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안녕들 하십니까?

오늘 우연히 접하게 된 숨겨진 뉴스를 보고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고려대에 다니는 한 학생이 손으로 갈겨 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가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 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이란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 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 말 한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라면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 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 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는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97~98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겅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 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 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없이 살고 계시냐고,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 없으신가 혹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 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

경영08 현우



저... 나름대로 공부도 잘했고 IT쪽 기술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건 30대 잘 나갈 때의 얘기입니다. 40줄에 들어서고 이제 45살이 되는 저는 머리 도는 것도 예전같지 않고 체력과 집중력도 많이 딸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 솔직히 걱정 됩니다.

회사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지만 이건 반대로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회사의 여건도 많이 나빠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더군요. 예전 같으면 신경도 안 쓸 일이지만 이제는 구조조정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기까지 합니다.

가끔 야근을 하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만일 회사가 더 어려워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45살의 제가 지금 구직 시장에 나가게 되면 과연 지금 받는 만큼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 그걸 떠나서 이 업계에서 적지 않은 나이인 제가 새로운 직장을 잡을 수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됩니다. 혼자 몸도 아니고 아내와 자식까지 딸려 있으니 더 그렇습니다.

젊을 때는 어디가 파업하네, 누가 해고되었네 하는 뉴스를 접해도 별 느낌이 없었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설마 제가 회사에서 짤리겠냐? 더럽고 치사해서 회사를 관둬도 내가 갈 곳은 널렸다라는 치기가 있었죠.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저 마음 속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분들 입장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고 답답했을 지 충분히 상상이 됩니다. 그래서 그들이 고달픈 농성을 할 때 먼저 손을 내밀어 도와 준 천주교 신부님들이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이번 철도 파업으로 수천 명이 직위해제되었다는 소식도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노조라는 조직이 있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칠 수 있습니다. IT쪽 업계는 거의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넋놓고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당할 수 있는 불행이기에 남이 당한 불행을 모른체 하지 않는 것, 서로 힘이 되어주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즉 "연대의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듭니다.


제가 지금 당장 잘리지 않고 적어도 55세까지 일한다 치더라도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가 서구 유럽처럼 복지국가라면 적어도 굶어죽지는 않겠구나라는 안심이 되겠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복지정책 후퇴를 보면 그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공약을 믿고 투표를 하는데 그 약속을 가벼이 여기니 이 또한 참담한 일입니다.

늦게 자식을 가진 저는 환갑이 될 때 아들이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런데 무직 상태에서 그 비싼 대학등록금을 어떻게 감당할 지 걱정이 됩니다. 유럽처럼 학비가 무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반값 등록금이라는 약속이라도 지켜졌다면 이렇게 큰 걱정이 되지는 않을 텐데요.

물론 저도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식구들을 먹여 살리겠지요. 하지만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한 대학생의 대자보를 보면서 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 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무심코 지나쳤던 과거와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뭘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없는 지금의 무기력함 때문일 겁니다.

적어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우리 동료 노동자들, 자영업자들,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려운 젊은이들, 당장 끼니가 걱정인 수많은 가난한 노인들... 남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이 분들이 조직하여 저항할 때 흉보지 말고 마음으로 글로 후원으로 응원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 도덕 시간에 배웠던 것... 남의 어려운 처지를 살피지 않고 혼자 잘 살려고 하는 것보다 같이 잘 살려고 노력하는게 미덕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실천했던 분들을 훌륭한 분들이라고 그 삶의 방식을 배워 왔더랬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어떻게...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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