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2월 17일 월요일

유림목재: 직접 고르는 재미가 있다

제 블로그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가진 글 중 하나가 "목재는 어디서 살 수 있나?"라는 글입니다. 인천 부둣가에는 많은 수의 목재 수입 업체가 있지만 이들 업체들은 원장 단위로 혹은 일정 수량 이상만 판매하는 데다가 재단 가공을 해주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취목들이 이용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저 또한 그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취목 입장에서 목재를 살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정리한 것이 바로 그 글입니다.

목재 파는 곳을 조사하면서 꼭 직접 방문해서 확인해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유림목재>입니다. 유림목재의 홈페이지는http://www.yoolim.net 인데 목재 판매업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홈페이지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1986년에 창업하여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급 통나무들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제재하고 가공하여 공급하여 왔다고 합니다. 일종의 제재소인 셈이죠.

그런데 보통의 제재소는 이런 느낌입니다. 주로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지 않고 목재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공방이나 목재상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유림목재는 홈페이지도 깔끔하고 홈페이지에서 보이는 회사의 이미지도 매우 깔끔하고 일반인들의 구입 문의에도 친절하게 고객응대를 하는 걸 보니 꼭 한번 직접 찾아보고 싶었더랬습니다. 게다가 "우드코디"라는 분이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며 목재에 통나무의 구입부터 제재, 건조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놓은 포스팅을 보고는 감명을 받았더랬습니다.

이건 마치 PC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B2B로 CPU를 공급하던 인텔이 "Intel Inside"라는 모토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인지도를 급상승시켜 CPU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였던 전략과도 유사하고,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방역업체 세스코의 홈페이지에서 고객 문의에 재치있는 답변으로 응대했던 어떤 한 분의 노력으로 세스코를 전국구의 스타 방역업체로 만들었던 것과도 비슷한 시도인 것 같습니다.

목재를 소량으로 구입할 때는 인터넷에서 발주를 하며 목재상이 골라주는 대로 복불복으로 받아와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곳 유림목재는 얼마 전부터 일반인들이 소량 구매를 더 쉽게 할 수 있게 "창고옆 나무가게"와 "옥탑방 나무가게"라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규격화된 나무나 자투리 나무를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 보고 고를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참으로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마침 일산쪽으로 출장갈 일이 생겨서 쾌재를 불렀습니다. 유림목재의 주소는 고양군에 있지만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사실 서울권이라고 봐도 됩니다. 집에서 강북강변도로를 타고 일산방향으로 가다가 노을공원으로 들어가는 출구 바로 다음 출구로 나가니 금방입니다. 3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 유림목재 위치 보기

유림목재로 들어가는 좁은 비포장로가 시작되는 곳에 아래 사진과 같은 거대 떡판으로 만든 입간판이 있으므로 들머리를 놓칠 일은 없습니다.


유림목재 앞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갑니다. 유림목재 정문 안쪽에 차를 대도 되지만 저는 주변을 둘러볼 요량으로 바깥에 대었습니다. 통나무를 다루는 곳이라 나무를 이용한 오브제들이 많아서 흥미로웠습니다. 저따위 통나무는 그냥 세워두고 장식품으로 쓰는 곳입니다. ^^


일자산 허브천문공원에서 본 것과 거의 유사한 나무 양들이 통나무 울타리 위에 떡하니 앉아 있네요.


정문을 들어서니 제재소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조경과 건물들이 있습니다. 이곳 사장님의 미적감각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원래 이런 작업장은 청결과 정리정돈을 철저히 해야 안전사고도 줄고 작업 효율도 올라갑니다. 물론 직원들은 귀찮겠지만요.


정문을 들어서서 오른쪽에 바로 보이는 건물에 "창고옆 나무가게"가 있습니다. 저런 입간판이 있어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건너편에 이런 거대한 떡판이 하나 있습니다. 제 키보다 크니 지름이 2미터는 넘겠지요. 옆에 적힌 설명을 보니 시트카 스프러스(Sitka Spruce)라는 나무입니다. 주로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자라는 거대한 스프러스지요. 흔히 스프러스라고 하면 저렴한 나무로 알고 있지만, 연세 많이 드신 시트카 스프러스 중 옹이가 없이 결이 곧은 부분은 왠만한 하드우드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거래됩니다.


이 나무의 경우 거의 600년 정도의 수령을 가진 나무네요. 시트카 스프러스는 매우 가벼운 나무입니다. 하지만 무게 대비 탄성계수(Elastic Modulus)가 월등히 높은 나무라서 기타나 우크렐레의 상판으로 가장 선호되는 나무입니다. 기타줄의 장력을 버틸 정도로 단단하면서도 무게가 가벼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거대목의 경우 밀도가 일정하고 결이 고른 편이서 음향목으로도 훌륭합니다.

