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3월 16일 월요일

고장난 작업대, 수납 테이블로 개조하기


제가 목공을 하는 곳은 아파트 베란다입니다.  좁디 좁은 곳인데다가 빨래도 널고, 버섯도 말리고, 아들의 놀이터이기도 한 곳이어서 늘 정리정돈과 청소에 신경써야 합니다.

저도 처음 목공할 때는 자주 청소와 정리를 했습니다만... 이상하게 한번 청소를 해 놓으면 다시 어질러기 싫어서 목공을 안하게 되더군요.

예전보다 일도 더 바빠지고, 아이와 놀아야 할 시간도 늘 부족하다 보니, 목공은 아주 짧은 시간에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리에 소홀해졌고,  저의 베란다 공방은 아래와 같이 돼지우리 수준으로 변했습니다.

당연히 마나님의 잔소리는 계속 되었고,  베란다 공방의 청소와 정리를 위한 어떤 물적 토대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전부터 계속 공구를 넣을 수납장을 만들겠다고 제안했지만,  마나님은 베란다에 덩치 큰 가구가 들어서는게 싫고,  돈 많이 든다고 싫답니다.


정리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위 사진에 보이는 작업대 윗부분입니다.  저 빨간색의 SKIL0909 작업대는 목공을 시작할 때 처음 산 작업대인데,  잘 쓰다가 바이스 한쪽이 고장나서 못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베란다 귀퉁이에 놓고 간단한 수납과 공구들을 편하게 올려놓을 작은 테이블의 용도로 썼습니다.

그런데 윗부분이 이렇게 좁은 판재 두개로 되어 있다 보니 많이 올리지도 못하고, 올라간 물건들도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가운데 띄워진 부분을 막고,  난간도 세워서 안정적으로 물건을 올려둘 수 있도록 개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수납 기능도 추가하구요.


공방의 수납 테이블로 쓰기 위해 멀쩡한 나무를 잘라 쓰는 건 좀 아깝습니다.  그래서 창고에 쓸만한게 없나... 하고 찾아 봤습니다.  마참 저희 집 인테리어를 할 때 인테리어 업자가 설치하려다가 만 선반이 두개 있더군요.  놀라운 건 이 선반의 길이가 작업대의 길이와 똑같다는 겁니다. 안성마춤입니다.

각목으로 프레임을 짜고 얇은 MDF로 겉을 싼 다음 흰 시트지를 입힌 다소 부실한 선반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용도에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어차피 두개니 직각으로 연결하면 작업대의 뒷쪽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스를 박았지만 얇은 MDF와 부실한 각목이라 견고하게 물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ㄱ자 평철로 보강을 했습니다.  꽤나 튼튼하게 ㄱ자로 결합이 되었습니다.


낙엽송 신발장 만들고 남은 낙엽송 판재를 난간으로 쓸 겁니다.  적당한 길이로 자른 뒤, ㄱ자 모양에 밀착시켜 클램핑하고 아래에서 피스를 박아 고정했습니다.


이런식으로 흰 선반 부분은 작업대 뒷쪽을 담당하고, 낙엽송 판재는 옆쪽을 막는 난간이 됩니다.  이제 가운데만 막으면 됩니다.  연필로 판재가 끼워질 부분을 표시합니다.


또 다른 낙엽송 판재를 길이에 맞춰 자른 뒤, 위치를 잡고 피스로 박습니다.


이제 그럴듯한 선반 모양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뒷쪽 흰색 부분이 무겁기 때문에,  고정시키지 않으면 뒤로 자빠집니다.  물론 작업대의 한쪽 바이스는 작동하기 때문에 바이스를 죄어 고정하면 됩니다만... 또 다른 안전 장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그만 자투리를 하나 덧붙였습니다.


이 자투리는 이런식으로 걸치게 되어 선반이 뒤로 넘어가지 않게 해 줍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바이스를 풀고 옆으로 당기면 이 구조물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 거의 다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선반에 스테인을 바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항상 햇빛을 받는 곳에 두는 가구는 빛에 의해 나무의 색이 변합니다.  아름답게 변하는 나무도 있지만,  스프러스 같은 경우는 얼룩덜룩 흉하게 변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색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안료 스테인을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흙색깔 안료는 내광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관련글 참고)

마침 예전에 랩탑 테이블을 만들때 썼던 아이생각 소나무색 수성스테인 남아 있었습니다.  마나님은 이 스테인을 똥색이라고 아주 싫어합니다.  그래서 계속 못 쓰고 창고에 박혀있던 겁니다.  이렇게라도 써야지요.


키친타올에 스테인을 묻혀서 닦아내는 식으로 발랐습니다.  예전에 이 스테인을 붓으로 너무 두껍게 바르니 페인트를 바른 것과 비슷하더군요.  그런데 바르고 닦아내는 식으로 하니 훨씬 더 얇게 도색되면서 뭉침이나 이색이 적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낙엽송이 다른 소나무들에 비해서 스테인이 잘 먹고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스프러스나 라디에타 파인의 경우 약간의 유분기가 느껴지고,  무늬결이 두텁고 균질하지 않아 스테인이 잘 먹지 않고 들뜨는 느낌이 납니다.  그런데 낙엽송은 차분하게 색이 입혀지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스테인을 바르니 낙엽송의 현란한 무늬를 약간 톤-다운 시키는 효과가 있어 좋네요.  현란한 무늬가 때로는 눈을 피곤하게 하니까요.  저는 이정도가 딱 좋은 것 같네요.


음... 괜찮습니다.  수성스테인 바르고 이렇게 만족하긴 처음이네요.  스테인을 바를 나무의 종류도 중요한가 봅니다.


추가로 상판의 아래에 사포를 넣어놓을 수 있는 트레이를 고정시키기로 했습니다.  트레이는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산 겁니다.  액자 걸 때 쓰는 T자 평철을 선반 아랫쪽에 고정한 뒤에 트레이를 끼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포 원장 크기를 착각했습니다.  A4 크기(210mm X 297mm)인 줄 알았는데,  사포 원장의 크기는 228mm x 280mm 네요.  폭이 18mm나 더 넓어서 원장이 이 트레이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ㅡ,.ㅡ

그래서 그냥 자른 사포를 보관하는 용도로 쓰기로 했습니다.


다이소에서 산 조그만 바구니 하나도 볼트와 와셔를 이용하여 작업대 아래에 붙여 두었습니다.  아주 가끔씩 쓰이는 코너클램프나 사포대 등을 보관하기 위한 겁니다.


선반 위에도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트레이와 바구니를 놓았습니다.  이런식으로 자주 쓰는 공구들을 놓으니 매우 편할 것 같습니다.  칸막이가 있어 떨어질까 불안하지도 않고,  상판의 면적이 넓어져서 훨씬 더 많이 올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여전히 뭐가 많습니다.  마나님께 보여주며 그래서 수납장이 하나 필요하다고 어필했습니다.  이번에는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만들어질 수납장에 들어갈 것들도 다 선반 위에 올라가니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정리가 잘 된 모습입니다.  이제 저 남은 자리에 수납장을 세우면 깔끔해 지겠지요.


내침김에 저 작업대 옆에 놓을 수납장도 제작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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