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9월 17일 수요일

[서양대패] 대패 변천사

지난 글에 이어서 서양대패의 변천사를 중심으로 간단하게 정리해 봅니다.

베드록 플레인 (Bedrock Plane)

남북전쟁(Civil War)이 끝나고 몇년 뒤 레오나드 베일리(Leonard Bailey) 등의 대패 장인들은 당시 많이 사용되는 나무 대패를 대체하는 쇠대패(metal plane)를 개발하게 됩니다. 이 쇠대패는 좌우 조절 레버(lateral adjustment lever), 깊이 조절 나사(screw feed depth adjuster) 그리고 쇠로 된 대패집으로 구성됩니다.



나무 대패는 나무로 대패집을 만드는데 나무의 특성상 기후에 따라 수축/팽창하거나 뒤틀릴 수 있습니다. 반면 쇠로 된 대패집은 매우 높은 치수 안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으로 쇠대패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얼마 후 유명한 스탠리(Stanley)사는 레오나드 베일리를 고용하고, 그의 대패 제조 특허권까지 인수하게 됩니다. 스탠리 사는 이 베일리 타입 대패로 100년이 넘는 기간 변함없이 판매하고 있으며, 요즘도 가장 잘 팔리는 대패 중 하나입니다.

20세기 초반 스탠리 사는 "베일리" 벤치 플레인을 개선한 새로운 제품군을 개발하고 이를 "베드록(Bedrock)"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베드록은 기존 베일리에서 프로그(frog)를 개선하여 대패날을 훨씬 더 안정적으로 지지하도록 한 것이 핵심입니다.

베일리 시스템의 프로그는 대패집(sol)과 완전히 밀착되지 않았습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은 베일리의 프로그의 밑면을 보여준 것인데 평면이 아니라 V자로 파여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바닥이 밀착되지 않은 프로그는 베일리의 얇은 대팻날과 더불어 대패질할 때 날이 떨리는(chatter) 이유가 됩니다.

반면 베드록의 경우 프로그의 밑바닥이 평평하게 되어 있어 대패집의 평평한 프로그 받침과 밀착이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 대패집과 프로그가 밀착될 수 있어 대패날을 더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고 따라서 대패날 떨림 현상도 줄어듭니다. 


한편 베일리 시스템의 경우 프로그를 이동시켜 날입 폭을 조절하려면 대팻날을 반드시 분리한 다음에야 가능했습니다. (아래 왼쪽 사진) 하지만 베드록 시스템의 경우 대팻날을 장착한 상태에서도 프로그 뒷쪽의 나사를 돌려서 프로그를 앞뒤로 이동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이 또한 베드록의 소소한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스탠리는 베드록 제품군을 판매하면서도 저가 모델로 베일리 타입의 대패들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스탠리는 소비자들이 베일리와 베드록을 쉽게 구분하게 하기 위해 베일리의 대패집은 옆면을 둥글게 처리했고, 베드록의 경우 상단부를 직선으로 처리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이 베일리, 왼쪽이 베드록)


베드록 대패들은 개선된 프로그로 인해 대패날을 더 잘 지지하지만 베일리와 베드록 모두 얇은 대패날을 사용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스탠리가 얇은 대패날을 사용한 이유는 얇은 날이 연마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두 대패들은 복잡한 결의 하드우드 보다는 곧은 결의 소프트우드에 사용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베드록 대패는 1898년 생산이 시작되어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43년에 단종 되었습니다. 전쟁 이후에는 수공구 보다는 전기를 이용한 대패들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대패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래된 베드록 대패들은 수집가들이 애호하는 아이템 중의 하나입니다. 오래된 골동품 대패의 때를 벗기고, 더 두꺼운 대패날로 갈아 끼운 다음 잘 튜닝을 하면 베일리 타입의 대패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한편 목공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고품질의 대패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몇몇 회사들에서 고급 수공구들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탠리 스윗하트 대패

애초에 베일리 대패를 생산하던 회사의 정확한 명칭은 Stanley Rule & Level 이라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1920년 스탠리 가문의 다른 일원이 경영하고 있던 Stanley Works에 인수 합병됩니다. Stanley Works가 생산한 제품에는 이 회사를 오랫동안 경영했던 William Heart를 기려 하트모양의 로고에 Stanley Works의 이니셜 S.W.를 넣은 상표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로고를 스윗하트(Sweetheart)라고 불렀습니다.


스탠리의 베드록 타입 대패는 1920년 즈음부터 1935년까지 이 스윗하트 상표를 달고 생산됩니다. 이때가 스탠리 대패의 전성기였죠. 그런데 스탠리는 2009년부터 스윗하트 브랜드를 되살려내어 기존의 저가형 대패를 넘어서는 프리미엄급 대패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베드록 디자인을 채용하고 A2 공구강으로 된 두꺼워진 대패날을 채용한 스윗하트 제품군은 중저가 가격대로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리닐슨 대패

리닐슨(Lie-Nielsen)은 1980년대 초반 처음으로 대패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리닐스 대패들은 베드록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리닐슨은 프로그와 대패집이 정확하게 밀착되도록 정밀 기계 가공을 하고, 대패집과 대패날의 두께를 늘렸습니다. 그리고 대패날의 소재로 극저온 열처리 합금(A2 공구강)을 사용하여 연마된 날이 쉽게 마모되지 않는 장점을 제공합니다.


 또한 리닐슨은 고각 프로그(high angle frog)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표준 벤치 플레인의 경우 프로그의 각도가 45도입니다. 하지만 요크 피치(York Pitch)라고도 불리는 고각 프로그의 각도는 50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절삭각이 높아지면 대패질한 표면이 더 매끄럽고 결이 뜯겨지는 현상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런 고각 대패는 엇결이 많은 하드우드에 적합합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리닐슨은 목수들에게 최고의 대패임에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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