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2월 18일 수요일

빠르고 가벼운 Bessey 클릭 클램프


목공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클램프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클램프는 150mm ~ 300mm 정도 되는 짧은 클램프들 입니다.

작업대 바이스가 없는 취목인 경우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판재를 작업대에 고정시켜 대패를 치든, 사포질을 하든, 톱질을 하든 제 작업대 주위에는 퀵그립 300mm, 홀드다운 클램프, 그리고 F클램프 150mm가 항상 출동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말하면 Workhorse인 셈이죠.

그런데 제가 애용하던  Wolfcraft 퀵그립 클램프가 성가신 고장이 났습니다.  아예 안되는 건 아니지만 클램프를 풀 때 레버를 약간 만져줘야(?) 합니다.

역시 단순한 것이 고장나지 않고 오래 간다고... 나사로 돌려 죄는 방식인 F형 클램프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백번씩 죄었다 풀었다 해야 하는 경우에는 손목에 무리가 갑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나사로 죄는 방식은 너무 큰 힘이 가해져 소프트우드인 경우 클램프 눌린 자국이 남을 수도 있어 항상 신경이 쓰입니다.

이런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클램프가 없을까하고... 얼마전부터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클램프들을 찾아내고 스펙을 보고 사용자들의 평을 보았는데, 가장 맘에 들었던 후보는 바로 Bessey Kliklamp (클릭 클램프) 였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생겼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뽀대가 납니다.  마그네슘으로 만들어진 조(Jaw)는 플라스틱이 줄 수 없는 감성을 제공합니다.  우아한 곡선의 레버를 당기면 한번에 죄어지고,  빨간색 버튼을 눌러 레버를 밀면 한번에 풀어집니다.  나사를 돌리거나 하는 동작이 필요없어 손목에 무리가지 않고, 죄고 푸는 동작이 빠르고 편안합니다.  그리고 바를 제외한 주요 부품이 마그네슘과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서 매우 가볍습니다.


이런 류의 클램프는 뭘로 불러야 할까?

긴 바에 권총과 방아쇠같이 생긴 레버가 달린 클램프를 보통 퀵그립 클램프 혹은 트리거 바 클램프라고 합니다.  파이프 클램프의 경우도 제조사는 달라도 파이프 클램프라는 일반 명사가 있습니다.

클릭 클램프가 클램핑하는 원리를 먼저 보아야 비슷한 부류의 다른 제품을 이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고 그래야 이름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클램프는 몇가지 기본적인 기술을 조합하여 만들어 집니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인 F형 클램프는 나사의 원리를 사용하며,  파이프 클램프는 나사와 멀티 디스크 클러치를 사용합니다. 반면 이 클램프는 라쳇(Ratchet), 캠(Cam) 그리고 힘을 가하기 위한 지렛대(Lever)를 사용합니다.

라쳇은 한 방향으로만 회전이 되는 톱니 바퀴여서 한번 가해진 압력이 뒤로 후퇴되지 않도록 해주며,  캠은 나사보다 훨씬 빠르게 힘을 가하고 풀 수 있게 해 줍니다.  대신 나사 방식에 비해 큰 힘을 가하기는 어렵습니다. 클릭 클램프에서 캠은 움직이는 조의 안쪽에 숨겨져 있습니다.

"Ratchet Drawing" by Dr. Schorsch - Own work.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Ratchet_Drawing.svg#mediaviewer/File:Ratchet_Drawing.svg
"Nockenwelle ani".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Nockenwelle_ani.gif#mediaviewer/File:Nockenwelle_ani.gif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는 제품들을 몇몇 찾아 보았습니다.

먼저 Bessey에서는 비슷한 메카니즘을 사용한 몇가지 제품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들 제품의 카테고리로 "Lever Clamp"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이 클램프의 외형상 특징이 큰 레버에 있으므로 적합한 이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의 제품은 Bessey의 레버 클램프 LC시리즈입니다.  클릭 클램프와 달리 모든 부속이 철로 만들어져 강한 압착력을 제공하며, 반면 무겁습니다.

12인치 제품 기준으로 1,200파운드의 힘을 제공하며,  클램프의 무게는 2.3Kg에 이릅니다.  1,200파운드이면 거의 파이프 클램프와 맞먹습니다.  집성용이 아니라면 이런 형태의 클램프가 이렇게 큰 힘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철공쪽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네요.

그래서 그런지 가격도 비싸고,  우리나라에서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Festool에서도 레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슷한 형태의 클램프가 나오는데 그 제품의 이름은 "Quick Clamp"입니다.

클릭 클램프와 가장 비슷한 클램프를 찾아본다면 Jorgensen의 "Gear Clamp"가 되겠습니다.  라쳇 기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기어 클램프"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클램프의 특징을 대표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듯 싶네요.


이 제품은 클릭 클램프와 달리 알루미늄과 쇠로 만들어져 튼튼하고 강한 압착력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Jorgensen의 기어 클램프는 600파운드의 압착력을 제공해서,  260파운드의 압착력을 제공하는 클릭 클램프의 두배 이상입니다.

클램프 자체의 무게는 12인치 제품을 기준으로 클릭 클램프가 380g, 기어 클램프가 770g으로 쇠로 만들어진 기어 클램프가 더 무겁습니다.

