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9월 24일 수요일

아들을 위한 높은 의자 만들기

일반적으로 요즘 성인 기준으로 테이블의 높이는 750mm, 의자의 높이는 450mm로 정합니다. 그래서 저희 집 테이블과 의자들도 다 이 기준으로 만들었거나 샀죠. 그런데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 쯤 되니까 책상에 앉아서 뭐 할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의자가 아들 기준으로 너무 낮다 보니 의자 위에서 꿇어 앉습니다. 이걸 여러번 본 저는... 목공을 한다는 아빠가 아들에게 딱 맞는 의자 하나 안 만들어 줬냐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의자 만들기를 고민했습니다.

의자 설계

의자를 설계하기 앞서서 아들의 신체 지수를 좀 측정해 보았습니다. 키는 대략 110cm 정도 되고, 무릎에서 발바닥이 대략 27cm, 무릎에서 엉덩이 끝까지가 대략 28cm 정도 였습니다. 그러므로 좌판의 깊이는 28cm 정도로 하고, 좌판에서 다리 받침의 거리를 27cm로 정해서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의자는 재료는 별로 들지 않지만 하중이 많이 걸리는 가구라 만들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가구 하시는 분들도 드는 품에 비해서 가격을 많이 받지 못한다며 기피하는 품목이기도 하죠. 등받이와 다리가 멋지게 휘어있는 구조는 소량 생산하는 경우에는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듭니다.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원목 의자들은 대부분 자동화된 CNC 기계에 의해 부품이 가공되고 조립되는 대량 생산품입니다.

수공구만 가지고 있는 저로서도 등받이 있는 의자는 애초에 무리가 있습니다. 직각으로만 된 옛날 초등학교식 의자라면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의자는 무게 중심때문에 뒤로 넘어가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다리는 5도 정도로 밖으로 나가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등받이는 몇일을 고민하다가 조립식으로 끼워 넣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스툴과 같은 식으로 만든 뒤에 등받이를 끼워 세우는 방식이면 수공구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고려사항은 무게였습니다. 우리집에 있는 의자들은 다 무게가 좀 나가서 아들이 들어 옮길 수 있는 의자가 없습니다. 아들을 위한 의자를 만들면 공부방에서도 쓰고 식탁에서도 써야 하는데 아들이 들고 옮길 수 있는 정도의 무게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하드우드들은 애초에 배제했습니다. 집에 구조목 자투리가 좀 남아있고 해서 이를 활용하고, 깔을 맞추기 위해 나머지 부속을 만들 나무도 구조목 1인치 보드(19t)를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설계된 모양이 아래와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19t 구조목을 사용했고, 실제 필요한 치수보다 다리를 더 길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아들을 앉혀보고 다리를 자를 요량입니다. 등받이가 다리 바깥을 싸는 구조라 좀 어색해서 등받이 아랫부분은 테이퍼링을 할 겁니다. 전체적으로 도브테일 모양의 끼워맞춤을 적용하고 부분적으로 목심과 피스를 사용할 겁니다.


전체적인 결합 방법과 치수는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먼저 노란색의 다리 구조 두개를 만듭니다. 도브테일 모양으로 만들어서 끼우는데, 구조상 다리가 벌어지는 방향으로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잘 버틸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리 두개를 연결하는 것은 윗쪽 에이프런은 목심으로 연결하고 아랫쪽은 도브테일로 끼웁니다. 등판도 목심으로 구조를 만든 다음 좌판의 뒷쪽에 파여진 턱에 등판 기둥의 홈을 끼우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스케치업으로 템플릿 만들기

수공구로만 작업하는 경우에는 직각이 아닌 재단과 피팅이 매우 어렵습니다. 예전에 3도 경사 스툴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 자르는 것마다 미세하게 각이 틀려서 조립에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 의자도 마찬가지로 5도의 경사를 주는데다가 다리 자체가 테이퍼링되어 있고, 도브테일 모양마저 각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무개나 자로는 도저히 나무에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정도입니다.

woodgears.ca의 매튜씨가 스케치업으로 실제 크기의 템플릿을 만드는 걸 보고 영감을 얻어, 저도 복잡한 모양의 장부 만들기와 애매한 각의 조립을 위한 실제 크기의 템플릿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실제 크기로 스케치업 모델을 인쇄하는 방법은 관련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두개의 장부 모양을 인쇄해서 실제 크기와 비교를 해 보았습니다. 도면 상으로는 253.3mm 인 아래 부분의 길이가 실측을 해보니 대략 253mm 정도로 나오네요. 거의 정확하게 인쇄가 됩니다.


