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게 되면 공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에 쓰던 가구가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입니다. 저희 집에도 그런게 있었는데 결혼할 때 장만했던 2인용 식탁이 문제였습니다. 무려 15년이나 된 식탁이지만 원목으로 만들어져 흠집하나 없었습니다. 그런데 색깔과 스타일이 문제였죠. 좀 넓어진 부엌에 이 작은 2인용 식탁은 생뚱맞은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작나무 집성목으로 된 4인용 식탁을 공방에 의뢰해서 새로 구매를 했습니다. 이제 남은 이 2인용 식탁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단 분해하여 리폼하기로 결정
마눌님은 이 식탁으로 노트북을 올려놓고 사용할 테이블로 리폼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700mm x 700mm의 정사각형 형태의 테이블이라 어디 놓기가 애매했습니다.
고민한 결과 마루 신발장 뒤쪽에 폭 1,300mm 정도의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에 놓을 수 있는 좁고 긴 테이블을 만들면 공간활용에 최적일 것 같았습니다. 이 테이블을 만들려면 상판과 에이프런은 따로 구매를 해야 하지만 적어도 다리만은 재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기존 2인용 식탁의 다리가 날씬하게 잘 빠졌거든요.
분해는 쉬웠습니다. 다행히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피스로만 결합을 했더군요. 다리와 에이프런은 코너브라켓으로 연결되어 있어 너트만 풀면 되었고, 에이프런과 상판은 포켓-홀(Pocket-Hole) 나사못으로 연결되어 있더군요. 포켓-홀은 비스듬한 각도로 나사못을 박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8자 철물이나 z자 철물을 안 써도 잘 버텨온게 신기하네요.
드라이버와 렌치로 나사못과 너트를 모두 풀어냈습니다. 다리에 볼트가 박혀있는게 신기하더군요. 그리고 에이프런에는 코너브라켓 연결을 위한 홈이 파져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판의 뒷면을 꼼꼼히 살펴보니 많은 정보들이 있네요. 1990년대 말 리바트에서 구매한 이 식탁은 당시 가격으로 아마도 50만원은 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무려 Made in Italy 네요. 이탈리아는 지금도 고급 가구 생산으로 유명하죠. 재료는 BEECH라고 합니다. 즉 너도밤나무죠. 너도밤나무는 하드우드의 일종으로 아주 강도가 좋은 비싼 나무더군요. 버렸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도 힘든 너도밤나무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수입원가가 적혀있다는 겁니다. 73,564원. 허걱입니다. 도대체 얼마를 뻥티겨서 판매한 걸까요? 그리고 그당시 이태리 가구의 원가는 아주 저렴했다는 걸 알 수 있네요. 그리고 폴리우레탄 바니쉬로 마감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설계와 나무 주문 (그리고 깨진 상판)
앞에서 언급했듯이 집 신발장 뒷쪽으로 길이 1,300mm와 폭 1,000mm 정도의 공간이 있습니다. 여기에 놓을 랩탑 테이블을 만드는게 이번 마눌님의 주문 사항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스케치업으로 설계를 했습니다. 길이는 1,300mm로 쭉 빼고 폭은 공간이 별로 없어 노트북을 놓고 타이핑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폭인 400mm로 결정했습니다. 에이프런의 높이는 코너브라켓의 높이를 고려하여 70mm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테이블이 비교적 긴 편이므로 가운데를 지지하는 보강목을 넣기로 했습니다.
다리는 기존 2인용 식탁에서 분해한 너도밤나무를 사용하구요 (도면에서 브라운색으로 표현됨). 상판과 에이프런은 아이베란다에 라디에타 파인으로 새로 주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레드파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마눌님이 옹이를 워낙에 싫어해서, 라디에타 파인 무절로 주문했습니다.
며칠 뒤 아이베란다로부터 나무가 도착했는데, 헐 상판이 깨져서 왔습니다. 아마도 배송 중의 충격으로 집성 부분이 갈라진 것 같았습니다. 마눌님은 광분하면서 당장 반품하라고 합니다. ㅡ,,ㅡ
아예 집성부분이 갈라졌으면 본드를 고루 바르고 클램핑하여 접착하면 되는데 아래 사진처럼 밑부분은 달랑달랑 붙어있고 윗부분만 갈라졌더라구요. 반품하면 새로 보내주겠지만 또 며칠이 지날 것이고, 이 상판 하나만 배송되면 파손의 우려가 더 클 것 같아 본드로 직접 집성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마눌님이 잠들고 난 뒤 저는 몰래 베란다에서 클램프와 본드를 가져다가 상판의 갈라진 부분에 본드를 바릅니다. 틈이 좁기 때문에 이쑤시개를 활용하여 신속하게 발랐습니다. 워낙에 긴 상판이라 본드가 중간에 마르지 않을까 정말 신속하게 발랐습니다.
