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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4일 수요일
얍실한 애쉬 테이블 설계
2014년을 마무리하는 연말에 처제로부터 급한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거실에 놓을 슬림한 테이블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략 요구사항을 받아보니 1,200mm x 500mm에 높이 750mm인 조그만 테이블입니다.
취미로 목공을 하면서 되도록이면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지금까지 테이블은 분해하여 차에 싣기 위해 "코너브라켓"을 이용하여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너브라켓을 쓰지 않고도 분해/조립이 가능하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완델씨가 이런 녹다운 테이블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고, 저도 이 블로그에 번역하여 올린 바 있습니다.
왜 이번에는 코너브라켓을 안 썼나?
그런데 완델씨의 방법은 수공구로만 작업하는 저에게는 매우 번거롭고 까다로운 장부 가공이 필요합니다. 안그래도 단단한 애쉬에 장부 파느라 땀을 비오듯 흘리니, 마나님이 한심한듯 쳐다보며, 왜 코너브라켓을 안써서 사서 고생하느냐고 묻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코너브라켓이 공정이 단순하여 좋긴 한데 몇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볼트/너트로 죄다 보니 쓰다 보면 조금씩 풀려서 다리가 흔들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몇달에 한번 정도는 다시 조여주어야 합니다.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입니다.
둘째로 코너브라켓과 다리에 박을 번데기너트 혹은 총알볼트 등의 철물값이 은근히 비싸다는 점입니다. 반면 완델씨의 방법은 자투리 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철물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셋째로 에이프런의 높이가 코너브라켓에 의해서 제한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쓰는 코너브라켓은 높이가 70mm여서 에이프런을 70mm 보다 좁게 하지 못합니다. 물론 그보다 높이가 낮은 코너브라켓도 있습니다만 써본 적이 없어서 내구성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에이프런이 높으면 팔걸이가 있는 의자인 경우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 에이프런은 최대한 낮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로 코너브라켓을 쓰면 다리와 에이프런의 높이 차이가 꽤 커서 보기에 별로 예쁘지 않다는 겁니다. 아래 왼쪽 사진은 코너브라켓을 쓴 경우인데 60각재를 다리로 쓴 경우 다리와 에이프런 간에 20mm 정도의 높이 차이가 납니다. 이 높이는 에이프런을 두꺼운걸 써야만 줄일 수 있습니다.
반면 완델씨의 방법대로 하면 이 높이 차이를 원하는대로 할 수 있습니다. 다리와 에이프런을 한 평면에 놓을 수도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5mm의 차이를 두었습니다. 미묘하지만 이런 차이가 테이블의 균형미를 향상시켜 줍니다.
이번에 만들 테이블은 작고 슬림한 테이블이라 에이프런을 70mm가 아니라 60mm로 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리도 60각재를 쓰지 않고 더 얇은 각재를 쓸 것이기 때문입니다. 얇은 다리에 두꺼운 에이프런은 잘 어울리지 않고 둔탁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테이블의 이름을 "얍실한 애쉬 테이블"이라고 붙인 겁니다. 다리도 에이프런도 최대한 얍실하게 슬림하게 만들 계획입니다.
치수를 정하려면 판재의 규격을 알아야 한다
어떤 목재로 만들것인지가 테이블의 설계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레드파인류의 집성목으로 만들면 가격도 저렴하고 작업도 편하지만, 찍힐 가능성이 많은 테이블의 상판에 무른 파인류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적어도 테이블 상판은 돈을 좀 더 들여서라도 하드우드로 가는게 좋습니다.
그런데 하드우드는 취목의 입장에서 구하기도 작업하기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러시아산 애쉬 집성목이 많이 쓰이는데, 이 집성목은 사이드 핑거조인트 집성이라 보기에 산만합니다. 하드우드로 솔리드 집성해서 나오는 건 대부분 국내에서 제재목을 대패쳐서 직접 집성하는 것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려면 직접 집성을 해야 됩니다. 직접 집성하면 큰 원장을 사지 않아도 되어 나무의 낭비도 줄일 수 있고 좁고 긴 판재는 승용차에 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취목이 집에서 직접 집성을 하려면 직각/직선이 잘 가공된 판재를 구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없어서 취목이 하드우드로 가구 만들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그런데 몇달 전에 "이솔우드"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다양한 하드우드 제재목을 규격을 정해 대패 가공하여 판매하더군요. 이 사이트를 알고서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릅니다. 이제 아파트 베란다 취목들도 직접 하드우드를 집성하여 가구를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마침 처제가 테이블을 주문하길래 이솔우드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솔우드에서 파는 하드우드 중에서 가장 저렴한 나무는 북미산 화이트애쉬입니다. 10%정도 돈을 더 쓰면 레드오크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미 화이트애쉬 만으로도 예상했던 예산을 훌쩍 뛰어넘기에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솔우드에서 가공 판매하는 규격 중에서 아래 세 판재 규격을 사용하여 만들기로 했습니다.