다리가 조립된 모양도 실제 크기로 인쇄를 합니다. 이 경우 A4지 한장에 출력을 못하고 4장으로 나뉘어 출력됩니다.


조립된 다리 모양은 4장의 종이를 테이프로 붙여서 하나의 큰 템플릿을 만들었고, 장부 모양의 템플릿은 대충 자른 다음 뒤에 두꺼운 종이를 풀로 붙인 뒤에, 칼로 정확하게 잘라 만들었습니다. 이 템플릿에 대고 연필로 그림을 그려야 하니 두꺼운 종이를 꼭 붙여야 합니다. 만일 이런 템플릿을 계속해서 써야 한다면 아예 종이에 폼보드를 붙여서 오리는 것이 더 튼튼하고 좋습니다.


다리 만들기

의자의 다리는 89mm x 550mm x19t 판재를 대각으로 잘라서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판재에서 두개의 다리가 나오므로 효율적입니다. 나무도 아끼는 방법이지만 사실 손톱으로 켜는 횟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려는 이유가 더 큽니다. 아래 도면처럼 양 끝에서 30mm 지점에 표시를 하고 긴 선을 긋고 이 선에 맞추어 켜기를 합니다.


실제 89mm 판재에 선을 그렸습니다.


전에 만든 톱가이드를 이용하여 절단선을 따라 5mm 정도 금을 낸 후, 등대기톱으로 마무리 합니다. 톱가이드가 있으니 이런 켜기도 별로 두렵지 않네요. 


그래도 손톱으로 켜다보니 자른 면이 거칩니다. 블럭대패로 거친면을 다듬어 줍니다. 그런데 제가 가운데 부분을 너무 많이 파서 전체적으로 완만한 곡선이 되어 버렸네요. 주의할 부분입니다. 쇠자를 올려놓아 보면서 대패를 쳤어야 하는데... 일단은 그냥 갑니다.


 이제 사선다리를 연결할 짧은 지지대를 만들 차례입니다. 각도가 있는 도브테일이라 아까 만든 템플릿을 대고 연필로 선을 긋습니다. 그런데 도면상에는 38mm로 그렸는데 실제 나무는 36.5mm 정도네요. 이럴 경우는 당황하지 말고 윗쪽이든 아랫쪽이든 기준을 정해서 한쪽으로 모두 맞추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네개의 지지대에 모두 연필로 선을 그렸습니다. 이제 톱질을 할 차례입니다. 


등대기톱으로 신경써서 잘 톱질합니다. 이건 뭐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요. 연습을 많이 할 수 밖에...


이렇게 재료가 일단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이 의자를 설계하면서 가장 걸렸던 부분이 사선다리의 윗부분에 암장부를 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암장부를 팔 부분이 다리 상단에서 불과 20m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자칫하면 뚝 부러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잔머리를 좀 굴려서 합판의 원리처럼 직각결의 방향으로 하드우드를 본딩하여 부분 집성하기로 합니다.


이 하드우드는 애쉬 10t 쫄대입니다. 두께가 얇아도 엄청 단단합니다. 이 쫄대가 들어갈 부분을 톱으로 잘라내고 본드를 듬뿍 발라서 클램핑하여 말립니다. 


