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5월 28일 수요일

[마감론] 도료의 유해성에 대하여

목공에 있어서 마감은 참 어려운 분야입니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것이라 어렵기도 하지만 마감제의 제조사들이 마케팅의 목적으로 현란한 용어를 쓰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습니다. 간혹 목공 카페에서 마감에 대해 질문하는 것 중에서 이런 유형이 있습니다.

"아이의 건강 때문에 천연 오일을 사용하고 싶은데 어떤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나요? 비오파가 좋은가요? 아우로가 좋은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마감제의 유해성에 대해서 글로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준비했습니다.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이란?

마감제의 유해성분은 대부분 VOC(휘발성 유기화합물, Volatile Organic Compound)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VOC는 상온에서 증기압이 매우 높은 유기 화합물로 정의하는데, 높은 증기압은 낮은 끓는점을 의미하고 이것은 상온에서 아주 활발하게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되기 쉬움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페인트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VOC 중의 하나인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는 끓는 점이 -19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VOC는 매우 다양하고 우리 주변에 늘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으며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VOC는 특유한 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식물의 잎에서 발생되는 VOC의 향은 식물 사이에 그리고 식물과 동물 사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VOC는 인간에게 해롭기도 하고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VOC는 특히 밀도가 높아질 수 있는 실내에서 법에 의해 규제를 받습니다. 유해한 VOC 중에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인 것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발암물질로 지정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VOC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만들어지는지 아래 차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동차의 매연에서 28%, 건설 중장비에서 19%, 공장에서 11%인데 놀랍게도 솔벤트가 2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솔벤트는 주로 페인트 등의 도료에 사용됩니다. 오일 마감을 할 때 맡을 수 있는 강한 신너 냄새가 바로 이 VOC 중 일부입니다.


VOC는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공장이나 자동차의 매연에서 발생하는 질소 산화물과 반응하여 광학 스모그를 일으켜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 파괴의 원인 물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업자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VOC 방출량이 적은 마감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페인트 등의 화학물질에서 발생하는 VOC 방출량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보통 마감제의 캔에는 그 마감제의 주요 성분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마감제의 정체가 뭔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척 방법에 물로 세척하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수성 마감이라고 추측할 수 있고, 신너로 세척하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유성 마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마감제 생산자들이 자신들의 레서피를 숨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어떤 수지가 사용되었는지 어떤 첨가물이 사용되었는지를 명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그 마감제에 대한 가장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제조사에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 물질 안전 보건 자료)를 요청하는 겁니다.

MSDS는 법률에 의해 화학물질을 만드는 제조사가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자료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하여 고용노동부에서 제정한 "화학물질의 분류, 표시 및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관한 기준"이라는 행정규칙에 이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칙의 취지는 화학물질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것으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규칙에 의해 화학물질 제조사는 유해성, 위험성,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응급조치, 발화점/인화점, 폭발/화재시 대처 방법, 취급/저장법, 물리화학적 특성, 안정성, 독성, 환경에 대한 영향, 폐기 방법, VOC 방출량 등의 중요사항들을 MSDS에 명시하고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감제 중 외국 제품의 경우는 한국 지사 홈페이지나 외국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영문으로 된 MSDS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국산 제품의 경우는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전화나 메일을 통해 요청하여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MSDS를 제공하면 참 좋을텐데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것 같아 좀 아쉽습니다.

유성 마감제가 가지고 있는 유해 물질

유성 마감제는 대부분 건성유(dry oil)를 기반으로 만들어 집니다. 그 중에서도 린시드 오일을 많이 사용하지요. 린시드 오일 자체는 아마의 씨를 압착하여 만든 오일이므로 천연 제품입니다. 하지만 순수 린시드 오일은 점도가 높아서 나무에 바르기가 매우 어렵고 나무에 잘 침투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오일을 희석하여야만 하는데 이 때문에 솔벤트(solvent)를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솔벤트가 미네랄스피릿이지요. 그리고 이 솔벤트는 모두 VOC로 분류되고 건강과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오일 마감을 할 때는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해야 합니다.

