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6월 14일 금요일

장부맞춤 멀바우 벤치 만들기

벌써 세번째 멀바우 벤치입니다. 하나는 사개맞춤으로 만들어서 처제네로 분양되었고, 하나는 ㄱ자맞춤으로 만들어서 울집 식탁 아래에 오롯이 앉아있고 지금 만드는 장부맞춤 벤치는 아들내미 책상에 놓일 놈입니다. 멀바우 910x2400x18t에서 상판을 잘라내면 딱 벤치를 만들만한 폭 300mm에 길이 1,000 ~ 1,100mm의 판재가 세개 나옵니다. 그 세번째 상판으로 마지막 벤치를 만듭니다.

장부맞춤이란 아래 사진처럼 암장부 구멍(Mortise)에 숫장부(Tenon)을 끼워넣는 전통적인 방식의 결구법입니다. 장부맞춤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인 형태는 저렇습니다. 장부와 구멍사이에 본드를 발라서 결구를 더 튼튼하게 하구요. 숫장부는 등대기톱으로 비교적 힘들지 않게 가공할 수 있는데 암장부 구멍의 경우 각끌기가 없으면 땀 좀 흘릴 각오를 해야 합니다.


장부맞춤 벤치 설계

이번 벤치의 전체적인 외형의 크기는 ㄱ자맞춤 벤치와 동일합니다. 1,100 x 300 크기에 450mm의 높이입니다.


장부와 장부구멍을 표시한 도면입니다. 에이프런과 다리의 연결을 장부맞춤으로 하는건데 에이프런이 18t 밖에 되지 않으므로 양쪽에서 턱가공을 하면 장부가 너무 얇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한쪽만 5mm 턱 가공을 해서 13mm 두께에 높이 45mm 그리고 깊이 15mm의 장부로 설계했습니다. 깊이 15mm로 정한 이유는 다리의 두 면에 장부구멍을 내는데 15mm 이상이 되면 구멍끼리 서로 관통이 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15mm 장부길이가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차차 보시죠.

숫장부 가공

먼저 가재단된 에이프런을 정확한 길이로 다시 재단합니다. 긴 에이프런 두개, 짧은 에이프런 두개의 길이가 같아야 하므로 끝을 맞추어 겹쳐 두 판재를 한꺼번에 톱질합니다. 빠르게 작업 가능하고 같은 길이로 절단이 가능한 유용한 팁입니다.


에이프런의 양끝에 콤비자를 이용하여 숫장부의 크기대로 그림을 그려줍니다. 잘라내어 버릴 부분에 x표를 해주면 헷갈리지 않고 좋습니다.


되도록이면 이런 선을 그릴때는 네개의 면 모두를 그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등대기톱으로 장부가공을 할 때 몸쪽과 부재 너머쪽 모두 재단한 선을 따라 톱질이 되는지 확인해야 수직으로 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밀한 가공일 수록 톱자루를 짧게 쥐고 가볍게 톱질하는 것이 좋습니다.


좀 시간은 걸리지만 별로 힘들이지 않고 숫장부 가공을 마쳤습니다. 오롯이 세워두니 예쁘네요.


장부구멍 가공

이제 다리에 장부구멍을 팔 차례입니다. 먼저 레드파인 50x50 각재로 430mm 길이로 네개를 절단합니다.


장부구멍이 파질 위치를 도면을 참고해서 그려줍니다. 그리고 각 장부구멍과 숫장부에 구별할 수 있는 표식을 해주세요. 끌로 피팅을 해야 해서 각 구멍과 장부마다 약간씩의 오차가 생기므로 조립과정에서 바뀌지 않는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끌질을 쉽게 하기 위해 드릴로 장부구멍 안쪽을 동일한 깊이로 파줍니다. 이 경우 15mm 깊이로 드릴링 합니다.


