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10월 31일 금요일

올림픽공원 9경 스탬프 투어

올해 가을은 유난히 하늘이 맑고 푸르러서 무작정 나가고 싶게 만들더군요.  지난 주말 내내 가을을 만끽하러 다녔는데 그 중에서 2014년 10월 25일 토요일에 올림픽공원에서 가을을 즐겼던 기록을 정리해 봅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올림픽공원 근처에 7년을 산 적이 있어서 올림픽공원은 운동하러 놀러 자주 왔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제대로 와서 즐긴 적이 없더군요.  아주 어릴때 호돌이열차를 태워줬던 것 밖에 생각나지 않네요.   그런데 올림픽공원에서 9경을 선정하고 이를 연결하는 투어코스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걸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드디어 실행에 옮겼습니다.
올림픽공원에서 가장 여유가 있는 편인 동쪽 주차장에 세웠습니다.  스탬프투어 용지를 받을 수 있고 1경이 있는 <평화의 문>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칠엽수의 낙엽들이 맥문동 푸른잎을 소북히 덮은 광경이 장관입니다.  아이에게 "이게 가을이야~"라고 얘기해 줍니다.


<평화의 문>으로 가는 길에 새로 지은 <한성백제박물관>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클라리넷 연주자들의 재능기부 작은 콘서트가 열리고 있더군요.  귀에 익은 클래식을 들으니 기분이 더욱 좋아집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바로 앞의 기념품 가게에서 아들이 득템을 하나 했습니다.  요즘 지도에 빠져있는 아들이라 우리나라 지도 퍼즐을 골라 잡았네요.  비닐 포장지를 뜯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집에 갈때까지 절대 안돼~ 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드디어 <평화의 문> 앞 광장까지 왔습니다.  과학관련 행사를 하는지 좀 어수선하네요.  복잡한 천막들을 뚫고 물어 물어 <안내센터>를 찾았습니다.  <평화의 문> 동북쪽에 있습니다.  <i> 표시가 된 문을 열고 들어가서 계시는 분께 스탬프투어 용지를 달라고 하면 됩니다.  설명도 상세하게 해주시네요.  스탬프를 모두 찍고 안내센터로 오면 선물도 준다고 하네요. 


스탬프투어 용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1경부터 9경까지의 설명이 있고 스탬프를 찍는 자리가 있습니다.  뒷면에는 지도가 있어서 따로 지도를 챙길 필요는 없습니다. 


1경부터 9경까지 안내된 지도입니다.  이 코스대로 다 걸으면 약 3.5 km 정도의 거리라 운동삼아 걸어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경치가 너무 좋고 스탬프를 다 찍겠다는 목표도 있어서 아이들을 격려하기도 좋습니다.  심지어 마나님도 스탬프 찍기에 집착하더군요. ^^ 


그럼 1경부터 9경까지 차례대로 찾아 나서 봅니다.

1경 : 평화의 문

스탬프가 있는 구조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서 처음엔 좀 헤맸습니다.  <평화의 문>에서 도로쪽으로 나가면 이런 초록색 박스가 있는데 여기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습니다.  스탬프는 잉크를 묻히는 방식이 아니고 음각을 새기는 방식이더군요.


아들이 이 <평화의 문>을 보고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들이 즐겨보는 다음 3D지도에 바로 이 <평화의 문>이 있기 때문이죠.  초롱초롱한 눈으로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더군요. ^^


2경 : 엄지손가락 조각 

2경이 엄지손가락 조각인 걸 보고 좀 허탈했는데,  주차장에서 이곳으로 오면서 보았던 조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인상적인 조각이기도 하구요.  스탬프 찍는 곳이 어딘지 좀 헤매긴 했지만요. 

득템한 한국지도 퍼즐은 절대 손에서 놓지 않네요. 제가 들어준다고 해도 극구 자기가 들겠답니다.  저렇게나 좋을까요?










3경: 몽촌해자 음악분수

1경부터 5경은 모두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어떤 곳은 안내표지판이 있기도 하고, 어떤 곳은 없기도 한데... 표지판이 없는게 오히려 난이도가 있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니까요.

3경의 사진을 보니 호숫가라 가까운 호수쪽으로 나갑니다.  이런 근육질의 바위로 된 인공폭포를 지나면 3경의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곳이 나옵니다.


3경의 포토존에서 찍었습니다.  이 호수는 엄밀히 말하면 몽촌토성의 해자에 해당되지요.


4경 : 대화 조각 

4경도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런 물레방아 건물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이 조각이 바로 <대화>입니다.  서로 대화하는 것 같나요?


5경 : 몽촌토성 산책로 

여기서 조금 헤맸습니다.  일단 가보는데 벚나무 단풍이 너무 예쁘게 물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벚나무는 꽃보다는 낙엽이 더 예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벚나무에 옷을 입혀 놓았는지 모르겠네요.


스마트폰의 GPS와 다음지도를 이용하여 길을 찾습니다.  가다가 이런 기이한 조각을 만났네요.  자세히 보니 진짜 나무입니다.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나무를 갈라놓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아주 멋진 포토존인데 이노무 아들놈은 좀처럼 포즈를 잡아주지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 왼쪽을 바라보니 이렇게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저 위로 가면 됩니다.  이 언덕이 바로 몽촌토성입니다.


토성을 올라갑니다.  꽤 긴 계단이지만 걷기 운동으로 단련된 우리 가족은 거뜬하게 올라섭니다.