솔벤트 외에도 건성유가 빨리 경화되도록 중금속 성분의 건조 촉진제(Drying Agent)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량이고 경화되고 나면 화학적으로 안정되므로 VOC에 비하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오일 마감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마감법이지만 건강과 환경에 대한 악영향으로 점점 규제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도료 제조사들이 수성 기반의 도료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성 도료들은 VOC 방출량이 유성에 비해 절반 이하로 적고 악취도 적으며 건강에 치명적인 VOC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중의 천연 오일은 과연 안전한가?

자 이제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핵심은 우리가 구입할 수 있는 "천연" 오일들은 과연 안전한가? 라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의 건강 때문에 천연 오일을 선택하는게 합리적인 것인지를 살펴 보겠습니다.

"천연" 제품이라는 건 어떤 걸 의미하는 걸까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천연 오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은 100% 자연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걸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천연 오일이라고 팔리는 제품들은 "천연 성분이 일부 포함된" 것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합니다. 한편 자연에서 만들어진 천연 독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동양의 전통 마감법인 옻칠의 경우 정제된 옻 자체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입니다. 그러므로 "천연 제품"은 "건강에 좋은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셔야 합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비오파, 리베론, 아우로, 라이노스 등의 오일 마감제의 테그니컬 데이타와 MSDS를 입수하여 분석해 본 결과 어떤 브랜드든 간에 순수 린시드오일이나 순수 텅오일인 경우 VOC 방출량이 없고 유해물질도 없습니다. 하지만 순수 오일은 건조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열처리나 금속성 건조 촉진제를 추가하고, 순수 오일의 점도가 높기 때문에 솔벤트를 추가한 제품들이 주로 판매되는 것들입니다.

판매하고 있는 솔벤트 없는 순수 오일의 경우, 실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점도를 낮추기 위해 솔벤트를 섞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순수 오일과 솔벤트가 포함된 오일의 차이점은 솔벤트의 양과 종류를 직접 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솔벤트가 포함된 비오파, 리베론, 라이노스 제품의 경우 솔벤트로 석유에서 추출하는 미네랄스피릿이나 나프타를 사용합니다. 아우로의 경우는 오렌지나 레몬에서 추출하는 시트러스 오일(Citrus Oil, d-Limonene 성분)을 솔벤트로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석유계 솔벤트에 비해 시트러스 오일은 레몬향이 나기 때문에 좀 더 쾌적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트러스 오일도 꽤나 자극적이기 때문에 코에 대고 바로 흡입하던지 손에 직접 접촉하는 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보면 비오파, 리베론, 라이노스의 경우 천연 수지나 천연 오일(린시드오일, 텅오일 등)을 사용하긴 하지만 석유계 솔벤트를 사용하므로 100% 천연 제품은 아닙니다. 네개의 브랜드 중에서는 아우로만이 천연 오일과 천연 솔벤트를 사용하는 거의 천연 제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우로가 비싼 것이겠죠.

아래는 Biofa #2044 MSDS의 일부인데, 유해물질로 나프타(솔벤트), 아연산화물(UV흡수), 코발트비스(경화제) 등을 명시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미네랄 스피릿을 쓰든 시트러스 오일을 쓰든 솔벤트를 쓴 오일 마감제들은 대략 400~500 g/L 정도의 VOC 방출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VOC들은 도료를 바르고 말리는 동안에만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은 사용자가 아니라 작업자의 안전에 영향을 주는 겁니다. 일단 오일과 수지들이 경화되고 나면 안정화됩니다.

바니쉬의 경우 송진에서 추출한 로진을 사용하면서 천연 바니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폴리우레탄이나 니트로 셀룰로스를 수지로 사용한 경우에도 일단 경화되고 나면 안정화되기 때문에 플라스틱과 같은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플라스틱 밥그릇과 숫가락을 사용하는데 이상이 없다면 폴리우레탄/라커 도막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바라탄의 유성 폴리우레탄도 아이가 사용하는 가구에 못 쓸 이유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도료가 경화되고 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어떤 실내용 제품이라도 안전합니다. 다만 작업할 때의 작업자 안전을 위해서는 VOC 방출량이 적거나 천연 솔벤트를 사용하는 제품을 쓰고 환기를 잘 하는게 좋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 오일 마감보다도 수성 마감을 하면 훨씬 더 쾌적하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마감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는 수성 마감이 가장 안전하고, 다음으로 유성 마감 중에서 천연 솔벤트를 쓴 것이고, 가장 조심해야 할 상황은 유성 마감과 석유계 솔벤트를 쓰는 경우입니다. 세 경우 모두 VOC가 방출되므로 환기를 잘 하면서 작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에서 작업하는데 어린 아이가 있다면 수성 마감을 하는게 여러모로 좋습니다.

