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7월 25일 토요일

이케아 말름(MALM) 서랍장 사고, 무엇이 문제일까?

어제 갑자기 미국에서 이케아 말름(IKEA MALM) 서랍장이 넘어져 아이 두명이 숨졌다는 뉴스가 온 나라를 도배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니 왜 멀쩡한 서랍장이 넘어져 아이들이 다치는지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찾아 보았습니다.  국내 언론들은 아이가 왜 다쳤는지 보다는 이케아의 리콜(?) 조치에 대해 더 비중있게 다루더군요.

리콜의 내용은 이케아가 말름 시리즈를 포함한 모든 서랍장을 산 고객들에게 서랍장을 벽에 고정할 수 있는 앵커(anchor)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케아는 이를 리콜이 아니라 리페어(repair)라고 주장하더군요.

그리고 대상이 되는 말름 서랍장 판매 건수도 같이 발표 되었는데, 무려 2천 7백만 건이랍니다. :O   이 판매 숫자도 참 놀랍습니다.

어쨌든 서랍장을 비롯한 가구가 아이들에게 어떤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저도 가구를 취미로 만드는 입장이라 다시 한번 안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왜 가구 때문에 아이들이 다치는가?

물론 가만히 서 있는 가구가 아이를 덮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가구의 다리가 부실해서 부러지거나 빠질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만든 가구라면 매우 낮은 확률입니다.  서랍장이 넘어지는 대부분의 경우는 아이들이 서랍장 위에 있는 물건을 집기 위해서 서랍장을 뺀 뒤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올라서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몸무게가 작다고 할지라도 위 사진처럼 아랫 서랍을 뺀 상태로 올라서게 되면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매우 큰 힘이 가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서랍장이 아이를 덮치게 되는 거지요.

미국 소비자 보호원(CPSC, 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가구가 넘어져 사망한 아이가 430명에 이른다고 하니 설마하니 우리 아이가... 라고 방심할 일은 아닙니다.  다친 아이들은 훨씬 더 많을테니까요.

그런데 그냥 가구가 넘어져서 사망하는 경우보다, 가구 위에 올려 둔 구형 브라운관 TV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많은 가정에서 요즘은 평판 TV를 보고 있지만,  구형이 된 브라운관 TV를 버리지 않고 저렇게 서랍장 위에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희 집도 아이가 있기 전에 그랬던 적이 있네요. 생각해 보니....

그런데 브라운관 TV는 앞뒤가 길기 때문에 서랍장 밖으로 튀어 나오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브라운관 TV의 무게 중심은 앞쪽에 몰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래 사진처럼 서랍장을 타고 올라가게 되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게 됩니다.


CPSC에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만든 모의 영상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심장이 떨려서 제대로 못 볼 정도입니다.



왜 갑자기 이슈가 되었는가?

2014년 2월 어느날 아침 Curren Collas라는 아이가 서랍장에 깔려서 크게 다쳤고, 급히 응급실로 옮겼으나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 Jackie Collas가 얼마나 놀라고 절망적이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당시 상황에 대해서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고, 다른 아이들은 Curren처럼 다치질 말기 바란다며, 널리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느 가정에서도 생길 수 있는 이러한 위험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하고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더욱 커져서 결국 미국 소비자 보호원은 http://www.anchorit.gov 라는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서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알리게 되었고, 이케아도 벽 고정 장치를 제공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겁니다.

어쨌든 아이 어머니의 바램대로 크게 이슈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집안의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늦게나마 다행입니다.  한 어머니의 용기와 집념이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구한 셈입니다.

사실 이케아는 오래 전부터 벽 고정 장치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된 말름 서랍장의 경우도 조립 설명서를 보면 고정장치(anchor)를 같이 제공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안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매뉴얼을 잘 보지도 않을 뿐더러, 위험성에 대해 간과하고 벽에 구멍을 내기 싫어서 혹은 하지 못해서 그냥 설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Curren의 어머니가 참 큰 일을 한 겁니다.

어떻게 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나?

가장 확실한 대비책은 어린 아이(주로 만 5세 이하)가 있는 가정에서는 서랍장, 책장 등과 같이 넘어질 우려가 있는 가구들을 벽에 고정하는 겁니다.  이케아 같은 곳은 벽에 고정하는 키트를 제공하지만, 다른 가구 제조사나 소규모 공방에서 만든 가구라면 별도로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곳이 있을 것도 한데, 저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간단하게 직접 만들어도 되겠지만 Amazon에서 직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제품은 Hangman Anti-Tip Kit 인데 400파운드까지 버틴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장치들은 벽에 나사못을 박아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목조 주택이 많아서 벽에 2x4 구조목으로 된 스터드(stud)가 일정 간격으로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나사못을 박으면 쉽고 간단한데... 우리나라 아파트의 경우는 대부분 콘크리트 벽이라 구멍을 뚫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소비자 보호원에서도 우리나라 주거환경에 맞는 가구 고정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보급하고 규제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더불어 평판 TV를 TV장 위에 올려놓고 쓰는 가정도 많은데, 이것도 넘어지면 아이들이 다칠 수 있으므로 어떻게든 고정하는 게 좋습니다.