창고옆 나무가게 입구에는 이런 멋진 로보트 태권브이 조형물이 있습니다. 요거 괜찮은데요? 작품입니다.



창고옆 나무가게

창고옆 나무가게는 길이가 2.4미터 보다 짧은 판재, 각재, 떡판 등을 진열해 놓은 곳입니다.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전경은 이렇습니다. 마치 창고형 마트의 진열대 같지요. 목재를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꿈만 같은 시스템입니다.


매장에 상주하는 직원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맘놓고 편하게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데 나무에 대해 잘 모르면 물어볼 수 있는 직원이 있으면 좋겠지요. 다행히 비치된 인터폰을 이용하여 직원을 부를 수 있다고 합니다.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대신 자세한 나무 구입 방법을 써 놓았습니다. 여기는 2.4미터 미만의 목재들이 진열되어 있고 더 큰 나무들은 사무실에 문의하면 된다고 하네요. 꺼내어 구경한 나무는 굳이 다시 넣지 않아도 된다는 친절함이 고맙습니다.


진열대의 상단에는 주로 북미에서 들어온 더글러스 퍼, 햄록 등의 소프트우드들의 제재목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집성되어 판매되는 소프트우드들이 대부분 유럽산 레드파인이나 스프러스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네요. 특히 더글러스 퍼나 햄록은 조밀하고 곧은 결이 매력적인 나무들입니다.

폭이 70~90mm 정도되고 두께가 40mm 정도되며 길이가 대략 700~1,200mm 정도되는 제재목이 개당 6천원에서 7천원 정도 가격대이네요. 그런데 대패는 되어 있지 않는 상태라 이 나무를 사서 바로 뭔가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고맙게도 기본적인 대패가공과 절단을 일정 수수료를 받고 해주고 있네요.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사면대패는 개당 3천원, 양면대패는 개당 2천원, 켜기는 컷당 천원, 자르기는 컷당 오백원입니다. 결론적으로 더글라스 퍼나 햄록 제재목의 경우 사면 대패까지 해서 개당 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면대패된 북미산 구조목에 비해서는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쉽게 접하기 힘든 수종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집성도 가능하다고 하니 필요한 경우 사무실에 문의해보면 될 듯 합니다. 집성의 경우 본드가 말라야 하므로 바로 가져올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면 대패를 친 다음 무늬를 잘 맞추어 집성을 의뢰할 수 있는 잇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파는 모든 목재들에는 길이 표시가 되어 있고 수종과 가격이 모두 스티커로 붙어 있습니다.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수종, 가격, 규격을 가늠할 수 있지요. 아래 표기 읽는 법을 미리 숙지하시면 좋습니다. 푸른 글씨로 수기한 것은 길이를 자(尺) 단위로 표시한 것입니다. 한 자는 대략 300mm 정도 됩니다. 그러므로 2.5라고 써 있으면 2.5x300 = 750mm가 됩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실로 다양한 나무들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들의 이름과 실제 모양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면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는 화이트오크와 북미산 히노끼가 있네요. 화이트오크는 그 명성에 맞게 정말 단단하게 생겼습니다. 북미산 히노끼는 옐로우 시더라는 설이 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냄새를 맡아 보니 향이 좋네요.


치밀한 조직과 단단함 때문에 유럽에서 고급 가구재로 쓰이는 비치(beech)입니다. 밝은 색의 목재인데 가격이 후덜덜입니다. 3만원에서 6만원 정도의 가격이네요.


아름다운 나뭇결과 짙은 색이 매력적인 월넛의 경우 1미터 정도되는 저 제재목이 대략 2만원 안쪽이네요. 비치보다는 많이 저렴한 편입니다. 대패치기 전에는 저렇게 두꺼워 보이지만 뒤틀리고 휜 부분이 있어 사면대패를 하면 대략 10mm 정도는 얇아진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외에도 수많은 북미산, 유럽산 하드우드/소프트우드들이 있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에서 건너온 부빙가, 파덕, 멀바우 등의 열대수종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길이가 긴 판재들은 이렇게 따로 세워 두었네요. 진열대에 놓인 것들은 대부분 1미터 이내의 길이입니다.


다양한 수종의 각재들도 이렇게 따로 모여 있습니다.


탐스러운 떡판들도 가지런이 놓여 있습니다. 향나무, 파덕, 월넛 등 다양한 수종들이네요.


