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년전인 2013년, 아이가 세수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발받침으로 만들어 주었더랬습니다. 그때 만든 기록을 보다가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작았구나라며 잠시 감회에 젖었습니다.
그때 이 스툴을 적삼목(Red Ceder)으로 만들었습니다. 적삼목은 가볍고 물에 강한 데다가, 물과 만나면 사우나에서 맡을 수 있는 좋은 향기가 납니다.
그래서 아내가 더 좋아합니다. 샤워할 때 이 적삼목 스툴을 깔고 앉으면 적삼목 향기가 기분을 좋게 한다는 군요. 그래서 우리집에선 이 스툴에 "궁깔"이라는 이름도 붙여 주었습니다.
적삼목이 다 좋은데, 좀 약합니다. 그리고 의도와는 달리 물을 자주 접하는데다가 어른이 앉다보니 많은 하중을 받아 얼마 지나지 않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사못으로 보강을 했는데, 그 이후로 몇년 더 쓸 수 있었습니다. 역시 목심보다는 나사못이 더 튼튼한가 봅니다. 그렇게 6년을 써왔는데, 드디어 와이프가 새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합니다. 더 이상 흔들려서 못 쓰겠다고...
새 스툴은 적삼목, 편백나무, 캄포 중에서 고르기로 했는데, 캄포나무는 아직 한번도 다루어보지 않아 이걸로 하기로 했습니다. 캄포는 하드우드라 튼튼한 점도 고려되었구요.
마침 목요공방의 벼룩시장에 적당한 캄포판재가 저렴한 가격에 나왔길래 냉큼 주문했습니다. 덕풍언니가 빨리 만들어 올리라고 해서, 게으름 피지 않고 나무 오자마자 바로 작업 시작했습니다.
구입한 캄포 판재는 93mm x 420mm x 27t 4장입니다. 이 판재를 만원에 구했으니 대박이죠. 판재를 실측한 후에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계 했습니다. 전에 만들어 본 적이 있어, 설계는 어렵지 않습니다.
상판은 세 조각을 집성해서 300mm x 236mm로 만들고, 다리 길이는 180mm로 했습니다. 이렇게 설계를 하다보니 캄포가 약간 모자라네요. 모자란 부분은 창고에서 적당한 소나무 판재를 찾아 쓰기로 했습니다.
판재의 결합은 포켓홀과 본드로 했습니다. 마침 포켓홀 지그를 사놓고도 한번도 쓰지 않아 궁금하기도 했고, 나사못이 의외로 강하다는 경험도 있어서 주저없이 선택했습니다. 게다가 포켓홀이 번거롭지 않고 작업 시간도 빠릅니다.
먼저 대패질을 하면서 캄포의 성질을 파악합니다. 목요공방에서 4면 대패를 해서 보내왔지만, 아무래도 기계 대패의 자국이 남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캄포의 나뭇결이 엄청 복잡하네요. 판재의 한면 안에서 사방으로 나뭇결이 휘어지고 반대로 가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대패로 밀면 어떤 부분에선 엇결이 되어 나무가 뜯겨 나가게 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바로 옆인데 결방향이 반대여서 뜯겨 나간걸 볼 수 있습니다.
다리와 에이프런 제작을 위해서 판재의 폭을 반으로 켭니다. 이렇게 작은 판재도 톱으로 켜는 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직쏘의 도움을 받습니다.
직쏘로 자르다 보니 절단면이 정확한 직선이 안됩니다. 그래서 여유를 두고 켜야 합니다. 원하는 치수를 정확하게 연필로 표시한 후 대패로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판재의 옆면을 대패로 밀때는 슈팅보드를 사용합니다. 저는 예전에 선반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 둔 것을 사용합니다. 똑바른 판재 두개를 직각으로 연결한 단순한 모양입니다. 여기에 판재를 고정하고, 대패를 눕힌 다음 밀면 옆면의 직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선까지 깎아 냅니다. 다행히 캄포는 대패를 쫀득하게 잘 먹는 나무입니다.
