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7년 6월 6일 화요일

홈디포(Home Depot) 방문기

한국의 목공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공구나 나무를 마음놓고 골라 살 곳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만들고 해결하길 강요(?) 당하는 미국의 경우, 과장해서 말하면 동네마다 나무와 공구파는 곳이 있습니다. 미국 출장을 자주 갔었지만 일정이 바빠서 이런 곳에 들러보질 못했습니다.

이번에 Ana White의 Handbuilt Home 책을 번역하면서, 그 책에 언급된 자재 구하는 방법을 확인하기 위해 가장 유명한 홈센터(Home Center)인 홈디포(Home Depot)를 둘러보았습니다.

들렀던 곳은 LA근교 Hawthorne에 있는 평범한 홈디포입니다. 토요일 오전에 방문했는데, 큰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남자들이 ㅎ) 쇼핑을 하고 있어서 놀랬습니다.

미국은 인테리어나 수리를 맡기려면 인건비도 비싸고 작업시간도 너무 오래걸려 답답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소 어설프더라도 본인이 직접 이런 홈센터에 와서 자재를 사다가 직접 해결하나 봅니다.

매장은 왠만한 이마트 규모 정도 됩니다. 이 넓은 곳에 목재, 공구, 도료, 인테리어, 싱크/화장실 설비 등 집에 관련된 모든 것이 있습니다.


우선 목재 코너부터 가봅니다. 합판 원장(2,440mm x 1,220mm)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합판들이 있더군요.


다른쪽에는 상당한 공간을 활용해서 가장 수요가 많은 구조목들이 규격별로 놓여져 있습니다. 가격이 좀 싸보이지만, 미국에서 제품에 표시된 가격은 세금을 제외한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계산서를 받아들면 10% 정도 할증된 금액을 볼 수 있죠.


이렇게 크고 긴 목재를 사면 어떻게 차에 싣고 가야 할지 고민일 겁니다. 그래서 홈디포는 차에 실을 수 있게 대충 잘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처음 몇번은 무료이고, 이후는 소정의 재단비를 받는데, 정밀하게 잘라주지는 않는다네요. 아래의 패널쏘(Panel Saw)로 잘라주나 봅니다.


홈디포는 하드우드도 매우 다양한 종류와 규격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잘려진 얇은 하드우드들이 있어 소품 제작하기에 좋습니다.


목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월넛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취미 목공인 입장에서는 구입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가격보다는 구입의 편의성이 더 중요합니다. 원하는 목재를 마트에서 쇼핑하듯 고를 수 있다는 건 정말 부러운 부분입니다. 이런 환경이라면 매일 목공하겠다는 택도 없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 다른 곳으로 가 봅니다. 다양한 브랜드, 크기, 톱니 모양의 원형톱날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습니다. 기계를 안쓰는 저는 그냥 통과~


많은 종류의 도료들도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이런 도료들은 비행기에 실어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냥 패스~


각도절단기, 자동대패 등의 기계들도 많습니다. 미국은 전압이 110V라 충전식이 아닌 직결식 공구는 구입할 잇점이 별로 없습니다. 변압기를 일일이 쓰는 것도 번거롭지요. 이런 것들은 그냥 한국에서 220V용으로 사는게 낫습니다.


결국 살 수 있는 건, 수공구밖에 없습니다. 홈디포는 공구 중에서도 파워툴 쪽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수공구는 별로 없는데, 그나마 클램프 쪽은 잘 갖춰져 있더군요. 클램프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고 하지요?

그런데 살려고 보니 너무 길어서 싣고 갈 수 있을까? 무거워서 수하물 중량초과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듭니다.


그래서 결국 이 녀석으로 샀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클램프라 가벼워 좋더군요. 하지만 그다지 강한 압착력은 보여주지 못해서 보조 클램프나 소품 본딩에 사용하면 딱입니다.


이 녀석도 하나 구입했습니다. 비좁은 곳에서 나사를 조일때 유용합니다.


우리나라에도 홈디포를 모델로, KCC에서 홈씨씨라는 매장을 인천에 크게 냈습니다. 그런데 아직 추가 매장이 안 열리는 것으로 보아 장사가 잘 되지는 않나봅니다.

이게 다 우리나라 인테리어 목수님들이 너무 일을 잘하기 때문입니다. ㅎ

조만간에 전문 목공샵인 Rockler 방문기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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