그리고는 끌로 파냅니다. 여섯 글자로 표현했지만 사실 이 과정이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고 힘들었던 과정입니다. 너무 힘들어서 지렛대처럼 끌을 기대어 팠더니 구멍 아랫쪽에 눌린 자국이 심합니다. 밀어서 끌질할 때는 섬유질을 끊는 것이 어렵습니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날카로운 컷터칼로 슬슬 잘라주면서 하니 한결 편하더군요. 그것도 구멍이 얕을때 할 수 있는겁니다. 구멍이 깊어지면 끌을 90도 돌려서 끝부분을 꾸욱 꾸욱 눌러주어 각개격파한 뒤에 섬유질을 끊어주면 그나마 낫습니다. 다리의 어느쪽에 구멍을 팔 것인가를 결정할 때 옹이가 있는 부분은 피해서 정했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옹이라도 걸렸으면 아마 그냥 톱으로 잘라버리고 다시 본드로 붙이는 방법을 썼을지도 모릅니다. ㅡ,,ㅡ


장부맞춤의 어려움은 피팅(Fitting)이 참으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약간 빡빡한 듯 하여 살짝 구멍을 넓히면 이내 헐렁해져 버립니다. 중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끌이 아니라 사포로 장부를 살살 깍아내야 했나 봅니다. 이미 넓어져 있는 구멍은 얇은 나무를 본드를 발라 붙여 구멍을 좁힌 다음 다시 피팅하는 방법도 있고, 아래 사진처럼 두꺼운 종이를 본드로 장부에 붙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짧은쪽 에이프런과 다리를 본딩하여 결합하였습니다. 장부맞춤에는 어느 정도 유격이 있으므로 다리와 에이프런이 직각이 되도록 잘 확인하면서 클램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구멍이 헐렁해서 종이를 붙였던 그 장부가 참으로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다리 아랫쪽을 잡고 좀 당겼더니 허걱~ 뚝하고 장부구멍 윗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다리가 분리되었습니다.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아주 큰 힘이 가해진 거죠. 아까 장부를 끼워넣을때 좀 무리해서 넣었더니 빠각~하는 소리가 났던 바로 그 다리입니다. 빠각하는 소리와 함께 장부구멍에서 다리 상단으로 이어지는 금이 생긴거죠.

게다가 끌로 좀 많이 다듬어 헐렁해져 종이를 덧대었는데 이게 여러장의 종이가 겹쳐진 두꺼운 종이라 문제가 되었습니다. 마치 합판같은 형태로 두꺼운 종이가 만들어졌더군요. 목공본드에 의해 양쪽 표면의 종이는 잘 붙어있는데 가운데 부분이 분리가 되어 미끄러지는거죠. 역시 종이보다는 나무를 얇게 썰어서 덧대야 했습니다. 아니면 얇은 종이를 일일이 본딩하여 붙이던가요. 혹은 얇은 무늬목 단판이 있으면 이럴때 유용하게 쓰이겠더군요.



어쨌든 다시 잘 손을 봐서 부러진 부분을 본딩하여 끼워넣었습니다. 이제 긴 에이프런의 중간에 보강목을 넣을 차례입니다. 보강목의 길이를 정하려고 실측을 해보는데 도면상의 수치와 차이가 많이 납니다. 긴 에이프런이 육안으로 보기에도 확연하게 안쪽으로 휘어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한쪽 끝을 클램핑하니 반대편이 저렇게 벌어집니다. 그래도 다행히 방향은 잘 잡은거죠. 가운데에 설계 치수대로 보강목을 넣고 양쪽은 장부에 끼워지니 팽팽하게 고정이 될 겁니다.


중간 보강목 마구리에 목심을 박고 도웰마스터를 이용하여 긴 에이프런에 구멍을 냅니다.


그리곤 본딩하여 잘 결합합니다.


이제 긴 에이프런 양끝에 본드를 바르고 장부 구멍에 동시에 끼워넣습니다. 그리고 바로 클램핑~ 해야 하는데 저한테 이렇게 긴 클램프는 없습니다. ㅡ,,ㅡ 이럴때 필요한 건 전에 사서 창고에 모셔두었던 자동바(라쳇바)입니다. 자동바는 밴드클램프 대용으로 이렇게 긴 부재를 둘러싸는 방식으로 클램핑할 수 있습니다.

자동바는 아주 강한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부재에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클램핑 조를 만들어두었는데 찾지 못했고... 급하게 마스킹 테이프를 네 모서리에 붙이고 클램핑을 했습니다. 이러면 끈이 지나가면서 생기는 자국은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부의 유격때문에 다리와 에이프런이 직각이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직각자로 모든 다리를 확인하고 직각이 되도록 잘 유지하면서 본드를 말려야 합니다.