자 이제 다리에 암장부 자리를 그려야 합니다. 아까 4장 인쇄해서 붙여 놓았던 템플릿에 사선다리를 맞추어 두고, 역시 짧은 템플릿을 올려놓고 암장부를 그리는 겁니다. 그런데 자꾸 다리가 움직여서 애를 먹었습니다. 스카치테이프를 둥글게 말아 양면테이프 처럼 만들어 종이에 붙여 고정했더니 그나마 좀 편합니다.


이렇게 해서 암장부 그림도 다 그렸습니다. 


등대기톱으로 암장부의 옆면을 자르고 끌로 아랫부분을 따내는 방식으로 암장부를 만듭니다. 이런식으로 관통되는 장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품이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빈틈도 좀 있고 각도도 조금씩 틀리고 그렇네요. 그래도 오차가 한방향으로 난게 아니라 여러방향으로 나다보니 전체적으로는 대충 딱 들어맞는 모양새입니다. 이게 핸드메이드의 매력일까요?


제가 정반으로 사용하는 옛날 MDF 식탁 상판을 놓고 본딩 작업을 합니다. 뭐 딱히 클램핑하기는 애매하더군요. 대부분 꽉 끼게 들어가서 평면만 잘 유지되게 두고 본드를 말립니다.


다리 프레임 조립

테이퍼링 된 다리를 약간 각을 줘서 결합했기 때문에 다리 구조의 윗 부분은 평면이 아닙니다. 양쪽 끝이 약간 올라가 있습니다. 대패를 이용하여 튀어나온 부분을 날려줍니다. 중간중간 쇠자를 대어서 평면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프레임의 윗쪽은 목심으로 연결합니다. 목심은 이제껏 많이 다루었으므로 과정은 생략합니다. 이렇게 좁고 비정형인 경우에는 도웰포인트를 쓰는게 좋습니다. 


윗쪽의 두 에이프런을 목심과 본드로 결합하고 클램핑을 합니다. 이때 직각 여부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평행사변형으로 틀어지면 여러모로 애로가 많습니다.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래쪽 보강대, 즉 발받침을 만듭니다. 발받침은 도브테일 방식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포인트를 주기 위해 목요공방 벼룩에서 건진 파덕 각재를 사용했습니다. 붉은색의 톱밥이 아주 고혹적입니다. 그리고 결이 없는 열대수종이라 톱질한 면이 칼로 자른 것처럼 아주 매끈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소프트우드의 경우 톱질 자국이 많이 남는 편이라 마무리가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외려 하드우드가 짜맞춤하기에 더 편하다고 하나 봅니다. 


다른쪽 아래 보강목은 스프러스를 사용합니다.


 다리가 조립된 상태에서 암장부를 팝니다. 조립된 상태에서는 이런 작업을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어디까지 조립하고 장부가공을 할 것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다행히 딱 들어 맞네요. 본딩을 한 다음 이번에는 아랫쪽을 단단히 클램핑합니다. 역시 직각 체크 중요합니다. 


이렇게 해서 아랫쪽 프레임이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에 좌판만 얹으면 스툴이 되는 거죠.

등받이 만들기

이제 등받이를 만듭니다. 등받이 기중은 89mm 판재를 켜서 60mm로 폭을 줄이고 이것을 사선 절단하여 만듭니다. 길이가 300mm 밖에 안되므로 그냥 선만 그어놓고 켜기를 합니다. 


사선 절단을 하고 절단면 대패질과 사포질을 해서 다듬어 놓았습니다. 


등받이 기둥이 툭 튀어나오는 모양이라 거슬리므로 아랫쪽을 톱으로 45도 날립니다. 그리고 대패와 사포로 매끄럽게 마무리합니다. 


등받이 윗쪽은 89mm 폭, 아랫쪽은 38mm 폭의 각재를 썼습니다. 역시 목심으로 등받이와 등받이 기둥을 연결합니다. 


클램핑으로 단단히 죄어 본드가 마르길 기다립니다. 


상판 가공과 등받이 연결

이제 상판을 가공할 차례입니다. 상판은 예전에 책장을 만들고 남은 285mm 짜리 판재를 재활용합니다. 그런데 1년 넘게 베란다에서 햇볕을 받다보니 엄청난 황변이 와 있습니다. 대패로 거칠게 한꺼풀 벗겨내고 스크래퍼와 사포로 떼를 벗기고 뽀사시한 속살을 내 놓았습니다. 


