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20년 5월 25일 월요일

아들을 위한 6단 책장 만들기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공부방을 유치원에 입학할 때 셋업을 해두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낮은 책꽂이 2개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게다가 잘 만들지도 못했고...), 책상은 가운데 어중간히 있어서 아이가 집중하여 공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 공부방을 손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구상을 며칠 했습니다. 그 결과는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1. 높은 책장을 만들어서 구석에 두고, 책상을 옆에 붙인다. 
  2. 마루에 있던 컴퓨터 책상을 공부방으로 옮기고, 폭을 조금 넓힌다. 

이 글은 1번 높은 책장 만들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예전 공부방 구조>

구상과 설계


책장의 설계는 일룸의 에디 800 6단 책장을 참고로 했습니다. 사실 와이프가 만들지 말고, 일룸 책장을 사서 넣자고 주장했습니다. 가격도 20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 그럴까도 생각했지만, 설계를 잘 하면, 원장 하나로 책장을 만들수 있어서 절반 가격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가격이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책상과의 높이를 맞추고, 전체적인 치수를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서는 직접 만드는 것이 더 낫습니다.  

<변경될 공부방 구조>

나무는 옹이가 싫다는 와이프의 의견에 맞추어, 라디에타파인 무절 솔리드 18t 집성판으로 하기로 했고, 다행히 단골 목재상인 나무좋아요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6단 책장 설계도>

나무좋아요는 재단도 합리적인 가격에 해주기 때문에 아래 도면과 같이 재단을 요청했습니다. 긴 두판은 책장의 양 기둥으로 쓸 것이고, 나머지 두판은 800mm 길이로 잘라서 선반 6개를 만듭니다. 선반 하나가 더 필요한데, 그것은 자투리 긴 나무를 집성하여 만듭니다.  

<6단 책장 재단도>

그래도 뒷판으로 쓸 나무는 부족합니다. 약간의 나무가 더 필요한데, 원장을 하나 더 살수는 없어서 아이베란다에 뒷판 부분만 조금 더 주문했습니다. 이렇게 나무값과 재단비를 합치지 10만원 정도 되네요. 

책장 하나를 만들기 위한 판재 구입은 이렇게 하는 것이 최적인 것 같습니다. 

중간에 선반폭이 310mm가 아니라 315mm가 된 것은 일룸 미니수납박스를 넣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구입은 안했지만, 필요하면 구입해서 선반에 끼워 넣으면 딱 맞을 겁니다. 

목재 구입 (나무좋아요)


목재 도매상들이 나무는 싸게 팔지만, 배송비는 매우 비쌉니다. 택배가 아니라 트럭 배달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다면 직접 수령하는 방식으로 배송비를 아낍니다. 

인천에 목재상이 많지만, 집에서 너무 멀어 내키지 않습니다. 다행히 나무좋아요는 30분 거리인 남양주에 있어서 저에게 매우 좋습니다. 재단비도 합리적이고, 시스템도 잘 되어 있습니다. 

나무를 주문하니, 바로 다음날 가지러 오라고 하더군요. 재단이 간단해서였나 봅니다. 

도착해서 사진의 사무실로 가서, 나무 가지러 왔다고 하면 반출증을 발행해 줍니다. 그걸 가지고 뒷편이 재단실로 가면 됩니다. 

<남양주 나무좋아요 방문 수령>

경차인 스파크는 2,440mm 길이의 판재를 여유있게 실을 수 있습니다. 뒷자석 목보호대를 빼고, 앞좌석을 눕히면 됩니다. 어쨌든 나무좋아요에서의 나무 구입은 매우 편리합니다. 

<경차 스파크에도 2,440mm 판재를 실을 수 있다>



책장 부재 준비하기


우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집성 작업을 먼저 합니다. 자투리로 남은 긴 판재를 책장 선반의 폭인 800mm 남짓 길이로 자른 뒤, 집성면을 대패로 다듬습니다. 

<집성면을 대패로 다듬기>

저는 집성할때 판재의 정렬을 맞추기 위해 도웰을 사용합니다. 물론 도웰이나 비스킷없이 정렬하는 고수들도 많지만, 저처럼 좁고 열악한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는 정렬을 망치로 때려 맞추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품이 들더라도 도웰링 도구로 3~4군데 구멍을 뚫어줍니다. 

<도췔링 지그로 판재 정렬을 위한 구멍 뚫기>

다 뚫으면 이렇게 도웰을 끼우고, 가조립을 해 봅니다. 도웰이 길어서 판재가 닿지 않는다면, 구멍을 더 파지 말고, 도웰을 톱으로 자르세요. 어차피 정렬이 목적이니까 짧아져도 상관 없습니다.

<도웰링으로 정렬하기>

가조립으로 이상없음을 확인했으면, 클램프를 준비하고 본드를 바른 다음 집성을 합니다. 본드 마르는 시간내에 완료해야 하므로 서둘러야 합니다. 

<본드 바르고 집성하기>

이제 집성한 본드가 마를 동안, 선반을 잘라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우선 모양이 예쁜 2장의 긴 판재를 선별해두고, 덜 예쁜 2장을 선반용으로 씁니다. 