상판은 120mm 폭 20t 두께의 판재를 1,200mm 길이로 4개 주문하여 집성하기로 하고, 에이프런은 60mm 폭 판재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리가 좀 애매했는데, 이솔우드에서 파는 애쉬 각재는 너무 두꺼워서 40mm폭에 26t 두께의 각재 두개를 면대면(face to face) 집성하여 40x52 크기의 각재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사용할 판재의 규격이 정해지면 설계하기가 아주 편합니다.
물론 전문 목수들은 설계를 먼저하고 그에 맞추어 판재의 두께나 폭을 가공하면 되지만, 취목들은 수압/자동대패와 테이블쏘가 없으므로 이렇게 폭과 두께가 규격화되어 나오는 판재를 먼저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원래 설계안
전체적인 얍실 테이블의 치수는 아래 도면과 같습니다. 상판과 다리는 집성하기 전 판재를 기준으로 그렸습니다. 실제로는 하나로 연결된 것 처럼 매끈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그려놓고 상하좌우 돌려보면서 비례가 잘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리의 가로 세로가 치수가 약간 다른데... 두꺼운 쪽을 앞을 보게 할 것인가 옆을 보게 할 것인가를 좀 고민했습니다. 결국 두꺼운 쪽을 옆으로 돌리고 앞쪽은 다리의 가는 부분이 보이게 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테이블이 아주 날렵한 느낌입니다. 마음에 듭니다.
다리와 에이프런을 어떻게 연결하는지가 관건인데, 완델씨의 녹다운 방식을 쓰기로 했습니다. 짧은 에이프런은 다리에 장부로 단단히 결합하고, 긴 에이프런은 다리에 도웰로 꽂히는데 보강을 위해서 안쪽에 짧은 보강목을 단단하게 고정한 뒤, 이 보강목에서 긴 에이프런으로 나사못 연결을 하는 방식입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짧은 에이프런은 아래 위로 두개의 숫장부를 만듭니다. 왜냐하면 보강목의 가운데 숫장부가 다리를 관통하여 짧은 에이프런의 숫장부 사이로 끼워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쪽을 돌려보면 다리에 두개의 암장부가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부의 깊이가 집성하는 판재 하나의 두께 만큼입니다. 즉 26mm 입니다. 이것은 어떤 얍실한 의도가 있습니다.
보통은 다리 집성을 먼저 하고 암장부를 파는 것이 순리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망치로 끌을 때리지 못하기 때문에 암장부를 좀 더 쉽게 파기 위해, 다리의 한쪽 판재에 먼저 암장부 가공을 한 뒤에 집성을 하기로 했습니다.
밀끌로 암장부를 팔 때는 막힌 장부 보다는 관통 장부가 더 수월합니다. 관통 장부는 앞 뒤에서 절반씩 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암장부 구멍은 라우터없이 끌로만 작업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짧은 에이프런과 두개의 다리, 그리고 짧은 보강목은 장부 결합과 본드로 단단히 결합됩니다. 하지만 긴 에이프런은 마구리면에 있는 도웰이 다리의 구멍에 꽂히는 방식입니다. 이 결합에는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초록색 보강목의 안쪽에서 나사못을 몇개 박아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분해/조립이 가능해서 승용차에 테이블을 실을 수 있습니다.
긴 에이프런을 잇는 가운데 보강목은 튼튼한 구조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은 바깥에서 보이지 않게 도웰링 결합을 하는데, 이번에는 숨은 주먹장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래 도면과 같이 보강목에 핀을 가공하고, 에이프런에 테일을 가공하여 끼웁니다. 끼운 뒤에 핀에서 에이프런 쪽으로 나사못을 박아주면 단단히 고정될 겁니다.
수정된 설계안
그런데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 중간에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단단한 애쉬에 밀끌로 암장부 구멍을 파는게 너무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입니다. 어찌어찌해서 짧은 에이프런과 다리 네개에 쌍 장부구멍을 다 내긴 했습니다만 보강목을 위한 4개의 장부 구멍을 뚫는게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고민을 좀 하다가 완델씨 제안처럼 보강목이 그렇게 길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마구리면이 아니라 면대면으로 붙이면 본드와 목심(혹은 나사못)으로도 충분한 강도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리를 만드는데 사용했던 40mm x 26mm 각재를 60mm 길이로 잘라서 보강목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보강목은 도웰링과 본드로 단단하게 안쪽 각재에 결합합니다. 마구리면은 본드가 많이 흡수되어 접착력이 약하지만 면대면 집성은 매우 튼튼하게 접착됩니다. 그리고 제 경우는 긴 나사못이 마침 없어서 도웰링을 했지만, 본드와 나사못으로 결합하는게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변경된 보강목으로 결합된 모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원래 설계안과 비슷하지만 보강목과 다리의 접촉면이 더 넓기 때문에 외려 더 튼튼할 것 같습니다.
컷리스트와 자재 산출
설계가 끝났으면 나무를 얼마나 주문해야 하는지 자재 산출을 해야 합니다. 스케치업 플러그인 중에서는 이 작업을 자동으로 해주는 것도 있다고 하는데, 이정도 테이블이야 단순하니 그냥 도면 한쪽에 따로 그립니다.
이솔우드의 규격화된 판재는 1,200mm 길이나 2,400mm 길이로 판매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자재를 산출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단촐합니다.
자 이제 나무 사러갈 차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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