본드가 마른 뒤에 뒤집어서 평평한 마루에 놓아 보았습니다. 예측대로 심하게 많이 뒤뚱거리더군요. 이건 긴 에이프런이 휘어져 있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에이프런과 상판이 8자철물로 단단하게 결합되면 에이프런의 휘어짐도 어느 정도 보정이 되니 그냥 공정을 계속 진행합니다.


코너 보강을 하다

아까 부러진 장부구멍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물론 손으로 잡고 힘을 주어도 흔들거리지는 않습니다만 계속해서 맘에 걸립니다. 그래서 차마 내키지는 않지만 코너보강목을 대기로 했습니다. 코너보강목은 아래 사진같은 형태로 나무로 만들어지며 상업공방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실측을 통해서 길이를 정한 다음 최대한 정확하게 45도로 양 끝부분을 잘라주면 됩니다. 19x38 구조목 자투리를 이용했습니다.


45도면과 에이프런은 본드까지 발라주고 나사못 다섯개로 고정합니다. 나사못이 에이프런을 뚫고 나오지 않도록 각도와 깊이에 신경써야 합니다. 벤치의 폭이 좁아서 짧은쪽은 사선으로 박아야 합니다. 보강을 하고 나니 한층 더 튼튼해진 것 같은 심리적 안정감이 들더군요. 아이가 쓰는 벤치인데 부실하면 안되겠죠.


상판 연결과 마감

사실 상판을 연결하면 8자철물이 에이프런을 잡아주기 때문에 장부가 구멍에서 빠질 일은 없습니다. 이 모든 구조가 모두 결합되어서 벤치의 견고함이 결정되는 거겠죠. 게다가 상판이 멀바우라 웬만해서는 휘지 않기 때문에 아래 프레임과 다리에 골고루 힘이 가해집니다. 15mm 보링하고 8자철물을 연결합니다.


마감을 합니다. 투명 수성스테인 한번 바르고 바니쉬 두번 발랐습니다.


어느덧 해가 졌네요. 완성입니다. 상판이 연결되어 휘어진 에이프런을 꽉 잡아줘서 다리가 뒤뚱거리는 것은 어느정도 해결되었으리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약 1mm 정도의 다리 들림 현상이 있네요. 애매합니다. 혹시나 해서 실제로 이 벤치가 놓여질 방에 가져다 놓으니 이제 다리가 다 바닥에 밀착이 됩니다. 도대체 어디가 평이 안맞는지 모르겠네요. 마루가 안맞는건지 방이 안맞는건지... 집에서 어디가 정반인지 찾아봐야 겠습니다.


아직 아들내미 책상이 안만들어져서 아직은 혼자 덩그러니 있습니다. 이번 레드파인 각재는 좀 짙은색이 왔네요.


다음날 아들내미 책상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놓아보았습니다. 책상의 다리는 하얀데 벤치의 다리는 붉은색이라 묘한 대조가 되네요. 몇몇 실패의 과정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다 회복 가능한 실패들이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해서 아들방의 큰 가구가 하나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책장을 약간 손봐야 하는데...


뭐가 문제였나?

뭐가 문제여서 코너보강목까지 대어야 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장부의 길이가 너무 짧았다는 점입니다. 불과 15mm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 외국의 목공 잡지들을 보니 적어도 1인치는 되어야 한다는군요. 장부 길이가 짧으니 끌질을 약간만 해도 헐렁해지기 일쑤이고, 유격도 많고, 본드가 발라지는 면적도 적어 견고함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리에 장부구멍이 관통이 되더라도 충분한 길이로 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반성하는 의미에서 수정 도면을 그려봤습니다. 장부의 길이를 25mm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리의 양쪽 암장부가 약간씩 겹치면서 관통이 되더군요. 그리고 양쪽의 장부 끝이 살짝 닿습니다. 그렇다면 약 3mm 정도의 닿는 장부를 대패로 살짝 모서리따기 해주면 장부간의 간섭도 없어지고 깊이 장부를 넣을 수 있어 한층 견고한 결합이 되었을 겁니다.


결합되면 이런 모양이 되겠지요. 왜 이 생각을 진작에 못했는지 참 아쉽습니다. 여하튼 이번 작업을 통해 장부의 길이는 무조건 25mm 이상이라는 중요한 지침을 터득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