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9월 28일 토요일

의외로 괜찮았던 국립 서울과학관

역시 아들내미가 태양계에 빠져 있을때 얘기입니다. 

책으로도 실컷 보고 유튜브로도 실컷 봤던 아들내미는 더 재밌는 새로운 것을 요구합니다. 휴일인데도 집에서 뒹굴거리는 아들내미를 꼬셔서 과학관에 태양계를 보러 가자고 했습니다.

우리 식구가 주로 가던 과학관은 과천 서울대공원 옆에 있는 국립 과천과학관입니다. 여기는 여러번 갔었기 때문에 좀 식상했고, 결정적으로 좀 멉니다. 

그런데 왜 서울에는 과학관이 없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뒤져 봤습니다. 그랬더니 혜화동에 국립 서울과학관이 떡하니 있는 겁니다. 서울에 20년을 넘게 살았으면서도 과학관이 있는 줄을 몰랐네요. 그래서 아들내미 손을 잡고 "아들아~ 우리 태양계 보러 가자!" 하고 이끌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심 알려지지 않은 걸 보면 그리 규모가 큰 곳 같지는 않고 시설도 낡아서 볼 것도 없는게 아닐까, 태양계 관련한 내용이 없으면 어떡하지... 등의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집에서 회화동까지는 안막히는 휴일엔 20분이면 갑니다.

국립 서울과학관은 창경궁과 서울대학병원 사이의 창경궁로를 따라가다가 창경궁이 끝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창경궁과 과학관 사잇길로 올라가면 주차장이 나오는데 이곳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있는 오래된 건물 앞이더군요. 주차장이 그리 넓지 않아 오전에 가지 않으면 차를 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전에 가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주차를 하고 나니 잘 자란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체부 건물에 기대어 높이 쭉 자란 메타세콰이어 두 그루가 아주 건강하네요. 얼핏 봐도 건물보다 더 높이 자란 것 같습니다.


건물에 너무 붙어 있어서 건물쪽 가지를 쳐 냈는지 반대쪽으로만 가지들이 발달해 있습니다.


초여름이라 메타세콰이어의 새 이파리가 아주 아름답습니다. 실제로 만져보면 깃털처럼 부드러워서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건너편에는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잘 자란 참나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참나무는 여섯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 떡갈나무로 보입니다.


키는 크지 않지만 옆으로 잘 자라서 꽤나 나이를 먹은 참나무인 듯 합니다.


아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나무를 좋아해서 메타세콰이어와 떡갈나무를 사진찍고 만져보고 관찰하느라 시간을 좀 썼습니다. 이제 과학관으로 갑니다. 과학관으로 가는 길은 창경궁 담장에 면해 있고 창경궁 안에는 잘 자란 나무들이 있어 짧은 이 길이 아주 운치가 있습니다.


과학관 입구입니다. 별로 부담없는 입장료를 내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특별전시와 기획전시, 체험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하네요. 알아보고 예약해서 오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과학관에 들어서면 그리 크지 않은 규모지만 어른들도 흥미있어할 여러 전시물들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밑변과 높이만 같으면 삼각형의 면적은 모두 같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밑변의 위치를 평행으로 움직이더라도 쇠구슬이 빈공간을 채우면서 면적이 같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항상 수식으로 이론으로 배웠지만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니 새롭네요.


이것도 흥미로운 내용이었는데 쇠공을 직선경로와 곡선경로 위에 놓고 굴리면 어느게 빨리 도착할까? 라는 문제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곡선경로가 길기 때문에 늦을 것 같지만 곡선경로를 타는 쇠공은 초반에 큰 가속도를 얻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더 빨리 도착하는 내용입니다.


이것도 책으로만 보고 외우기만 했던 파스칼의 원리를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작은 의자와 큰 의자가 밀폐된 유압밸브(?)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쪽에 사람이 앉으면 반대쪽 의자가 올라갑니다. 제가 반대쪽에 앉으니 아들내미의 의자가 쑥 올라가서 신기해 합니다.


이건 통계와 확률에서 정규분포에 대한 실험물입니다. 자연 현상과 유사한 건데... 예를 들어 사람의 키가 평균 175cm라면 175cm 부근의 사람수가 가장 많고 작거나 큰 쪽으로 갈수록 그 수가 적어지죠. 삼각형 꼭지점에서 쇠공을 떨어뜨리면 어떤 50%의 확률로 왼쪽으로 갈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아주 많은 공을 떨어뜨려 나중에 밑에 쌓인 것을 확인해 보면 중앙에 가장 많이 떨어지고 옆으로 갈수록 그 수가 적어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전시물을 보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각형의 바퀴가 굴러간다는 얘기인데요. 뭐랄까 일종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네모지만 바닥이 저런식이면 아주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습니다.


