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5월 5일 월요일

서울 성곽 : 혜화문 - 창의문 구간

이 글은 2014년 4월 19일에 아이와 함께 성곽길 혜화문에서 창의문까지 걸었던 기록입니다. 이 구간은 5Km라는 거리에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서 어린 아이라면 다소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제 아들도 힘들어하는 걸 겨우 겨우 달래서 완주했습니다. 시간은 대략 3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힘들어하는 아이 때문에 많이 쉬었다는 걸 고려하면 되겠습니다.

전체적인 코스 설명

이 코스는 아래 지도의 오른쪽 끝 혜화문에서 시작합니다. 혜화문에서 과학고까지는 성곽이 없거나 있더라도 주택의 담장으로 쓰여서 헷갈릴 수 있으므로 표지판을 잘 보아야 합니다. 과학고부터는 숲길이 시작됩니다. 이후 말바위 안내소까지는 아주 쾌적한 성곽길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감히 성곽길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말바위 안내소에서 창의문까지의 구간은 오르락 내리락 아주 힘든 구간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군사통제구역이라 신분증을 지참해야 합니다. 신분증이 없으면 삼청공원쪽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이 구간이 비록 힘들긴 하지만 전망은 매우 좋습니다. 이 코스는 오르막 보다는 내려갈 때 돌계단의 딱딱함 때문에 발에 오는 충격이 힘듭니다. 그러므로 어른이라면 등산화를 신는게 좋겠고, 아이라면 바닥이 두껍고 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는게 좋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길은 북악산의 능선을 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혜화문 -> 과학고 구간

출발지인 혜화문으로 갑니다. 혜화문은 혜화로타리에서도 가깝고, 4호선 한성대역에서도 가깝습니다. 저희는 버스를 타고 혜화로타리에서 내려 걸어갔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돌담 위에 혜화문이 있습니다. 마눌님 얘기로는 대학생 시절 이 길을 수없이 다녔는데 저 돌담이 뭔지 몰랐다는 겁니다. 오늘에야 이게 혜화문인 줄 알았답니다. 헐~ 입니다.

아래 사진의 돌담 옆 계단을 오르면 혜화문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게 혜화문(동소문)입니다. 한양 성곽에는 4대문과 4소문이 있습니다. 서소문, 광희문, 창의문, 혜화문입니다. 혜화문은 태조때 완공되었다가 임진왜란때 불에 타 소실된 것을 영조대에 재건하였습니다. 그 후 일제시대때 헐렸다가 1994년에 복원된 것입니다. 1994년 복원시에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고증도 치밀하지 못해 모양도 원래와 다르다고 하네요. 공교롭게도 혜화문은 두번이나 일본에 의해 허물어진 아픔이 있네요.


아래 사진이 원래의 혜화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혜화문은 높은 지대에 큰 길을 품고 있었지만 일제시대때 전차로를 만들면서 허물어지고 길을 깍아 평탄하게 만들면서 주변의 성곽이 높은 곳에 위치하는 형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망루에 서서 길 건너편 성곽을 바라보면 상당히 높은 곳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복원된 혜화문 자체도 돌담 위에 지어진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길이 낮아진 것이지요.


혜화문 담장을 따라 가다보면 이렇게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나옵니다. 집 담을 끼고 있어 특이합니다. 철문을 나가서는 직진을 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 안내가 없어서 헷갈리는데... 성곽길을 갈 때는 항상 성곽을 따라 가면 길을 잃지 않습니다.


혜화문을 지나 과학고까지는 성벽이 있다가 없다가 합니다. 그나마 있는 곳도 학교 담장이거나 집의 축대로 사용된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근대화시기에 인구가 폭증하면서 성벽 가까이까지 집들이 지어진 것 같습니다. 첫 출발은 이런 성벽의 흔적에서 시작합니다. 오래된 돌들이 성벽이었음을 말해줍니다.


가다보면 이렇게 두산빌라의 담장 및 축대로 성벽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못하겠지요. 예전에는 성곽에 대한 가치를 모르고 이렇게 무시로 집을 지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리잡고 나니 이 또한 역사적 의미겠지요. 자연스럽게 관리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구간은 조용한 마을을 지나는 길입니다. 성벽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없는 구간에서는 아래 사진과 같은 성곽길 안내 표지판을 보고 길을 잡으면 됩니다.



경신고등학교를 지나면서는 아예 성벽이 없어집니다. 이 학교 담장을 끼고 계속 가면 됩니다. 동네가 조용하고 참 좋습니다. 이런데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신고등학교의 한쪽에는 성벽이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그나마 그 위에 학교 담장을 세워 놓았네요. 이런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 찻길이 나옵니다.


