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6월 2일 월요일

아이가 그린 인체 그림

이제 일곱살이 된 아들내미... 이제 제법 생각도 여물어졌고 말도 따박따박 하고 제법 예비 초등학생 티가 납니다. 유치원도 3년차 다니다 보니 제법 선배티도 나구요.

아들은 어떤 주제에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이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그랬는데요... 아주 어릴때는 알파벳에 빠져서 아주 지겹도록 알파벳 놀이를 했습니다. 알파벳 관련한 책도 엄청 샀고, 제과점에서 파는 알파벳 양초도 백여개는 산 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태양계로 관심이 넘어갔습니다. 태양계와 관련된 책을 보고 난 뒤에 행성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것 같습니다. 그냥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게 된 이후로는 스스로 Youtube에서 내쇼날 지오그래픽에서 만든 우주와 관련된 다큐멘타리를 찾아 봅니다. 1시간짜리 다큐멘타리를 꼼짝도 앉고 앉아서, 심지어 이해가 안된 부분은 돌려가며 봅니다. 그냥 흘려듣는가 싶지만 언뜻언뜻 하는 말을 보면 아주 구체적인 디테일까지 외우고 있더군요.

그러다가 몇달 전부터는 갑자기 인체로 관심이 바뀌었습니다. 엄마가 읽어준 인체와 관련된 책을 재밌게 본 데다가 유치원에서 인체와 관련한 프로젝트 수업을 했던 것이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는 엄마에게 인체와 관련된 책을 사라고 엄마 손을 끌고 노트북 앞에 앉혀서 인터넷 서점에서 사게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가 Youtube에서 스스로 찾은 "지니키즈 인체탐험" 비디오에 푹 빠졌더군요. 그런데 유튜브에서 제공되는 비디오는 TV화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것이라 화질이 안좋더군요. 그래서 올레TV에 관련 컨텐츠가 있는지 찾아 보았습니다. 다행히 저렴한 가격에 전체 시리즈를 구매할 수 있더군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이 인체탐험 비디오에 꽤 오랫동안 푹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EBS에서 몇년 전에 방영한 이 비디오는 주인공인 "빈치"와 "바나노"가 먼지만큼 작아지는 기술을 이용하여, 아래 아들이 그린 "도토리호"를 타고 우연히 박사님의 몸 속에 들어가 각종 모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박사님의 몸 구석구석을 탐험하면서 박사님의 건강을 해치는 병균들과 싸우기도 하지요.


어린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그 내용이 수준이 높고 정확한 편입니다. 물론 어른이 보기에는 썰렁하기 그지 없는데, 울 아들은 엄청 좋아다더군요. 시리즈 2까지 나온 전편을 거의 10번 이상 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많은 수의 인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런 그림을 그리면 마눌님은 몰래 버리려고 하고, 아들은 버리지 못하게 하는 신경전을 벌입니다. 그럴때마다 제가 중재를 하는데, 합의하에 스캔을 떠서 디지털로 보관하기로 하고 원본을 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아들이 그린 그림들이 남아 있습니다. 어릴 때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관하는 좋은 방법 같습니다.

초기에는 좀 유치한 것 같고 비례도 좀 어색한 그림입니다.


뇌에 대해서 그린 그림입니다. 뇌는 생각을 해 준다고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


초기에 그린 심장 그림입니다. 4개의 심실과 판막이 있는 걸 그렸네요.


비교적 최근에 그린 그림을 보면 채색도 하고 제법 멋집니다.


주요 내장기관을 그렸네요. 그리고 이름표까지 친절하게 붙여 놓았습니다.


소화기관 위주로 그린 그림입니다. 복잡하게 꼬인 소장과 대장을 잘 표현했네요.


아이가 어릴 때 제가 담석증으로 쓸개를 떼어냈는데 그걸 기억하나 봅니다. 쓸개 그림을 그리더니 "아빠는 쓸개 없지?" 하고 물어 봅니다. 어째 말이 좀 이상합니다. ^^


이 외에도 많은 그림들이 있는데 더러는 미처 스캔을 못하고 버린 것도 있어 아쉽습니다. 설명없이 그냥 나열합니다.













인체 공부를 하고 나더니 요즘은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한테 "소장하고 대장 좀 봐주세요" 이렇게 얘기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껄껄껄 웃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부터는 병원에 있는 인체 모형을 사달라고 졸라대네요. 마눌님은 무섭다고 집에 들이기 싫어하는데...

아이가 나중에 커서 이 그림들을 보면 오그라 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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