800mm 길이로 자르기 위해, 직쏘를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이정도는 모두 톱으로 해결했지만, 직쏘 맛을 들이기 계속 쓰게 되네요. 직선컷을 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두껍고 짧은 날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이드를 정확하게 대고 조심스럽게 잘라 나갑니다. 

<800mm 폭으로 선반 자르기>

이렇게 해서 완성된 선반들입니다. 약간 직각에서 어긋난 재단도 있어 약간 걱정스럽기 시작합니다. 

<재단된 책장 선반>

기둥 판재의 상단부에 멋을 위해 둥글립니다. 톱으로 대충 자른 뒤에 거친 사포로 모양을 잡으면 편합니다. 

<책장 기둥 상단 둥글리기>

이렇게 기둥 판재와 선반을 모두 만들고 나면, 원장에서 딱 다음 부위만큼 남습니다. 굉장히 효율적인 판재 사용이죠. 

<원장에서 재단하고 남은 부분>

몇시간 뒤, 집성한 판재의 본드가 모두 말랐습니다. 스크래퍼로 단차를 잡고, 사포로 깨끗하게 다음어 마지막 선반을 완성합니다. 이 집성한 선반은 280mm에서 10mm 모자란 270mm입니다. 잘 안보이는 아랫부분에 놓으면 큰 문제 없습니다. 

<집성 단차를 잡기 위해 스크래퍼 작업>

조립하기 전, 마지막으로 대패와 선반으로 깨끗하게 다듬습니다. 이런 마무리 작업이 없으면 마감을 해도 매끈한 질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시간과 공을 많이 들입니다. 

<대패와 사포로 선반과 기둥판 다듬기>

책장 조립하기

다음날, 책장 조립을 시작합니다. 기둥 판재에 선반이 놓일 곳을 정해야 하는데, 스케치업 도면에서 바닥으로부터 윗쪽으로 선반 위치를 mm로 추출하여, 기록해 둡니다. 

<선반이 놓일 하단의 위치>

직쏘로 자르다 보니 기둥 판재 둘의 길이도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닥부터 선반이 놓일 선을 긋는 것이 안전합니다. 

<선반이 놓일 위치에 선 긋기>

기둥 판재의 아래에는 발굽을 달아줍니다. 발굽을 달아주면 수평잡기가 수월합니다. 적당한 하드우드 졸대를 잘라 붙이면 됩니다. 

<발굽 달기>

선반 조립은 포켓홀로 합니다. 포켓홀은 우리나라에서 과소평가 받는 조립법입니다. 그런데 한번 써보면 계속 쓰게 될 정도로 편리합니다. 선반 조립시에 포켓홀을 쓰지 않는다면, 기둥에 홈을 파서 끼워넣던가(다도), 기둥 바깥에서 나사못을 박아야 합니다. 다도는 집에서 기계없이 하기는 어렵고, 바깥에서 나사못을 박는 것은 미관상 좋지 않습니다. 차라리 선반 아래쪽에 포켓홀이 있는 것이 더 낫습니다. 

포켓홀 지그와 드릴 스톱을 18t(3/4")에 맞게 세팅합니다. 

<18t 판재에 맞게 포켓홀 지그 세팅>

그리고 선반 아래쪽에 4개의 포켓홀을 뚫습니다. 아름다움을 위해 치수를 정확하게 재어서 일정한 위치에 포켓홀을 뚫는 것이 좋습니다.

<포켓홀 지그로 구멍 뚫기>

포켓홀을 다 뚫으면 아래 사진처럼 됩니다. 더 많은 나사를 박으면 더 튼튼하겠지만, 뒤에서 잡아주는 뒷판도 있기 때문에 4개씩 박기로 했습니다. 

<포켓홀을 뚫은 모양>

선반에 포켓홀을 다 뚫었다면, 본격적인 조립에 들어갑니다. 평평한 바닥면을 확보하기 위해 마루로 작업 공간을 옮깁니다. 

코너클램프와 직각 블록과 클램프 등, 직각을 잡아줄 수 있는 모든 장비를 동원하여 아래 위 선반을 고정합니다. 

<코너 클램프와 직각블럭으로 위치 고정하기>

포켓홀은 비스듬하게 나사를 체결하기 때문에, 나사를 죄는 과정에서 나무가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단단히 위치를 고정해 주어야 합니다. 

<포켓홀 나사못을 박아 선반 조립>

이렇게 선반을 다 조립한 장면입니다. 가구가 워낙 크다보니 조립하는 것도 진이 빠지네요. 애쉬나 오크로 만들 생각도 했었는데, 소나무로 하길 잘했습니다. 소나무 무게도 대단합니다. 빨리 아들놈이 커서 일손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선반 부착을 완료한 상태>

이제 뒷판을 조립합니다. 본드를 바르고, 클램프로 뒷판 위치를 고정한 다음, 나사못을 죄면 됩니다. 뒷판을 전체 다 달아도 되지만, 간결함을 위해 4개만 달았습니다. 