이 곳에는 왕돈까스와 경주 장모님 미역국, 우리밀국시와 같은 맛집들이 있습니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맞추어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경주 장모님 미역국이 가장 땡기더군요. 실제로 나중에 여기서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서울 과학고등학교 담장을 끼고 성곽이 다시 나타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곳에서 왼쪽 빨간 길을 올라가면 됩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됩니다.


과학고 -> 와룡공원 구간

과학고에서 와룡공원 구간은 참 고즈넉하고 풍광이 아름다운 길입니다. 초입은 아래 사진과 같은 분위기입니다. 성곽 안쪽에 빨간 벽돌이 깔린 넓은 길이 있어 편안하게 바깥을 내다보며 걸을 수 있습니다.


바깥을 내다보니 잘 생긴 은행나무가 시선을 끄네요. 한창 전성기인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단풍나무 군락이 있는 숲길이 시작됩니다. 쾌적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오르막에서 돌계단, 나무계단, 경사로가 나오는데 어느 길로 가도 결국에는 위에서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일부로 다른 길로 가서 만나 보았는데 아이가 의외로 좋아합니다.


성벽은 북악산 자락을 끼고 계속 이어집니다. 성벽에 바짝 붙어 지어진 집들이 인상적입니다.


경사는 대체로 완만해서 어렵지 않습니다. 서너살 아이도 무난할 것 같습니다.


마침 이 때 라일락이 한창일 때라 걸으면서 라일락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코스에 라일락이 꽤나 많이 자랍니다. 그런데 그 중에 이렇게 키가 큰 라일락이 있네요. 보통 라일락이 2~3미터 정도 자라는데 이 라일락은 5미터 이상 되는 듯 합니다.


아이가 컨디션이 안 좋은지 힘들어 합니다. 집에 가자고 찡찡대기 시작합니다. 마침 가지고 온 간식이 있어서 그걸로 달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먼지터는 곳이 있어서 신발 먼지를 털어주었더니 아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참 별걸 다 즐거워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간식 가져가는 걸 깜빡했으면 그냥 하산할 뻔 했습니다.


라일락 꽃은 보통 분홍에서 보라색 사이 어디메쯤의 색입니다. 참으로 오묘한 색이지요. 낮은 높이에 달린 라일락 꽃을 발견하면 아이에게 향기를 맡게 해주세요. 아주 즐거워 합니다. 성곽길 전체에 퍼져있는 라일락 향기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완전히 하얀 라일락 꽃도 있더군요. 흰 라일락 꽃은 향기가 좀 덜하더군요.


아이가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코스 자체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길이 이어집니다.


가다가 발견한 겹철쭉입니다. 정말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철쭉은 너무 흔해서 대접을 못 받는데요... 이 철쭉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성벽 아래 허름한 집들이 계속 보입니다. 옛날 생각이 납니다.


오르다 보면 차가 보이는 도로가 나옵니다. 여기가 와룡공원입니다. 와룡공원에는 깨끗한 화장실도 있고 음료수 파는 트럭도 와 있으니 필요한 볼일을 보면 됩니다.


와룡공원 -> 말바위 안내소

와룡공원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물도 실컷 마셨습니다. 그리고 물도 추가로 사구요. 이제 다시 출발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군부대가 있습니다. 사진의 암문으로 빠져나가 성 바깥길로 갑니다.


성 바깥에 나가면 이런 창고가 보입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다 한따까리 했을 군대 창고입니다. 이 창고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팔각정으로 가는 길이고 북악하늘길과 연결됩니다. 그러니 이 길로 가면 안됩니다. 동요하지 말고 성벽을 따라 왼쪽길로 갑니다. 무조건 성벽에 붙어 가면 됩니다.


와룡공원 이후로는 이런 분위기의 길입니다. 성 바깥의 숲을 걷는 길입니다.


가다가 만난 너무나 예쁘게 핀 복사꽃입니다.


희안하게 휘어버린 소나무가 있습니다. 기념사진 하나 찍어줘야죠.


이 소나무를 지나 조금만 가면 이런 나무 계단이 나옵니다. 다소 높은 이 계단을 성큼 성큼 올라갑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전망이 끝내줍니다. 서울의 북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래 퍼져 앉아 구경하고 싶지만 이 곳은 지나가는 길이라 오래 있지는 못합니다.


이 계단은 성벽 바깥에서 성벽 안으로 다시 넘어오는 계단입니다. 성벽 안쪽으로 들어오면 아래와 같은 중요한 이정표가 있습니다.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가면 말바위 안내소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삼청공원으로 갑니다. 다르게 말하면 왼쪽으로 가면 고생길 시작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룰루랄라 하산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오늘 고생길로 갑니다.