기둥이 안쪽으로 쏙 들어오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상판의 양쪽 끝을 조금 파내야 합니다.


상판과 프레임의 연결은 한쪽은 ㄱ자로 고정시키고 다른쪽은 8자 철물로 연결해 움직일 수 있게 합니다.


상판이 연결되었으므로 이제 등받이를 연결합니다. 본드를 바르고 꽉 눌러 끼웁니다. 딱 맞으니 기분이 좋네요. 혹시 몰라서 등받이 기둥 아랫부분과 프레임에 피스 4개를 밖에서 연결했습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상판과 등받이를 분리할 수 있게 본딩은 하지 않구요.


높이 피팅하기

설계 단계부터 실제 필요한 높이보다 몇 cm 더 높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선다리가 5도 눕힌거라 아랫부분에 면이 닿는 것도 아니고, 만들다 보면 평이 안맞을 수도 있어서 실제 사용하는 곳에 두고 평을 잡아 자르기 위해서 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의자를 사용할 곳, 혹은 평이 완벽하게 맞는 곳에 두고 흔들거리지 않도록 종이를 끼워 공굽니다. 다행히 종이 몇장을 다리 하나에 끼우는 것으로 흔들리지 않더군요. 그리고 아들을 의자에 앉혀두고 움직이지 않게 한 다음, 잘라낼 높이의 각재를 하나 준비해서 다리 주위를 돌면서 연필로 선을 그려 줍니다.


그러고 나서 등대기톱으로 연필선을 따라 정확히 잘라주면 됩니다. 다리 아래에 부직포를 붙일 것이므로 약간의 오차는 괜찮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단 완성되었습니다.


아들의 불만

제가 한가지 멍청한 실수를 한 것이, 포인트가 될 파덕이 앞쪽으로 가 발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제가 착각을 해서 그게 뒤로 와 버렸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뒤로 와 있는게 더 예쁘네요. 의도한 거라고 우겨 봅니다. ㅡ,.ㅡ

마나님은 다리가 왜 이리 얇냐고 불안하다고 불평을 하더군요. 그런데 90키로가 넘는 제가 앉아도 뭐 약간 흔들리기는 하지만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필요한 정도의 튼튼함은 갖춘 것 같구요. 무엇보다 이렇게 만들어서 무게가 아주 가볍다는 것이 장점이지요. 실제 이 의자를 무게를 재어보니 2.2 Kg 입니다. 아들이 들고 이리저리 옮겨가며 앉더군요.

이 의자의 고객인 아들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앉혀놓고 "정말 편하지 않아?" "이제 무릎 꿇지 않아도 돼서 좋지?" 하며 억지 반응을 끌어내 보려고 했지만... 아들이 하는 말이... "아빠~ 등받이가 왜 똑바로 섰어? 다른 의자처럼 휘어져 있어야지?" 정말로 까다로운 고객입니다. ㅡ,.ㅡ


그래도 싫지는 않은 눈치입니다. 아들 친구가 놀러오면 아빠가 만들어 준 의자라고 자랑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등받이가 불편하다고 꼭 얘기 한답니다. ㅡ,.ㅡ

아들이 편안하게 앉아서 밥도 먹고, 책도 보는 걸 보니 이런 맛에 목공을 하나 싶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틈도 많고 흠잡을 데 많은 의자이지만 뭐 나름대로 봐줄만은 한 것 같습니다.

원래는 밀크페인트로 채색을 할려고 했습니다만... 당분간은 이렇게 쓰자고 하네요. 그런데 벌써 아들이 의자에 낙서를 해서 조만간 칠하기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들의 키가 자라면 조금씩 다리를 잘라 줄 겁니다. 그러다 제대로 된 의자를 하나 만들어 줘야 겠지요? 요즘은 아들이 커가는게 참 속이 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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