계단으로 올라서서 왼쪽길로 접어들면 곧 스탬프를 찍는 곳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곳의 전망이 아주 끝내주는 군요.  단풍과 꽃과 호수가 어우러져서 한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습니다.


6경 : 나홀로 나무 

6경 찾는게 제일 어려웠어요~  마나님의 눈썰미가 없었다면 아마 포기하고 그냥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네요.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룰루랄라 신나게 걸어가다 보니 꺾어 들어가야 할 부분을 그냥 지나친게 문제였습니다.  산책로는 토성의 능선부에 놓여진 길이라 전망이 내내 좋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분위기입니다.  올림픽공원을 여러번 왔지만 토성은 처음 와 봤네요.


길을 가다가 우람한 오동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못해도 백년은 넘은 듯한 우람한 크기입니다.  봄에 오동나무 꽃 필때 오면 장관일 것 같습니다.  이 나무 뒤로도 오동나무는 자주 보입니다.


이런 억새밭도 지나구요.


이제 곧 너른 초원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 <나홀로 나무>가 있다는 건데... 뛰엄뛰엄 몇개의 나무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 은행나무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나님이 스탬프투어 안내서를 자세히 보더니 나무모양이 다르다고 합니다.


<나홀로 나무>는 이렇게 생긴 측백나무였습니다.  나무는 찾았는데 스탬프 찍는데가 어디인지 감이 안잡히더군요.  지도를 꼼꼼히 보니 저 앞에 있는 텃밭쪽에 있는 것 같더군요.


아들이 뛰어가 찾아내고는 좋아합니다.  또 스탬프를 찍습니다.


잠시 신발 벗고 쉬었다가 다시 7경을 향해 나섭니다.


7경 : 88호수

텃밭 끝 부분에 저런 박 터널이 있습니다.  온갖 기이한 모양의 박들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합니다.  무거운 박이 머리에 떨어지면 다치지 않을까 걱정되었는데,  무거운 박들은 다 밧줄로 메어 놓았더군요.


6경에서 7경 <88호수>까지도 좀 거리가 됩니다.  체육관 쪽으로 가는 큰 길을 따라 가면 됩니다.


가는 중에 저 멀리 요상한 동물이 보이길래 당겨서 찍어 보았더니 토끼네요.


느티나무 낙엽이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수북합니다.  이게 가을이지요.


<88호수> 근처로 가니 쏴아~하는 물소리가 납니다.  아주 높이 샤워기 같은 물줄기를 쏘아 대더군요.  여기가 7경 <88호수>입니다.


8경인 <들꽃마루>로 가기 위해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아주 많이 모여 있고 오케스트라 소리가 납니다.   뭔가하고 가봤더니 정말 오케스트라가 와 있습니다.  얼마전 <노다메 깐타빌레> 드라마를 달렸던 우리 식구들은 이 오케스트라가 너무 반가웠습니다.  알고보니 문체부와 현대차에서 주최한 <가을 음악소풍>이라는 행사였네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게 왠 횡재인지 모르겠습니다.  <찌고이네르바이젠> 등의 음악 몇 곡을 앉아서 잘 감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시간이 5시를 넘겼습니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질터인데 아직 8경과 9경이 남았습니다.  아쉽지만 일어서 다시 걷습니다.  석양에 비친 제2롯데월드가 멋지네요.  아들이 이 제2롯데월드도 가까이서 보고 싶어 했는데 오늘 실컷 보네요.  나중에 집에 갈때도 일부러 제2롯데월드 앞으로 지나가 아들이 아주 기뻐했습니다.


8경 : 들꽃마루 

가다보면 이런 초승달 모양의 조형물이 나오는데 여기가 <한얼광장>입니다.  <한얼광장>을 지나면 <만남의 광장>이 나오는데,  9경까지 스탬프를 다 찍고 나면 이 <만남의 광장>에 있는 안내센터로 가서 기념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단은 그냥 지나칩니다.


SK핸드볼 경기장과 역도경기장 사잇길로 들어가면 됩니다.


<뮤즈라이브>라는 카페가 보이면 거의 다 온겁니다.


여기서부터 수많은 장미들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사실 10월에 이렇게 많은 장미가 피어있을 줄은 몰랐는데 품종이 개량된 건가요?  장미 하나 하나 사진이 모두 작품입니다.


어쨌거나 장미광장 오른편 길로 들어서면 <들꽃마루>가 나옵니다.  그런데 들꽃은 모두 졌네요. ㅡ..ㅡ


9경 : 장미광장 

장미광장에도 조그만 공연이 열리고 있네요.  친숙한 가요 레퍼토리라 흥이 납니다.


장미광장의 대표적인 조형물입니다.  요 하트에서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사진을 찍었을까요?


파르테논 신전 같은 조형물도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장미의 향기와 아름다움이 9경 스탬프투어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올림픽공원 9경 스탬프투어를 마쳤는데... 마지막으로 <만남의 광장> 안내센터로 가서 기념품을 받아오는 절차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파서 그냥 가자는 의견입니다.

송파구에 살 때 자주 갔던 논현삼계탕에서 거나하게 닭다리 좀 뜯고 제2롯데월드 야경을 즐기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즉흥적으로 올림픽공원에 온 것인데 의외로 행사도 많고 단풍도 꽃도 환상적이어서 이번 여행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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