는 세상) 카페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우드워커에 비하면 회원이 2천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카페지만 소수정예라는 말이 딱 맞는 정이 넘치고 다양한 분야들의 고수들이 즐비한 카페입니다.

나가세에는 우드펜을 본업으로 혹은 취미삼아 만드시는 고수분들이 꽤 있습니다. 이 분들이 가끔 만드신 펜, 샤프, 만년필을 무료로 카페 회원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합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죠. 

이날도 우드펜 나눔을 한다는 꼬챙이(대방동)님의 게시글을 보고 들어가 봤더니 3세트를 나눔하는데 두 분만 신청하셨더군요. 그래서 잽싸게 줄을 섰습니다. 그리고 당첨~



손들자 마자 곧 답이 와서 주소3종 (이름, 주소, 전화번호)을 쪽지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배송비는 선불로 드릴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좌번호를 알려주시지 않으시더군요. 보통 이런 나눔은 착불로 보내는데 수신인이 부재중이면 다시 보낸 사람에게 돌아가는데 이 때 배송비를 보낸 사람이 내게 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배송비는 선불로 하는 것이 좋아 그러겠노라 했는데 답이 없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사무실로 택배가 하나 왔습니다. 그런데 배송비를 받지 않네요. 이미 선불로 계산하셨다고... 나눔을 하면서 배송비까지 손수 부담하신 겁니다. 진정한 나눔의 정신입니다. 너무 고마워서 사진을 찍은 뒤에 다음날 감사의 말을 간단히 게시글로 올렸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깔끔한 박스에 포장되어 왔더군요. 이 포장박스도 다 비용이 들텐데요...


열어보니 어떤 나무로 만들었는지 적혀있네요. 밝은 핑크색의 나무가 너도밤나무(Beech)이고, 노란색의 나무가 아까시나무입니다. 그리고 붉고 짧은 나무가 자두나무입니다. 글씨로 나무 이름을 넣어주셔서 쉽게 판별할 수 있었습니다.


마감은 오일로 된 듯 하고 두께가 얇아서 남자보다 여자손에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자두나무로 만들어진 짧은 건 뭘까하고 알아보니 스마트폰에 터치를 할 수 있는 터치펜이더군요. 끝부분에 이어폰 구멍에 끼울 수 있는 쐐기가 있어 스마트폰에 단단하게 고정이 되어 아래 사진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액정에 지문이 묻는게 싫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나 봅니다. 아니면 겨울에 손시러워서 장갑벗기 싫을때나...


마눌님이 이런 필기구를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원래 마눌님 하나 주고 하나는 조카를 주려고 했는데 마눌님이 모두 가져가 버렸습니다. 하긴 처음으로 접해보는 나무샤프이니 좋을 수 밖에요. 그래서 제가 내가 만들어 줄테니 목선반 사줄텨? 했더니 그냥 계속 나눔 받으랍니다. ㅡ,,ㅡ

그들은 왜 우드펜을 만드나?

나가세 카페에는 펜파와 비펜파로 파벌이 나뉩니다. 뭐 파벌이라기는 그렇고 펜을 깍은 부류의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거죠. 비펜파는 주로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이구요. 저도 물론 비펜파에 속합니다. 펜 만드는 일이 어떤 중독성이 있길래 그렇게 계속 만드는지 궁금해서 다음과 같이 나가세 카페에 질문을 올려봤습니다.

펜파께 질문, 펜만드는게 왜 재밌어요?

펜 만드신거 보면 예쁘고 좋긴한데... 만드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샤프 아니면 만년필 두 종류 밖에 없고, 조그만 나무 들고 톱밥 맞아가며 계속해서 만들만큼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건가요?

저만 해도 이제 곧 테이블 하나를 전에 만든 것과 똑같은 크기, 똑같은 나무,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시작하기도 전에 지루해질라고 하거든요. 펜 만드는 건 어떤 재미가 있는건지 궁금해요. 진짜 재밌으면 저도 한번 해볼까하고... ㅋㅋ

이렇게 질문을 올렸더니 순식간에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 댓글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손맛이 죽인다.
  - 결과물이 빨리 나와 성격급한 사람들에게 좋다.
  - 선물하고 베풀기 좋은 아이템이다.
  - 목선반은 조용해서 집에서도 펜을 만들 수 있다.
  - 나무를 깍으며 드러나는 속살 무늬결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 6개월만 꾸준히 하면 고수의 반열에 오른다.
  - 성취감 및 자기만족도가 높다.
  - 마감이 쉽고 여러가지 마감법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대충 이렇게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베란다 공방족이지만 들여놓고 싶은 기계가 있다면 비교적 조용한 드릴프레스, 스크롤쏘, 목선반 이 세가지입니다. 그 중에서 저는 아래 사진같은 나무 도자기를 보고 목선반을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클 때까지는 집에 위험한 기계 들일 생각을 마라는 마눌님의 엄명에 그냥 이미지 트레이닝만 하고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이런 나무 도자기나 펜을 만들 수 있겠죠.

그나저나 계속 받기만 해서 마음이 참 그런데... 비펜파인 저도 뭔가 나눔을 해야할 듯 합니다. 그런데 별로 할게 없네요. 자투리 나무나 스피커와 같은 안쓰는 IT제품들... 아니면 큐브봇을 만들어 돌릴까요? 저의 이 취미생활이 단순히 이런 카페내에서의 나눔에 머물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이나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로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 결론은 나가세에 가입하면 가끔 이런 횡재도 할 수 있다는겁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