그리고 평행이 되도록 유의하면서 클램핑하여 밤새 두었습니다. 아래 사진에는 클램프 두 개로만 클램핑했는데 자칫하면 평행이 안되고 틀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평행이 되도록 아래 위로 부목을 양쪽에 대고 아래 위로도 클램핑을 해야 합니다. 즉 4개의 작은 클램프가 더 필요합니다.
어쨌든 다음날 아침 제가 상판 다시 붙여 놓았다고 마눌님께 보고하니 마눌님이 힘으로 다시 부러뜨려 보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목공용 본드가 참 쎄긴 쎄더군요. 원래 붙어있던 놈처럼 아주 단단하게 잘 붙었습니다. 이렇게 반품 위기는 넘겼습니다.
일단 조립 완성
조립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필요한 첫번째 작업은 코너브라켓 연결을 위해 에이프런에 홈을 파는 것이었습니다. 조합각자를 이용하여 원래 에이프런에서 홈이 파져있는 위치와 동일한 위치에 홈을 파도록 표시를 했습니다.
이제 홈을 파야 하는데 트리머가 있다면 간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베란다에서 목공하는 처지에 트리머같이 고소음 장비는 무리입니다. 그래서 톱으로 홈파기를 시도합니다. 홈은 정확하게 일자로 파여져야 하기 때문에 각도톱대의 도움을 받으면 좋습니다. 각도톱대가 없다면 부재를 하나 대고 정확하게 홈을 파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타지마 0.7mm 톱으로 톱질을 하면 약 1mm 정도의 홈이 생기는데 불행히도 이정도 폭으로는 코너브라켓 철물이 들어가질 않네요. 그래서 한번 톱질한 그 옆에 붙여서 다시 톱질을 해 홈의 폭을 더 넓힙니다. 약 2mm 정도 폭으로 홈을 파니 코너브라켓이 들어갑니다. 이런 홈파기 작업을 에이프런당 두 곳 즉 총 8곳에 합니다.
긴 테이블이므로 에이프런도 매우 깁니다. 그러므로 에이프런 중간에 보강목을 대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보강목은 피스 자국이 나지 않도록 도웰링으로 처리합니다. 먼저 가운데 보강목 양쪽 마구리에 도웰마스터를 이용하여 수직 타공을 해줍니다.
그리고 T-조인트를 하기 위해 긴 에이프런 중간 즈음에 보강목을 대고 도웰마스터로 타공을 합니다. 도웰마스터 사용법을 설명하려면 내용이 길어지니 여기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도웰링을 한 결과 다음 사진과 같이 긴 에이프런 사이에 보강목이 깔끔하게 연결되었습니다.
에이프런끼리 코너브라켓을 이용하여 연결합니다. 홈에 코너브라켓을 끼우고 나사못으로 에이프런에 고정하면 되는 단순한 일입니다. 단 코너브라켓이 상판쪽에 딱 맞게 닿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리가 상판에 밀착이 됩니다.
이제 다리에 붙어 있는 볼트를 코너브라켓 구멍으로 넣고 너트를 죄면 다리와 에이프런이 연결됩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처럼 세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판을 얹으면 일단 조립 완성입니다. 거의 반제품 사다가 조립하는 마냥 단순하네요. 상판은 도색이 아직 남아 있으므로 고정하지 않고 얹어놓기만 했습니다. 며칠 써보고 마감을 어떻게 할 건가 정하려구요.
1차 도색
며칠간 랩탑테이블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나서 마눌님과 어떻게 마감을 할까 논의했습니다. 마눌님은 다리만 흰색으로 칠하고 상판과 에이프런은 그대로 두자는 주장이었고, 저는 다리는 흰색으로 상판은 소나무색 스테인으로 칠하자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제 주장을 관철시켰고 동네에 있는 삼화페인트에 들러서 소나무색 스테인과 젯소를 구입했습니다.
본덱스와 같은 외산 스테인에 비해서 절반 가격이더군요. 그래서 품질은 과연 어떤가하고 써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다리에 흰색 젯소를 바릅니다. 젯소는 프라이머(초벌칠)로서 접착력이 아주 좋아서 이미 도색이 되어 있거나 이번 경우처럼 폴리우레탄 바니쉬가 이미 발라져 있어 도색이 어려운 경우에도 칠할 수 있습니다. 젯소 자체가 흰색이기 때문에 흰색이 최종색인 경우에는 굳이 수성페인트를 덧바를 필요는 없습니다. 만일 다른 색을 칠하려면 젯소 이후에 수성페인트를 바르면 됩니다.