도료가 다 마르고 경화된 다음에는 실내용 어떤 마감제라도 대동소이하게 안전합니다.

한가지 더 짚어야 할 점은 외국 제품을 한국어로 옮기면서 "천연"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Biofa #2044 제품은 영어명이 "Universal Hard Oil"인데 국내 대리점에서는 비오파 "천연 마감오일"이라고 하면서 "천연"이라는 말을 덧 붙입니다. 이들 천연 오일은 천연 물질이 포함된 마감제이지 100% 천연 제품이 아닙니다.

그리고 "천연"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은 오일 마감제들도 거의 모두 식물성 천연 오일인 린시드오일이나 텅오일을 베이스로 만들어 집니다. 그러므로 솔벤트까지 천연 제품을 쓰지 않은 경우에는 굳이 "천연"이라는 단어를 붙여 소비자를 현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굳이 그런 단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이들 오일 마감제들은 충분히 훌륭한 마감제들입니다.

이제 "아이를 위해 천연 오일을 바르고 싶어요"라는 말이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님을 아실 겁니다.

댓글 7개:

  1. 웹서핑을 하던중에 "수용성 우레탄"으로 마감을 한것을 유해한것으로 생각하는 공방(?)이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http://blog.daum.net/heymano/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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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분이 좋다고 하는 던에드워드/GF 수성페인트도 아크릴수지를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수성 폴리우레탄은 우레탄과 아크릴을 섞어서 사용하구요. 우레탄이나 아크릴이나 플라스틱이라 보면 됩니다. 아크릴은 잘 아실거고, 우레탄은 약간 탄성있는 바퀴 등의 소재로 씁니다. 플라스틱 자체야 먹지 않으면 문제될게 없죠.
      아크릴이나 우레탄이나 물에는 녹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 솔벤트를 사용합니다. 그 솔벤트가 작업하는 사람에게 유해할 수 있습니다. 도료는 솔벤트가 거의 필수적인데 유성 마감제들이 솔벤트를 너무 많이 써서 규제되고 있어 수성 페인트/수성 폴리우레탄 등이 개발된 겁니다.
      수성페인트가 괜찮다면 수성 우레탄이 나쁘다고 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차피 둘다 비슷한 수지와 솔벤트를 사용하니까요.
      유성 마감제의 냄새가 심한 건 맞습니다. 탄화수소계 특유의 냄새가 문제고 린시드오일 자체의 냄새도 있습니다. 냄새라고 하는건 휘발성이 강한 화학물질이 코를 자극하는 것이므로 사람에게 좋을 일은 없겠지요.
      수성 마감제들은 그리 강한 독성의 솔벤트가 사용되지 않으므로 우레탄이든 페인트든 큰 문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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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회사에서 몰래 글을 쓰느라고, 질문의 뉘앙스가 이상한것 같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사람마다 마감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할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지만, 너무 확신에 찬 어투가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들 주게 될 수 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엇이 맞는지 궁금해서 문의드린것입니다.

      사실은 비터스윗님 글들은 수준이 높아서 글을 봐도 잘 모르겠는 부분이 많아서 질문드린거구요.. ㅎ
      암튼, 답변 감사합니다. 글들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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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네... 어떤 마감제가 해롭다 않다 얘기하려면 적어도 그것의 MSDS 정도는 들고 근거를 대야 합니다. 그리고 해로운 것 아닌 것 이렇게 양분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해로운 성분이 들어 있는데 그게 어느 정도냐를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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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ttp://blog.daum.net/heymano/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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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iy시작하는 생초짜입니다. 마침 궁금하던 내용인데 정말 잘 정리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얼른 장마가 오기 전에 퓨어텅오일을 사서 한달간 건조를 시작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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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퓨어텅오일은 건조시간이 너무 긴데요... 아직 안 사셨다면 폴리머라이즈드 텅오일을 고려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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