이렇게 성벽 안쪽 길로 말바위 안내소까지 갑니다. 아까 그 나무계단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말바위 안내소입니다. 이 곳에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이 말바위 안내소부터 창의문까지는 군사통제구역입니다. 그래서 신분증을 맡기고 번호표를 받아서 통행해야 합니다. 아래 주의사항을 꼭 읽어보세요. 신분증 안가지고 왔으면 아까봤던 삼청공원 가는 길로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절대 통과시켜주지 않습니다.


이 말바위 안내소에서는 성곽길 지도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 지도를 아이에게 쥐어 주세요. 그러면 지도를 보면서 자기의 위치를 찾으면서 힘든 걸 좀 해소할 수 있습니다. 지도를 보니 말바위 안내소에서 목적지 창의문까지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말바위 안내소 -> 1.21 소나무

말바위 안내소를 나서면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서 좀 쉬면서 아이에게 간식을 먹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이후로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어른도 조금 힘듭니다. 아이가 잘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길의 왼쪽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이렇게 좁은 길을 가는 형국입니다.


말바위 안내소에서 10분도 안되는 거리에 북대문인 숙정문이 있습니다. 이 높은 곳에 성문이 있다니 좀 의아합니다. 여기로 과연 사람이 다녔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구요. 실제로 이 숙정문은 조선시대에 거의 폐쇄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머리조심"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저는 두번이나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ㅡ,,ㅡ 망루에 올라서서 바깥 전망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숙정문을 나서 다시 길을 나섭니다. 여기서부터가 가장 난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돌계단이라 그렇습니다.


헥헥거리면서 성 바깥으로 가고 있는데 저 멀리 계단으로 다시 성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입니다. 뒤에서 마눌님과 아이가 "또 올라가야 돼?"하고 탄성을 지릅니다.


힘들어 죽겠다는 아이의 재밌는 표정입니다.


주변에 양지꽃이 피어 있길래 아이에게 보여주며 달랩니다. 이제 저 계단만 오르면 이제 오르막은 없어~ 실제로 그렇습니다.


무사히 계단을 오르고 나면 1.21 소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1.21 사태때 김신조 일행을 추격하면서 총격전이 벌어진 흔적이지요. 흰색 빨간색으로 총알 자국을 잘 보이게 해놓은 건 좀 오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소나무 역시 아이에게 설명하기 힘듭니다. 설명하려면 남북이 왜 갈라졌는지부터 시작해야 하니까요.


1.21 소나무 -> 창의문 구간

이제 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파르게 돌계단을 내려가는 길이라 힘도 들고 안전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절대 뛰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보통 경사가 아닙니다.

이 구간을 걸으면서 반대로 올라오는 외국인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아마도 가이드가 데리고 오는 것 같은데 왜 이 방향으로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와 같은 방향으로 가면 훨씬 쉬울텐데요. 외국인들 중에는 젊은 사람도 있지만 60~70대 일본인 할머니들도 있어서 참으로 안쓰러웠습니다.


중간 중간 이렇게 완만한 구간에서 조금씩 쉬어줍니다. 돌계단이라 발에 충격이 많이 갑니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거의 다 내려온 다음 위로 올려다 보며 찍어 보았습니다. 저 길을 올라갈 걸 생각하면... 저라면 이 길로 절대 안 올라갑니다. ^^


마지막 쉼터인 돌고래쉼터입니다. 지도를 보면서 거의 다 온 것을 확인한 아들이 안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경사가 완만해서 편안합니다.


막바지에서 멋진 향나무와 겹벚꽃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네요.


이제 거의 끝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아쉽네요. 마지막으로 멋진 풍경들을 담아둡니다.


여기가 창의문 안내소입니다. 여기서 아까 말바위 안내소에서 받은 번호표를 반납하면 됩니다. 화장실도 있구요.


안내소를 나오면 창의문(북소문)을 볼 수 있습니다. 창의문은 자하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근처에 자하문터널이 있지요. 창의문은 임진왜란때 문루가 불타 없어졌으나 영조때 재건하였고 그것이 현재까지 전해진다고 합니다. 산속에 있는 문이라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에도 별 피해없이 보존되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문루입니다.


중간에 휴식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무려 4시간에 가까운 강행군이었습니다. 아이가 잘 따라올까 걱정을 했고 실제로 징징대기도 했지만 어쨌든 끝까지 무사하게 잘 따라와 주어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이에게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가 7살 이상이라면 혜화문에서 창의문까지 오는 코스를 권하고 싶네요. 성곽길 중에서는 가장 풍광이 좋습니다. 아이가 어리다면 혹은 말바위 부근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삼청공원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좋습니다. 삼청공원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다녀왔기 때문에 곧 기행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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