어쨌든 "레버와 연결된 캠으로 압착을 하고,  라쳇으로 버티는" 이 클램프의 이름은 Bessey가 사용하는 "레버 클램프"로 이름 붙이는 것이 합당한 것 같습니다.

Kliklamp냐? Gear Clamp냐?

레버 클램프를 사기로 마음먹고 조사를 한 결과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은 Kliklamp와 Gear Clamp 두가지입니다.  일단 국내에는 Bessey 클릭클램프가 훨씬 더 많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Amazon에서의 가격대를 따져보면 12인치 제품이 $26~$28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비슷한 가격대라면 당연히 Jorgensen의 기어 클램프가 더 강한 압착력을 제공하므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Amazon에서 기어 클램프에 대한 꺼림직한 사용기를 발견했습니다.


요약하면 죄고 푸는 동작이 약간 성가신 문제가 있는데,  결정적으로 라쳇 기어가 고정을 잘 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한두칸 풀려 버린다는 겁니다.  이건 클램프로서 아주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Jorgensen 기어 클램프가 더 강한 압착력을 제공하다 보니 라쳇이 풀리는게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감당하지 못할 힘으로 압착이 되는 자체가 문제가 되겠지요.

반면 클릭 클램프의 경우 호평이 압도적으로 많고, 나쁜 평의 대부분이 실제 사용에서의 문제라기 보다는 배송상의 문제이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약해 보인다는 인상평, 그리고 압착력이 약하다는 우려들입니다.

클램프를 작업대에서 작업물을 고정시키는데 사용한다면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 중 하나가 의도치 않게 풀리면 안된다는 겁니다.  작업물을 고정시키고 모서리를 라우팅하거나, 톱질하거나, 샌딩하거나 하면 클램프에 많은 진동이 가해지게 됩니다.

라쳇으로 걸어버리는 방식은 멀티 디스크 클러치 방식에 비해 진동에 더 강한 메카니즘입니다.  게다가 캠 액션으로 죄고 푸는게 빠르고 간편하니 더욱 더 작업대 용으로 좋지요.

이런 측면에서 라쳇 기어가 풀리는 문제가 보고된 Jorgensen 제품 보다는 압착력이 다소 약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작업을 잡고 있으면서 가볍고 조작이 쉬운 클릭 클램프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클릭 클램프를 선택했습니다.

클릭 클램프, 실제 사용해 보니...

클릭 클램프를 받아 들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뭐가 이리 가벼워?" 였습니다.  물론 가볍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마치 플라스틱 장난감 같은 느낌입니다.  이거 제대로 클램핑은 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이 제품은 12인치 길이 입니다.


라쳇 기어와 캠 부분을 확대한 사진입니다.  라쳇 기어는 마그네슘, 그리고 고정장치는 플라스틱입니다.  약해 보이긴 합니다.  ^^


클릭 클램프의 이동 조(Jaw) 안에 캠(Cam)이 들어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조의 패드는 회전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작업물을 더 넓은 면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클램프를 죄고 푸는 동작은 너무 쉽고, 힘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F클램프의 나사를 죄면서 드는 피로감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260파운드라는 약한 압착력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압착력의 상한이 정해져 있다보니 소프트우드에 클램프 자국을 남기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아 좋더군요.

판재의 압쪽에 클릭 클램프 두개를 물려놓고 힘차게 대패질을 해 보았습니다.  전혀 밀리지 않고 잘 잡아 줍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가볍고 거추장스러운 장치가 없는 클릭 클램프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은 보관하기가 편하다는 점입니다.   덩치가 큰 퀵그립 클램프의 경우 클램핑을 풀고 난 뒤 어디에 두어야 할지 항상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하지만 클릭 클램프의 경우 스틸바의 너비가 20mm 정도여서, 저의 Wolfcraft 마스터 200 작업대의 공구 꽂는 구멍에 쏙 들어가더군요.  이게 굉장히 편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스틸바의 너비가 20mm를 살짝 웃돌아서, 작업대 상판의 도그홀(Dog hole)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외 소소한 사실들

클릭 클램프의 조가 회전한다는 건 애매한 상황에서 꽤나 도움이 됩니다.  아래 사진처럼 사선이나 곡면인 몰딩을 클램핑할 때 회전식 조가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반대편 고정식 조(Jaw)에는 빨간색 패드가 붙어 있는데,  이것을 떼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위의 자세한 제품 사진에서 보았듯이 조의 헤드에 십자로 홈(groove)이 파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홈을 이용하면 아래 사진과 같이 목봉을 붙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한편 이 클램프를 만든 Bessey라는 회사는 1889년 독일에서 세워진 오랜 전통을 가진 회사입니다.  2014년에 창립 125주년을 맞아 특별히 클릭 클램프 블랙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내 놓았습니다.  가격은 큰 차이 없고 스틸바와 마그네슘 등에 블랙 코팅을 한 겁니다.

그런데 한정판이라는 이 블랙 에디션이 국내에서는 더 흔하네요. ^^  뽀대는 좋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리지널이 더 예뻐 보여서 그걸로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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