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목공을 시작할 즈음에 만든 랩탑 테이블이 있습니다.
이 테이블은 신혼 살림으로 장만한 2인용 식탁을 리폼하여 만들었습니다. 결혼하고 20년이 넘어가니, 그 당시의 흔적이 제대로 남아있는게 없는데, 그나마 이 랩탑 테이블의 다리는 신혼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중요했습니다.
무슨 청계천 다리 복원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거창하군요. ^^
여하튼 아이 공부방을 제대로 만들면서, 이 거실에 있던 랩탑 테이블을 공부방으로 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한동안 했었는데 컴퓨터 책상으로 쓰기엔 너무 좁은 겁니다. 이 테이블 상판의 크기가 1,300mm x 400mm 인데, 딱 100mm 만 폭이 더 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이프는 큰 차이 없을거라며 냉소적이었지만, 재택근무 때문에 시간도 좀 있고, 일하기도 불편하니 바로 계획에 들어갔습니다.
도면은 간단합니다. 기존의 상판에 100mm를 넓히는 것이니 1,300mm x 100mm 판재가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짧은 에이프런도 기존 것보다 100mm 더 길어야 하고, 가운데 지지대도 더 길어야 합니다.
나무가 단촐하게 도착했습니다. 이제 작업 시작합니다.
기존 테이블의 상판을 분리하니 전체적인 구조가 보입니다. 저 짧은 에이프런 두개와 가운데 지지대를 더 긴 것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본드로 집성을 해야 하는 상판 작업을 먼저 합니다. 본드로 붙여야 하니, 스테인이 칠해져 있는 기존 상판의 옆면을 대패로 먼저 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정렬을 위해 도웰 지그로 도웰 구멍을 뚫습니다.
도웰을 꽂은 다음 가조립을 해보고, 이상이 없으면 본드를 바르고 클램핑합니다.
이렇게 말려두고, 에이프런 자업에 들어갑니다.
에이프런 2개와 가운데 지지대는 같은 폭이므로 긴 판재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에이프런의 크기에 맞게 잘라줍니다. 기존 에이프런 크기에 100mm를 더 주었습니다.
에이프런과 다리는 코너브라켓으로 연결합니다. 코너브라켓을 위해서 홈을 파주어야 하므로 그 위치를 그려줍니다.
적당한 각목에 기대어 톱질을 하면 깨끗하게 홈을 팔 수 있습니다.
이렇게 톱질한 다음, 가운데 부분은 부러뜨리고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완성된 에이프런을 가조립해 봅니다. 잘 맞으면 나사를 죄어서 조립합니다.
이제 가운데 지지대를 자른 다음, 고정하기 위해 포켓홀을 뚫어줍니다. (포켓홀이 너무 편합니다. ^^)
이렇게 포켓홀에 나사못을 죄면 간단하고 튼튼하게 테이블 구조가 완성됩니다.
작업하는 동안 상판 집성이 다 마른 것 같네요. 기존 상판에 스테인이 칠해져 있기 때문에, 새로 붙인 하얀 판재가 너무 도드라집니다. 그래서 예전에 발랐던 스테인을 찾아서 발라줍니다. 무려 7년 전에 산 스테인인데도 별 이상은 없더군요.
여기서 사용한 저 타올은 "빨아쓰는 행주타올"입니다. (광고 아니구요 ^^) 미국서는 Shop Towel 이 보편적이어서, 이걸로 스테인이나 오일을 많이 바릅니다. 하지만 한국서는 비슷한 제품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어느날 와이프가 사 놓은 이 "행주타올"을 본 순간 이거다 싶더군요. 짱짱하고 보풀이 없어서 스테인이나 오일을 바르기 딱 좋습니다.
진하게 칠해서 색을 완전히 맞출까 했지만, 관뒀습니다. 리폼한 티를 내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이 정도로 칠했습니다.
