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4월 4일 목요일

이사갈 처가집 구경과 하남 나들이

도봉구에 있던 처가집이 4월에 하남으로 이사를 갑니다. 장모님과 마눌님이 이사갈 집의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나 한동안 골머리를 앓더니 드디어 공사가 완료되어 지난 주말에 구경을 다녀왔습니다. 지은지 4년 밖에 안된 아파트라 도배와 마루만 깔았는데도 그렇게 골치가 아팠네요. 인테리어라는게 아무리 작게 해도 참 피곤한 일입니다.

이사갈 집의 구조는 일반적인 판상형 아파트와는 판이하게 다르네요. 긴 복도가 있어 마루와 부엌을 연결한 공간은 다소 좁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마루 뒷쪽으로 큰 테라스가 있어 공간활용이 용이해 보이네요.

마루는 오크 무늬목을 입힌 온돌마루로 했는데 자연스러운 색깔과 무늬결이 맘에 드네요. 무늬결과 곧은결 마루를 섞는게 요즘 트렌드라고 하네요. 저희는 이사를 하면서 어린 아이가 있어 강마루로 했는데 온돌마루가 더 느낌은 좋네요.

집들이 선물로 뭘 만들어 드릴까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별 용도없는 공간인 복도를 채울 뭔가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복도에 놓을 300 x 1,200 크기의 협탁을 만들어드릴까 했는데, 방과 방사이에 있는 230 x 250 공간에 코너장을 만들어 넣는게 더 효율적으로 보이더군요. 장모님께 어느걸 만들어 드릴까요 하고 여쭤보니 두개 다 만들어 달라네요. ㅡ,,ㅡ

집을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가구가 될 것이라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색감은 앤틱계열로 진하게 도색하면 어울릴 것 같네요. 코너장은 키높이 이상으로 만들어서 아래는 도자기 하나를 진열하고 눈높이에는 손주들의 사진을 놓으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하남은 저에게도 처가 식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곳입니다. 마눌님이 처녀때 저와 데이트할 당시 이 하남에 살았었죠. 그래서 저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남 들머리는 요즘 송파신도시와 보금자리 아파트를 짓느라 어수선하긴 합니다만 하남은 도시와 농촌이 적절하게 섞인 쾌적한 생활 터전입니다.

장인 어른이 은퇴를 앞두고 계셔서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으셨는데 너무 시골은 살기에 불편해서 하남이 선택된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알던 지인들도 많이 있구요.

집구경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이마리 명품 청국장 검단산점을 갔습니다. 청국장 자체는 훌륭합니다만 가격은 좀 후덜덜이네요.


그 청국장 집 앞 화단에는 보기 드물게 잘 자란 회양목들이 있었습니다. 도시 정원에 많이 심어지는 회양목들은 안그래도 느리게 자라는 나무인데다가 가지치기를 당해서 키가 무릎높이 이상되는 것들을 보기 힘듭니다. 그런데 이곳의 회양목들은 못해도 1미터정도는 자란 것 같네요. 수령이 30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잘 자란 회양목인지 노란 회양목 꽃도 아주 탐스럽네요. 이른봄에 피는 회양목 꽃은 겨울잠을 자느라 굶주린 꿀벌들에게 소중한 양식이 된답니다.


하남에는 마눌님의 외할머니이자 아이의 외증조할머니가 모셔져 있기도 합니다. 잠시 하남 마루공원에 들러 추모를 드리고 그 앞을 산책했습니다. 푸릇푸릇 새싹들이 돋아나고 부지런한 산수유 나무에는 꽃들이 한창입니다. 꿀벌이 산수유꽃을 즐기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하남에서 마방다원이라는 전통찻집에 들렀습니다. 꽤나 유명한 한정식집인 마방집 바로 옆에 있습니다. 소나무 원목으로 기둥과 서까래를 삼은 정감가는 인테리어가 맘에 듭니다. 특히 바닥은 원목을 동그랗게 썰어 장식을 했는데 특이하고 예쁘네요.



마방다원 뒤 주차장에서 반가운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편백나무입니다. 아들내미도 금방 알아보네요. 왜냐하면 작년 겨울 축령산 자연휴양림에서 편백나무를 원없이 많이 보았거든요. 편백나무 수피는 세로로 갈라지는 모양이어서 금방 식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삼나무 등도 세로로 수피가 갈라지지만 잎을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편백나무는 주로 따뜻한 남쪽지방에 조림되어 있는데 서울 인근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입니다.


마눌님이 천주교 신자라 집에는 편백나무 잎으로 된 성지가지가 있습니다. 성지가지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환영하는 인파들이 팔마(Palm Tree, 야자수)가지를 흔들었다는 데서 유래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야자나무가 없기 때문에 좋은 느낌의 편백나무로 대체를 한다고 합니다. 여하튼 편백나무 잎을 늘 곁에 두고 보기 때문에 수피와 잎만 봐도 금방 편백나무를 알아볼 수 있답니다.


하남에서 서울로 오는길에 지나치는 길동 인근에는 꽃집들이 많습니다. 아들내미가 꽃집들 앞에 놓여있는 화려한 색의 꽃들을 보고는 사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려 꽃집에 들렀습니다. 아들이 직접 고른 꽃은 패랭이와 라넌큐러스입니다. 둘다 물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꽃들이라 아들에게 단단히 일러 두었습니다. 물은 네가 직접 주어야 한다. 물을 잘 주면 일주일 뒤에 분갈이를 해서 큰 화분으로 옮겨주마 라고 약속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약속을 잘 지키며 관심을 보이고 있어 다행입니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실천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번 주말에 분갈이를 위한 화분과 흙을 사러 마트에 나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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