주로 기둥으로 쓰이는 용목을 절단하고 남은 걸 저렇게 파네요. 의자를 만들면 딱 좋겠습니다.


나가세의 목요벼룩 히트상품인 자투리 모듬이 여기도 있네요. 캠핑족들을 위한 자투리 화목을 박스당 만원에 팔다가 지금은 반값 세일 중이네요. ^^ 근데 하드우드들도 꽤 많이 보여서 화목으로는 좀 아깝습니다. 복불복으로 잘 고르면 꽤나 괜찮을 듯 합니다.


딱히 뭘 사겠다고 생각한게 없어서 그냥 어떤 나무들이 어떤 가격대로 팔리는지만 확인했습니다. 정확한 비교는 해보지 못했지만 인천 목재 도매상에 비해서 약간은 비싼 느낌입니다. 하지만 서울 인근에서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정도 가격 차이는 감수할 만한 걸로 보입니다. 소량으로 구매하는 취목들에게는요.

창고옆 나무가게를 나오니 이런 통나무들이 서 있네요. 어느 정도 크기인지 가늠이 되시나요? 허걱입니다.


이 통나무도 엄청난 크기입니다. 아마도 자연건조 시키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몇년후에 멋진 작품으로 거듭나겠지요.


제재를 하고 난 뒤에 이렇게 말리는 것들도 있네요. 비를 직접 맞지 않게 정성들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옥탑방 나무가게

우드코디 블로그의 설명에는 창고옆 나무가게는 좀 큰 목재들을 팔고, 자투리 나무들만 따로 파는 옥탑방 나무가게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옥탑방 나무가게를 찾으려고 했는데 잘 찾아지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직원분이 계셔서 여쭤보니 친절히 안내해 주시네요.

정문으로 들어와 보이는 본관 건물을 끼고 돌면 이렇게 조그만 표지판이 있습니다. 이 표지판을 따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여기가 옥탑방 나무가게입니다. 정말 소박하지요. 이곳은 다양한 수종들의 아주 작은 자투리들을 모아서 저렴하게 파는 곳입니다. 스크롤쏘 작품을 위한 작고 얇은 판재나 펜 블랭크나 장난감이나 교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색의 수종이 필요한 경우 딱 좋은 곳일 것 같습니다.


안내에 의하면 매주 토요일 새로운 나무들이 들어온다고 하네요. 참고로 유림목재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방문객을 받고 있으며, 토요일의 경우 오전근무만 한다고 합니다. 일요일은 쉬구요.


제가 살까 말까 가장 망설였던 코너입니다. 바로 유창목(Lignum Vitae) 자투리들입니다. 유창목은 본디 갈색의 아름다운 무늿결을 가진 나무인데 공기에 노출되면 저렇게 녹색으로 변하는 특이한 나무입니다. 들어보면 쇳덩이 같이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고 매끈합니다. 게다가 향기가 아주 좋습니다. 저 유창목 자투리에 코를 대고 한참 향기를 즐겼습니다.

유창목은 멸종위기 종이라 수급이 원할치 않습니다. 그래서 가격도 매우 비싸구요. 크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큰 판재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사면대패된 매끈한 조각이 6천원이고, 왼쪽의 대패가 안된 더 작은 조각은 개당 2천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크기에 비하면 굉장히 비싼 나무이지만 유창목의 잇점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구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몇번을 들었다 놓았다 했는데 집에 나눔받은 유창목 자투리가 좀 있기 때문에 그냥 내려 두었습니다. 너무 단단한 나무라서 수작업으로 가공하기도 쉽지 않구요.


보통 이런 정도의 크기의 자투리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나무들에 대한 샘플을 모으고 싶거나 소품을 만들때 좋을 것 같습니다. 가격은 매우 저렴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법 굵은 폭의 각재 자투리도 있습니다.


이런 얇은 판재들은 스크롤쏘 작품용으로 딱입니다.


펜블랭크 크기로 재단해 놓은 것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도 직원이 상주하지 않습니다. 살 나무들을 골랐으면 아래 사진에 보이는 버튼을 눌러 직원을 호출하면 됩니다.


뭐랄까... 저같은 취목에게는 정말 파라다이스 같은 곳입니다. 지름신만 유의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구경할 것도 제법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 와도 좋을 것 같고, 시간이 없어 가보지는 못했지만 유림목재 내에 있는 예재관이라는 목재 전시관도 가 볼만한 것 같습니다.

나가세의 벼룩시장도 매력있는 목재 구매처이지만 경쟁이 치열해서 쉽지 않은데 별 부담없이 원하는 나무들을 구할 수 있는 좋은 곳을 알게되어 기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