다리에만 젯소를 칠해야 하므로 분해를 하고 칠하면 좋은데, 그럴 경우 다리를 세워놓기가 애매해서 더 칠하기 번거롭습니다. 이럴때는 다리 주위의 에이프런에 젯소가 묻지 않도록 마스킹 테이프로 잘 막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마스킹 테이프는 페인트를 통과시키지 않고 쉽게 떼낼 수 있어 이런 용도로 딱입니다.
워낙에 폴리우레탄 바니쉬위에 바르는 거라 아무리 젯소라 해도 한번 칠로 깔끔하게 도색이 되지는 않더군요. 칠하고 사포질하고 칠하고 사포질하고를 세번 정도 반복하니 어느 정도 매끈한 흰색 도장이 입혀졌습니다.
이제 상판과 에이프런에 소나무색 스테인을 바를 차례입니다. 스테인은 마눌님이 발랐는데 계속 작업하면서 똥색이라고 툴툴댑니다. 옆에서 지켜보니 진짜 그렇더군요. 모니터에서 보던 것 보다 색이 훨씬 진해 보였습니다. 투명 스테인을 사다가 희석할걸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에이프런에도 골고루 스테인을 바릅니다. 마눌님은 계속 똥색이야 똥색~ 하면서 툴툴댑니다.
보통 진한 색을 입히려면 스테인을 2회 이상 도색하는데 이미 충분히 진하기 때문에 1회만 도색하기로 했습니다. 스테인을 다 바른 뒤의 모습입니다.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진한 색이 나왔습니다. 오크색과 소나무색 둘 중에 고민을 했는데 오크색으로 할 걸... 투명 스테인을 사다가 섞어서 할 걸... 하면서 후회를 했습니다. 하지만 도색이라는 게 한번 칠하고 나면 불투명으로 덮지 않는 한 수정할 방법이 없더군요. 그래서 마감은 항상 신중해야 하고 경험이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눌님이 하도 색이 맘에 안든다고 툴툴대서 밤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사포대를 들고 상판을 박박 밀어댔습니다. 그런데 스테인이 상당히 깊이 침투하더군요. 약간 색이 옅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색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이 그나마 삼일 저녁을 사포질한 결과입니다. 너무 사포질을 해대서 빈티지 스타일이 되어 버렸네요. 마눌님은 저의 정성을 보고 기특해서인지... 그나마 낫네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ㅡ,,ㅡ
가만히 살펴보니 안보이는 아랫쪽으로 스테인이 뭉쳐 있었습니다. 이건 스테인을 너무 많이 발르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스테인은 바르는게 아니라 뭍힌다는 느낌으로 얇게 발라야 하고, 이렇게 뭉치지 않게 스테인 바르고 나서 3분 뒤에 맺힌 부분을 닦아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또 며칠을 써 보았습니다. 마눌님은 계속 툴툴댔지만 스테인을 바른 표면 자체는 맘에 들더군요. 사포질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지 맨질 맨질하고 표면도 좀 단단해진 느낌입니다. 저는 바니쉬의 촉감을 싫어해서 이렇게 스테인만 바른게 좋더군요.
2차 도색과 상판 조립
며칠 뒤 마눌님이 도저히 못 참겠다면서 적어도 에이프런이라도 흰색으로 칠하자고 합니다. 저는 네~ 하면서 다시 셋팅을 해줍니다. 역시 젯소는 대단하더군요. 밑색이 상당히 진한 갈색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만 얇게 바르니 흰색으로 덮힙니다.
이제 마감은 완료되었고 상판을 결합할 차례입니다. 마눌님이 상판 색깔이 맘에 안들어서 여윳돈 생기면 바로 바꿀거라고 해서 대충 연결하기로 합니다. 상판은 8자철물이나 z철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집에 없었고 뒤져보니 헤펠레에서 나오는 캐비넷 커넥터라는게 제법 있네요. 이건 왜 사뒀는지... 참.
위 사진과 같이 상판에는 쇠부분을 고정하고 에이프런에는 플라스틱을 고정해서 가운데 나사못을 죄면 고정되는 방식입니다. 분해/조립이 가능한 녹다운(Knock-down) 철물입니다. 주로 책장을 만들때 많이 쓰이는데 상판 결합에도 써봤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6군데에 캐비넷 커넥터를 연결하고 고정했습니다. 다행히 튼튼하게 결합되네요. 하지만 전혀 나무의 수축/팽창을 고려하지 않은 결합이라 여름을 지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이 마감이 완료되고 셋팅이 되었습니다. 신발장 뒤 구석에 딱 맞는 크기의 테이블이죠. DIY의 맛이 이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필요한 곳에 딱 맞는 크기로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집에 오는 손님들마다 테이블 예쁘다고 칭찬하네요.
역시 가구는 손때가 타야 한다고 바니쉬 없이 나무가 직접 손을 타니 점점 더 단단해지는 느낌입니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도 좋구요. 이래서 원목 가구를 찾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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