좀 더 안전한 가구를 만들려면

국내 언론을 보면 이케아 말름(MALM)이라는 서랍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만일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사실 미국에서부터 판매 금지에 들어갔어야 겠죠.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조립 설명서와 재질 설명을 보건데,  말름은 그냥 평범한 서랍장입니다.


재질은 파티클보드와 MDF로 되어 있습니다.  한가지 찜찜한 것은 프레임과 서랍 모두 파티클 보드와 MDF로 되어 있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목공인들이 만드는 원목 서랍장의 경우 프레임은 무거운 나무를 쓰고, 서랍은 가벼운 삼나무나 오동나무로 만듭니다.

어떤 분들은 서랍을 삼나무로 한다고 하면 저렴하고 약한 나무를 쓴다고 비난을 하곤 하던데... 사실 옷을 넣는 서랍장은 튼튼하고 무거운 재질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프레임에 비해 서랍이 더 무겁거나 비슷한 정도라면 서랍을 쭉 뺐을 때 앞으로 넘어질 확률이 커집니다.

이는 서랍 뿐 아니라 여닫이 문도 마찬가지인데, 귀찮다고 두꺼운 통판 특히 자작합판 18t 같은 것을 여닫이 문짝으로 쓰는 경우도 있던데 문을 열었을 때 무게중심이 앞으로 확 쏠리는 데다가 경첩이 튼튼하지 않으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 목수들이 프레임-알판으로 문을 만드는 겁니다.  알판은 보통 가볍고 얇은 재질을 써서 문의 무게를 줄이는 거지요.  또한 프레임-알판은 통판에 비해 변형의 우려도 적습니다.

어쨌거나 벽 고정 장치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가구의 무게 중심이 아랫 뒷쪽에 있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래서 윗쪽은 가벼운 소나무로 프레임을 짜더라도 아랫쪽은 비중이 큰 오크 같은 하드우드를 쓰는 것이 좋겠지요. 그리고 가구를 배치할 때도 앞쪽 다리 아래를 더 높이 괴어서 약간 뒤로 기울게 놓아야 하구요.

아울러 공방장님들도 옷장을 납품하고 설치할 때, 그 집에 아이들이 있으면 고객에게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서 꼭 안내를 하고 벽에 고정을 시켜주기 바랍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한 지침

마지막으로 미국 소비자 보호원에서 제시하는 가구 넘어짐 (tip-over)을 방지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 드립니다.

소비자들을 위한 지침

튼튼한 가구를 사용하세요.

TV는 TV를 올리기 위해 튼튼하게 잘 만들어 진 가구 위에 놓으세요.






TV를 잘 고정하세요.

벽에 고정되지 않은 TV는 반드시 벽에 연결되어 고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평판 TV는 잘 고정하세요.

평판 TV는 벽이나 가구에 잘 고정해서 넘어지지 않도록 하세요.






매뉴얼을 잘 보고 지시를 따르세요.

제조사의 매뉴얼을 잘 보고 TV와 가구를 고정하세요.






브라운관 TV는 낮은 곳에 안정되게 두세요.

브라운관 TV는 반드시 TV를 올리도록 만들어 진 가구 위에만 올리세요.  그리고 벽에 고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꼭 필요하지 않다면 브라운관 TV는 재활용품으로 내놓으세요.
윗쪽이 무거운 가구는 반드시 벽에 고정하세요.

기존의 가구들도 저렴한 고정 장치를 이용하여 고정할 수 있습니다.  새로 산 가구는 아마도 고정 장치가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그것을 이용하여 정확하게 설치하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을 위에 올려두지 마세요!

아이들이 가구를 타고 올라갈 필요가 없게 만드세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TV 리모콘, 책 같은 것은 절대 TV 위나 가구 위에 올려두지 마세요.






판매자를 위한 지침 

직원들에게 안전을 교육하세요.

고객과 상담하는 판매 직원을 교육시켜, TV나 가구가 넘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도록 교육하세요.
 눈에 잘 띄는 위험성과 안전에 대한 안내를 하세요.

가게 내의 가구 진열대에 손님들이 위험성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눈에 잘 띄는 표시를 하세요.
고정 장치를 제공하세요.

TV나 가구를 고정할 수 있는 끈이나 고정 장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세요.






구형 TV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세요.

TV를 파는 곳이라면, 새 평판 TV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구형 브라운관 TV를 가져오면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시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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