예전에는 스테인만 바르고 코팅을 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오염 문제가 좀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코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수성 폴리우레탄을 애용했지만, 이번에는 "와이프온폴리"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와이프온폴리는 코팅제(바니쉬나 폴리우레탄)를 미네랄스피릿으로 희석한 "와이핑 바니쉬" 제품입니다. 유성 바니쉬의 경우 원액은 점도가 높아서 바르기 힘듭니다. 그래서 미네랄스피릿으로 희석을 해야 하는데, 와이프온폴리는 아예 희석이 되어서 나오기 때문에 바르기가 편합니다. (그래서 가격도 쌉니다. 묽은 폴리우레탄이라..)
그런데 실제로 발라보니 생각보다 더 점도가 높네요. 굉장히 묽을 줄 알았는데... 여하튼 두껍게 바를 생각말고, 얇게 여러번 바르는게 중요합니다.
하필 이 마감을 할 때, 비가 추적추적 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죽어라고 와이프온폴리가 마르질 않네요. 하루를 말려도 여전히 끈적끈적... 다행히 그 다음날 햇빛이 나니 금방 뽀송하게 마르긴 했습니다.
수성을 바를 때는 너무 빨리 말라서 차라리 습도가 높은 날이 낫고, 유성을 바를 때는 너무 늦게 마르니 햇빛이 좋을 때 바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고삼아 와이프온폴리에 적혀있는 설명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 미네랄스피릿을 포함하고 있으니, 조심할 것. 흡입하면 몸에 안 좋으니, 반드시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작업할 것.
- 도포에 사용한 헝겊이나 종이는 불이 잘 붙기 때문에, 물이 든 금속통에 버릴 것. 또는 자연발화의 위험이 있으므로, 그늘진 곳에 펴서 말린 다음 버릴 것.
- 사용하기 전에 잘 저을 것. (흔들지 말고).
- 좋은 품질의 헝겊으로 도포할 것.
- 한번 바른 뒤에 4시간 이상 말릴 것.
- 이런 식으로 3번 칠할 것. 마지막 도포 후 12시간 지나면 사용할 수 있으나 되도록 완전히 경화되도록 24시간 후 사용할 것.
이제 테이블 확장 작업은 끝났습니다. 이제 모니터암과 컴퓨터를 매달기 위한 작업에 들어갑니다. 모니터암은 집게로 고정할 수도 있고, 구멍을 통해 고정할 수도 있습니다. 구멍을 사용하는 것이 깔끔하고 튼튼하기 때문에, 필요한 위치에 구멍을 깔끔하게 뚫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로 사용하는 NUC를 테이블 옆면에 붙이기 위해 지지대를 덧댑니다. 에이프런 만으로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래에 나무조각을 붙이는 겁니다.
고정은 역시 포켓홀을 사용했습니다. 너무 편해요.
이제 이렇게 NUC 플레이트를 고정할 수 있습니다.
NUC는 이렇게 에이프런에 깔끔하게 숨겨서 붙일 수 있구요. (Apple거 아닙니다. Intel거. 아들이 붙인거에요)
모니터암은 이렇게 깔끔하게 구멍을 통해 고정되었습니다.
이렇게 한결 넓어진 컴퓨터 책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들이 컴퓨터를 쓸 때는 이 모니터를 쓰지만, 제가 일할 때는 이 모니터를 제 노트북의 서브 모니터로 씁니다. 모니터암을 달아 놓으니 자유롭게 모니터를 조절할 수 있고, 아래 공간이 여유가 있어 좋네요.
제가 이 테이블 제작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런데 와이프가 좋아한 파트는 다르더군요. 제가 선 정리를 위해 멀티탭을 에이프런 안쪽에 고정하고 전원선을 모두 들어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청소할 때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다고 어찌나 좋아하는지...
참 사물을 보는 관점은 다양하죠.
이렇게 해서 아들 공부방 겸, 제 작업실이 완성되었습니다. 재택근무하는 동안 아들은 공부하고 저는 일하고 한 방에서 지냈는데,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주춤해지면서 재택근무는 더 이상 안하기 때문에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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