캄포는 심재와 변재의 이색이 심합니다. 어떻게 보면 아름답지만, 어떻게 보면 어색합니다. 상판으로 삼을 판재는 비교적 밝은 색의 변재를 골라 이렇게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상판을 집성할 때 위치를 잡아주고 튼튼한 결합을 위해 포켓홀을 사용했습니다. 포켓홀 지그를 3/4"로 설정하고 포켓홀을 뚫습니다.
본드를 바르고 나사를 조이면 이렇게 얼추 클램핑한 것처럼 밀착이 잘 됩니다. 포켓홀 나사못은 부분 나사산이라 두 판재를 잘 밀착시킵니다.
아무래도 손대패로 다듬다보니 100% 직각 직선이 안됩니다. 윗쪽에서 보았을때 틈이 보이지 않도록, 판재 윗쪽에 살짝 더 힘이 가해지게 클램프를 몇개 더 조이고 말려 둡니다.
상판의 본드가 마를 동안, 다리 가공을 합니다. 슈팅보드에서 직각 직선으로 대패질 한 다음, 사선(taper) 가공을 위해 연필선을 긋습니다. 눈에 잘 보이도록 짧은 선도 그어 줍니다.
균형이 맞도록 양쪽을 확인하면서 대패로 사선을 깎아냅니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사선은 접합부위가 아니라 장식요소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접합 부위가 될 다리 윗쪽을 건들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다리와 에이프런에 가벼운 대패질을 한 다음, 스크래퍼로 다듬어 줍니다. 뜯겨나간 부분을 살살 달래줍니다.
상판도 얼추 말라서, 스크래퍼로 표면을 다듬고 단차를 잡아 줍니다. 교과서엔 스크래퍼는 나뭇결 방향에 관계없다고 하지만, 캄포에서는 어림 없습니다. 나뭇결 방향을 잘보고 부분적으로 스크래퍼 방향을 돌려가며 순방향을 유지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사포질을 해줍니다. 거친 사포부터 고운 사포까지 정석대로 충분히 사포질 해주어야 엇결을 이기고 매끈한 표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캄포는 독특한 향기가 있는 나무입니다. 캄포의 향기 성분은 사람에 따라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먼지가 많이 나는 작업을 할때는 좋은 마스크를 꼭 쓰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는 마스크를 안 쓰니 목이 좀 아프더군요.
부재가 다 준비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배치될 겁니다.
포켓홀 나사못은 일반 나사못과는 약간 다릅니다. 와샤머리 헤드, 사각홈, 부분 나사산, 드릴 모양(self-tapping) 앞부분이 특징입니다. 포켓홀 나사못은 하드우드와 소프트우드용이 따로 있습니다. 촘촘하고 낮은 나사산(왼쪽)은 하드우드용이고, 넓고 높은 나사산(오른쪽)은 소프트우드용입니다. 포켓홀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캄포나무는 하드우드이고 실제로도 단단한 나무이기 때문에 하드우드용 나사못을 사용합니다.
에이프런이 다리에서 약간 들어가도록 연결할 것이라, 밑에 간격재로 쇠자를 두고 클램핑합니다.
접합면에 본드를 바르고 클램핑한 다음 나사못을 조입니다. 이때 토크가 너무 쎄지 않게 주의하세요. 나사못의 당기는 힘이 매우 쎄서 잘못하면 나무가 부서집니다. 전동드릴일 경우 토크 7 정도면 적당합니다.
포켓홀로 판재를 연결하는 것은 목심이나 장부 등의 방법에 비하면 매우 쉽고 직관적입니다. 금방 이렇게 ㄷ자 모양 다리 두개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짧은 에이프런을 붙입니다. 역시 적당한 간격재를 바닥에 깔아 다리에서 약간 들어가도록 클램핑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낭패가 발생했습니다. 포켓홀 나사못을 조이는 사각 드라이버가 긴데다가 충전드릴 몸체까지 있으니 좁은 간격사이에서 나사를 박을 수가 없습니다. 순간 식은 땀이...