이것도 약간 신기했습니다. 회전하는 막대가 쌍곡선의 괘적을 그리기 때문에 저런 쌍곡선 틈으로 쏙 빠져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아직 이해하기 어렵겠죠?


일종의 거대한 마블게임입니다. 쇠공이 끊임없이 레일을 타고 굴러 떨어지면서 부딪히고 회전하며 움직이는 걸 보면 참 재밌습니다. 아들내미도 얼굴을 유리에 붙이고 오랫동안 쇠공의 움직임을 지켜 보았습니다.


코리올리의 힘을 보여주는 전시물입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북반구는 반시계 방향으로 태풍이 움직이고 남반구는 그 반대로 움직이는 원리를 보여줍니다. 회전하는 큰 판 위에 작은 고리를 잘 올려놓으면 꽤나 오랫동안 큰 판 위에서 굴러갑니다. 복잡한 건 모르지만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코너인 것 같습니다.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보여주는 전시물입니다. 전자석의 초전도현상으로 공중에 떠서 달린다죠? 아이들은 그런거 모릅니다. 그냥 버튼 누르면 기차가 쌩하니 달립니다. 아들내미도 그거 쫓아가고 있습니다.


거꾸로 가는 바퀴입니다. 제주도의 도깨비도로처럼 아래에서 위로 굴러가는데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안에 자석이 들은건지도...


드디어 태양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천문대에 가면 다 있는 우주의 체중계입니다. ㅡ,,ㅡ 이건 지구에서 20 Kg라면 수성에서는 몇 Kg일까? 등등을 알려줍니다. 좀 썰렁한대다가... "아빠. 왜 명왕성이 있어?" 하고 아들이 묻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배울때는 명왕성도 태양계의 행성이었지만 2006년 행성 크기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명왕성은 왜소행성으로 격하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태양계의 행성은 천왕성까지 배운다고 하네요.


쭈욱 지나서 하모닉스(공명)를 보여주는 전시물이 나옵니다. 긴 관에 물이 들어 있고 아들내미가 만지는 레버를 돌리면 발생하는 소리의 주파수가 변합니다. 특정 주파수가 되면 관에 있는 물이 아주 요동을 칩니다. 그 특정 주파수가 관의 길이와 공명이 되는거죠. 이것도 실제로 이렇게 보지 않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자연현상입니다. 참 좋네요.


이외에도 많은 전시물들이 있지만 아들내미가 좋아했고 저도 재밌었던 것만 추려 보았습니다. 태양계가 한 코너밖에 없어서 서운했던 아들에게 이소연 우주인과 사진찍을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


흔히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열화상카메라가 1층의 끝에 있네요. 이 카메라로 특별한 우리 가족 사진을 찍었습니다. 엄마가 좀 더운가 봐요. ^^ 이 열화상카메라 아주 비쌉니다. 천만원 정도 해요. 그래서 가장 비싼 카메라로 찍은 가족사진인 셈이죠.



2층에도 몇몇 전시물이 있습니다만 천체투영관이나 체험관 그리고 음료수를 파는 카페 등이 있어 전시 규모는 작습니다. 그래도 몇몇 재밌는 것들이 있는데 요건 마그넷(자석) 기어입니다. 톱니 대신에 자석이 달려 있어 한 기어를 돌리면 자석의 당기는 힘으로 다른쪽 기어가 회전합니다. 실제로 접촉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무척 조용한 기어인 셈이죠. 아직 많이 활용되지는 않습니다만 나름의 특징이 있어 용도가 있을걸로 보입니다.


요게 저는 제일 맘에 들었습니다. 여러가지 동력전달장치들이 전시되어 있고 실제로 작동되는 모양을 볼 수 있습니다. 참 다양한 기어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기어, 베벨 기어, 래크와 피니언을 비롯 듣도 보도 못한 것들도 많더군요.


개눈에는 x만 보인다고 2층의 전시물 중에서 육각형 봉을 연결해서 만든게 있는데 이 연결이 도브테일(주먹장)이네요.


즐겁게 놀다보니 어느듯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다시 1층으로 내려오니 처음에는 못보고 지나쳤던 멋진 공룡뼈가 있네요.


별로 기대하지 않고 갔던 국립 서울과학관이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 오히려 좋은 점도 있고 내용이 참 알차고 재밌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도 신기해 할만한 것들도 많구요. 비오거나 덥거나 추워서 야외활동이 힘들때 서울과학관으로 놀러오는 것도 참 좋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오전 중에는 한산한 편인데 점심시간 즈음부터는 아이들이 많이 몰려오네요. 오붓하게 즐기려면 오전시간대에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많으면 제대로 만져보고 체험하기가 좀 어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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