<뒷판 붙이기>

마감과 설치


마감은 아이생각 수성 우드바니시로 했습니다. 얼마전부터 사용해본 수성 폴리우레탄인데, 발림성도 좋고, 마감 품질도 꽤 괜찮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용기도 사용하기 편리합니다. 

가구의 키가 높다 보니, 바니시 칠하는 것도 엄청 힘드네요. 이번엔 붓으로 바르지 않고, 면천으로 빠르게 문질러 발라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수성 바니시는 빠른 건조가 특장점입니다. 하루 저녁에 2번 마감을 완료했습니다. 제품 설명에 재도장 간격이 2시간이라고 하나, 얇게 바르면 그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바르는 날의 습도가 높지 않아야(80% 미만) 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사용한 마감재>

이제 6단 책장이 완성되었습니다. 새 가구가 들어가면, 옛가구가 자리를 비켜줘야죠. 이 기존 책장은 아마 제가 거의 처음 만든 가구일 겁니다. 목재의 성질도 잘 모르고, 경험도 기술도 없어서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와이프가 항상 눈에 가시처럼 여겨왔던 거라, 새 책장으로 대체되니 너무 좋아하는 군요. 대충대충 나사못을 많이 박은 가구이다 보니, 분해도 몇시간 걸립니다. 여기서 또 진을 뺐습니다. 

<임무를 다해 분해되는 기존 책장>

제 자리를 잡은 책장입니다. 하얗고 뽀사시한 이 느낌이 좋다네요. 그래서 스테인도 안바르고 바로 수성 바니시만 발랐습니다.  

<완성되어 설치된 책장>

아랫부분을 보면 걸레받이까지 고려하여, 아래 뒷판의 위치를 잡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뒷판이 걸레받이와의 간섭을 줄이고, 안정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게 합니다. 

<걸레받이를 고려하여 뒷판 설치>

이제 책을 꽂고, 책상의 위치를 책장 옆으로 붙였습니다. 한결 안정적이고 아늑한 공부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아내와 아들도 매우 좋아합니다. 엉덩이가 늘 들썩들썩한 아들이, 좀 진중하게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는 척하는 아들>

반성과 후기


오랫만에 한 목공이다 보니 감도 많이 떨어졌고, 큰 가구이다 보니 힘이 들어 대충대충한 것도 많았습니다. 자신을 너무 믿은 것도 있구요. 그래서 몇몇 실수가 있었습니다. 그 실수를 정리해서 반면교사로 삼으려 합니다. 

1. 직쏘로는 직선/직각 재단이 어렵다. 

직쏘로 대충 자른 뒤에 대패로 다듬는 것도 방법입니다만, 부재의 여유가 별로 없고 다듬어야 할 면이 옆면이 아니라 마구리면이라면 대패로도 한계가 있습니다.

책장 선반같이 직각/직선이 아니라면 전체적으로 틀어지는 중요한 부재인 경우 직쏘를 너무 믿지 말고, 나무를 살 때 아예 재단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 나았다는 생각입니다. 저를 너무 믿었어요.

어쨌든 책장이 직사각형이 아니라, 약간 평행사변형처럼 잘려서, 기둥과 약간 틈이 생긴 선반이 두개 정도 있었습니다. 모양도 좋지 않고, 체결 강도도 약해집니다. 

재단을 직쏘로 꼭 해야 한다면, 이번처럼 가이드를 한쪽만 대지 말고 양쪽으로 대는 것이 좋겠습니다. 

2. 역시 마감은 조립 전에 하는 것이 좋다. 

알고 있지만, 늘 지키지 못하는 원칙이 "조립하기 전에 마감하라"입니다. 바니시가 발린 부위는 목공본드로 붙일 수 없기 때문에 마스킹을 해야하는 것이 귀찮아, 보통 조립을 다 한 후에 마감을 합니다. 

하지만 책장같이 세로로 되어있고, 연결부위가 많은 가구는 조립 후 마감하기가 너무 어렵고 힘이 듭니다. 부재를 가로로 눕혀놓고 꼼꼼히 마감했으면 힘도 덜 들고 마감 품질도 좋았을 것입니다. 특히나 수성 바니시이기 때문에 건조도 빨라서 시간 손해도 별로 없습니다. 

3. 뒷판을 고정하기 직전이, 직각을 잡는 마지막 기회이다.

뒷판을 달 때 아무 생각없이 그냥 달았는데, 나중에 멀리서 보니 미세하게 약간 기울어져 있습니다. 즉 책장 전체 모양이 약간 기울어진 평행사변형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수직이 되도록 한쪽을 괴다 보니, 아래 사진과 같이 책상 상판과 책장 선반이 약간 어긋났습니다.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직각 블럭과 클램프로 기둥과 선반의 직각을 잡아준 다음, 뒷판을 달았다면 수직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약간 삐뚤어진 책장>

그리고 제일 아래와 위 두개의 뒷판은 크기도 더 큰 걸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거의 선반 한칸 정도의 뒷판을 대어주면 더욱 더 튼튼하게 조립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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