다행히 사각 드라이버의 끝이 육각형이라서 스패너로 조일 수 있었습니다. 손으로 조일때는 토크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 쎄게 죄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라쳇렌치가 있었다면 더 편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짧은 사각 드라이버도 필요하네요.
손으로 조일 때 약간 불안했는데, 역시 사단이 났네요. 다리 끝 부분이 쩍하고 갈라졌습니다. 어째야 하나 잠시 고민했는데 튼튼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 같아 그냥 진행합니다.
갈라진 이유를 생각해보니...
1) 스패너를 쓰는 바람에 토크 조절이 안되어서 너무 쎄게 조였다.
2) 하드우드용 나사못이 떨어져서 소프트우드용을 썼는데, 나사산이 높아서 파고들 때 저항이 더 컸다.
3) 나사못이 다리 끝부분으로 나가는 방향이 아무래도 약할 수 밖에 없다. (이 점은 포켓홀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도 이런 경우를 당한 적이 있는지 찾아보니 제법 많은 분들이 나무가 갈라지는 문제를 겪었네요.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나사못을 죄기 위해 클램핑한 다음, 포켓홀 구멍을 통해 연결할 판재에 2.5mm 드릴로 예비구멍을 조금 뚫어주면 됩니다.
포켓홀 지그 제작사인 Kreg의 설명에는 포켓홀 나사못 앞부분이 드릴모양이어서 스스로 구멍을 파기 때문에 예비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이론과 다른거죠. 안전하게 하려면 예비구멍을 뚫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상판을 붙입니다. 상판은 ㄱ자 브라켓으로 연결합니다. 나사를 박기 위해 구멍을 뚫으려는데 역시 공간이 좁아 드릴을 쓰기 어렵습니다. 이럴땐 플렉시블 비트를 쓰면 됩니다.
상판의 수축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한쪽은 일반 ㄱ자 브라켓을 쓰고, 다른쪽은 세로로 구멍이 긴 브라켓을 씁니다. 나사못으로 브라켓을 고정하면 완성입니다. 부재를 준비하는 것이 오래 걸렸지, 조립은 금방입니다.
다리가 있는 의자를 만들면, 대부분의 경우 평이 안맞아 뒤뚱거립니다. 특히 수공구로 작업할 경우는요. 이럴땐 당황하지 마세요.
평이 잘 맞는 평면을 찾아, 의자를 놓고 뒤뚱거리는 형태를 잘 보세요. 저는 보통 소품인 경우 베란다 유리창에서 테스트 합니다. 그러면 두 다리는 땅에 붙고 두 다리는 살짝 떠 있을 겁니다. 떠 있는 다리 중에 짧은쪽 다리 바닥에 얇은 나무조각 하나를 본드로 붙여 줍니다. 대패질하기 쉬운 방향으로요.
본드가 마르고 나면 살살 대패질하고 평면에 대보고를 반복하면서 평을 잡아주면 됩니다. 이게 제 경험상 제일 쉬운 방법입니다. 다리 바닥을 직접 대패질하는 것은 마구리면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마감은 월넛오일로 합니다.
월넛오일을 바르니 캄포의 아름다운 매력이 확 살아납니다. 다양한 무늬를 보여주는 캄포여서 매우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쫀득하고 매끈한 촉감도 마음에 드네요.
몇일 써본 소비자(아내와 아이)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불만은 좀 있지만, 잘 쓰고 있습니다.
1) 전보다 짱짱하고 튼튼해서 좋다. 그리고 전보다 더 예쁘고 고급지다.
2) 물에 젖으면 나는 캄포향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호랑이 연고 냄새) 하지만 냄새가 강하지 않아 거슬리진 않다.
3) 적삼목으로 만든 스툴보다 더 무겁다.
캄포를 도마로 많이 사용합니다만, 튼튼하고 아름다워서 가구재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 캄포가 많이 싸져서 경제성도 있구요. 다음번에도 캄포로 프로젝트를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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