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7년 1월 31일 화요일

라이브엣지 참죽 의자 좌판 만들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목공을 게을리 했습니다. 집에서 하는 목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청소하기가 너무 귀찮다는 겁니다.

청소기로는 미세먼지까지 잡아내지 못하니, 물걸레질까지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사실은 마나님의 요구사항입니다. 쿨럭)

드디어 햇볕좋은 겨울날 하루 날잡아서 그동안 쌓인 목공 민원들을 해결했습니다. 대부분은 기존에 했던 프로젝트들을 수리하는 것이었습니다만...

그 중에서 오늘은 오래된 의자 상판을 새로 만든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우리 집에는 신혼 초부터 사용하던 의자가 둘 있습니다. 무려 20년이 된 의자죠.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 이상 없습니다. 다만 좌판이 헤어졌다는 것만 빼면...

사실 전에 의자 하나는 멀바우로 좌판을 만들어 붙인 적 있습니다. 마나님이 맘에 들었는지 나머지 의자 하나도 그렇게 해달랩니다.  그런데 멀바우는 다 떨어졌고... 창고를 찾아보니 참죽 판재가 있더군요. 이번엔 그걸 써서 해볼 생각입니다.

아래 사진이 오늘 교체할 의자의 좌판입니다. 좌판은 MDF인데, 천으로 싸여져 있어 오래 버티질 못합니다. 그래서 나무로 교체합니다.


의자를 뒤집어 분리합니다. 좌판의 결합은 간단히 나사못 4개로 되어 있습니다. 수축/팽창이 문제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저 나사구멍의 직경이 여유가 있어서 수축/팽창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좌판으로 쓸 참죽나무 판재입니다. 붉은색과 갈색의 중간쯤 되는 톤이고, 결이 매우 복잡합니다. 참죽나무는 영어로는 통상 chinaberry라고 하는데, chinaberry는 너무 뭉뚱그린 이름이기도 합니다. 여튼 참죽나무는 무게에 비해 단단하고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목재로도 훌륭하지만 참죽나무의 어린잎은 식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유용한 나무입니다.

그런데 이 판재의 문제점은 라이브-엣지(live-edge)라는 겁니다. 라이브엣지를 살려도 좋겠지만, 두 판재를 집성해야 하기 때문에 한면은 직선으로 다듬어야 합니다. 수공구로 할 수 있을까... 하고 한걱정이 됩니다.


우선 잘 가늠한 다음 적당한 부분에서 반을 자릅니다. 톱질할 때 풍기는 참죽나무의 초콜릿향이 아주 좋습니다. 참죽나무는 서양에선 주로 chinaberry로 부르는데, chinaberry의 범주에는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포함됩니다. 미국의 자료에 chinaberry로 설명하는 걸 보면 참죽이 아니라 다른 나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참죽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그리고 복잡한 결을 가진 나무입니다. 향이 좋아서 가공할 때 기분도 좋구요. 붉은기가 도는 갈색 속살이 매우 아름다운 나무라 우리나라 전통 가구에서 많이 쓰이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수공구로 정확하게 자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충 1mm 정도 여유있게 삐뚤빼뚤 잘라놓고 대패로 다듬는 것이 편합니다. 다행히도 옆면 대패질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결방향만 잘 맞추면...


피죽이 있는 나무라 우선 끌로 정리를 해줍니다. 피죽에는 모래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자칫 대패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대충 끌로 정리한 다음 대패로 가능한 넓은 접촉면이 되도록 평을 잡아줍니다.  처음에 울퉁불퉁할 때는 대패날을 조금 더 내밀어주면 훨씬 수월합니다.


어느 정도 되었으면 접합할 두 면을 맞대고 대패질 합니다. 집성할 두 면의 각을 맞추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수시로 자를 대어 일직선인지 확인해야 하구요.


자 이제 도웰링지그로 접합면에 구멍을 냅니다. 이 도웰링지그는 AliExpress에서 구입한 WNew 도웰링지그입니다. 이 회사에서는 몇몇 좋은 지그들이 나옵니다. 미국것 카피한 것이 많은데 품질이 꽤 좋습니다. 이 지그에 대한 자세한 사용법은 다음 기회에 다루지요.


드릴링 깊이를 목심의 절반에서 살짝 넘도록 조절합니다.


그리고 한쪽 판재에 구멍을 뚫습니다. 간격은 적당히...


목심을 꽂은 다음, 이를 레퍼런스로 해서 다른 판재에 구멍을 뚫습니다.


이렇게 꽂아 두었던 도웰에 8mm 홈을 끼우면 반대편 판재로 위치를 복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구멍을 다 뚫었습니다만... 시험삼아 끼워보니 전체적으로 단차가 1mm 이상 납니다. 뭔가가 잘못 되었습니다.  고민을 해보니 아까 도웰에 홈을 끼워 위치를 잡았을 때, 그 도웰에 걸려서 지그가 판재에 밀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멘붕에 빠졌습니다.


그렇다면 반대편 판재 구멍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지 말고, 자체적인 기준으로 구멍을 뚫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도웰링지그에는 핀이 제공됩니다. 이 핀을 이용하여 일정 간격으로 양 판재 모두 뚫습니다.  모양은 흉합니다만... 안보이는 부분이니...


무사히 끼워졌습니다. 단차는 끝부분에서 약간 생겼는데, 그것은 판재가 배가 불러 지그가 밀착하지 못해 생긴 현상입니다. 그 정도는 나중에 수정할 수 있습니다.

본드를 바르고 파이프 클램프로 압착하여 집성합니다.


판재가 어느 정도 마른 후 클램프를 풀고 다듬습니다. 이렇게 엇결이 많은 판재는 스크래퍼로 다듬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걸로 어느 정도 단차를 잡고 엇결이 뜯겨나간 부분을 달래줍니다.


이제 좌판의 모양에 맞게 잘라줍니다. 톱질 근육이 다 사라졌는지 팔이 아픕니다. 다음부터는 직쏘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라내고 옆면을 대패로 다듬고, 모서리 둥글게 따내고 사포질하는 지루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제법 그럴 듯 하죠?


나사 네개를 죄어서 고정했습니다. 참죽의 색깔이 은근히 잘 어울리고, 복잡한 모양이라 심심치 않아 좋습니다.


특히 뒷부분은 라이브엣지를 살려 특색이 있습니다. 나름 포인트이지만... 사실 나무가 모자라서 어쩔 수 없이...


오일을 발라 화려한 나뭇결을 더 살려 보았습니다. 멀바우의 심심한 무늬에 비해서 훨씬 더 고급져 보이는군요.


오랫만에 목공해서 몸살이 났습니다. 당분간 좀 (또?) 쉬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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