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5월 8일 금요일

봄방학 여행#1 - 시화 조력발전소

노동절부터 어린이날까지 아들 학교에서 단기 봄방학을 시행했습니다.  아들의 첫 방학을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한달 전부터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그 결과로 [시화호-아산-공주-전주]를 잇는 2박3일의 여행코스를 잡았습니다.  아들이 차멀미를 해서 장거리 여행은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한두시간씩 차로 이동하면서 환경과 역사 그리고 볼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짜 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코스로 시화호와 조력발전소에 들렀던 얘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자칫 아이에게 재미없는 곳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매우 즐겁고 유익한 곳이었습니다.

시화호로 가다

시화호는 원래 호수는 아니었습니다.  1987년에 착공하여 1994년에 완공된 오이도와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 덕분에 호수가 되었죠.   이 시화방조제 중간에 T라이트 휴게소와 조력발전소가 있습니다.  목적지가 바로 이 곳입니다.


집에서 한시간 남짓 달리니 시화방조제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을 안먹고 출발해서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로 건너가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알아보고 간 것은 아니고 그냥 바다가 보이는 곳에 들렀습니다.  투박하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시 방조제를 타고 T라이트 휴게소로 향합니다.  시화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악취가 나는 죽은 호수에서 어엿한 관광지로 변모한 시화호를 보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휴게소에는 이렇게 수석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쪽 끝이 트여져 있어 밀물때는 상당한 높이로 차 오를 것 같더군요.


어디가 호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찬찬히 들여다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시화호의 규모는 엄청납니다.  육지쪽에서부터 조금씩 간척을 해 들어오고 있어, 시화호의 규모가 약간 줄어들긴 했습니다.  지금은 송산그린시티 개발을 하고 있지요.


달 전망대 

조력발전소 쪽으로 바라보면 저렇게 높이 솟은 전망대가 보입니다.  이름은 "달 전망대"입니다.  이 전망대 쪽으로 걸어갑니다.


그 아래 나즈막한 건물은 조력 문화관으로 조력발전소의 원리 등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가까이 가니 전망대로 오르는 줄이 제법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망대를 먼저 오르기로 했습니다.   엘리베이터 2대로 운행되기 때문에 줄은 금방 줄더군요.


전망대는 25층 / 75미터 높이로 전망이 시원합니다.  하늘이 맑았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화 방조제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이렇게 시화 조력발전소의 모습이 보입니다.


전망대를 따라 돌다 보면 이렇게 바닥이 유리로 된 곳이 나옵니다.  다른 전망대에서도 이런 유리 바닥이 있습니다만,  대부분 1미터 남짓한 동그라미 모양으로 조그맣게 설치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아예 유리 바닥으로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보기만해도 아찔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은 올라갈 엄두도 못내고, 아이들도 그냥 기어다닙니다.


울 아들도 용기내어 올라가 보았습니다만 가장자리만 조금 밟고 다시 내려섭니다.  하긴 저도 못 올라갔습니다.  유리 깨질까봐요. ^^


에너지 놀이방

전망대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 건너편에 있는 조력 문화관으로 들어 섰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발전기의 원리를 배우는 체험코스가 있더군요.  그래서 잽싸게 신청하고 여유 시간이 있어 2층에 있는 에너지 놀이방으로 향했습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터 같은 곳인데,  에너지를 테마로 하고 있는 곳입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인간이 어떤 에너지를 이용해 왔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도표입니다.


원시 인류가 최초로 이용한 에너지는 불이었죠.  한 켠에는 이렇게 불을 피우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진짜는 아니고 그냥 화면에 보여줍니다.  이렇게 처음에는 연기만 솔솔 나지만...


열심히 돌리다 보면 이렇게 활활 불 타오릅니다.  단순한 장치인데 아이가 좋아하네요.


가축 에너지도 옛날엔 매우 중요했지요.  아이가 잡고 돌아보니 대략 0.1마력이 나옵니다.


여기가 가장 재미 있었던 곳입니다.  화면 위에서 물이 쏟아지는데 손으로 그릇 모양을 그리면 이렇게 물이 차 오릅니다.  그리고 넘치기도 해서 아래쪽에 물을 받는 그릇을 또 그릴 수 있습니다.   아들이 재밌는지 한참을 여기서 놉니다.


이제는 청정 에너지의 시대지요.  이 조력발전소와 조력문화관은 K-water 즉 수자원공사가 운용하는 곳입니다.  태양열, 조력, 풍력, 지열 등은 지속가능성이 있고 환경 오염이 없는 청정 에너지이지요.  아이들의 미래는 이들 에너지가 주종을 이룰 겁니다.


수력 발전기 모형 만들기 체험

체험 시간이 되어서 다시 1층 강당으로 갔습니다.  전망대의 많은 인파에 비해 체험하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젊은 여자 선생님이 아주 재밌게 이곳 조력 발전소의 의미와 원리에 대해서 알려주어 좋았습니다.


짧은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모형 제작 시간이 왔습니다.  설명서와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차근차근 조립합니다.  미리 설명서만 보고 조립한 팀들은 낭패를 보더군요.  아주 진지한 아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합니다.


모형 키트는 단순한 구조입니다.  영구자석과 회전하는 코일이 달린 발전기 모듈이 기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회전력에 의해 생성된 전기가 LED로 전달되어 빛이 들어오는 겁니다.  발전기의 원리상 교류가 생성될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그런지 LED도 자세히 보면 깜빡깜빡 거립니다.


LED까지 제자리를 잡은 모습입니다.  제가 힘을 쎄게 주어서 부러진 부속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완성되었습니다.  이 수차에 강한 수돗물을 쏘아주면 지속적으로 불이 들어온다고 설명하네요.


짧은 체험 시간이었지만 발전소에 온 기념품도 챙기고,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조력 문화관 

체험이 끝나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가 조력 문화관의 남은 곳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천체 모형이 떡하니 나옵니다.  작년 사천에 있는 우주 박물관에 갔을때 행성 모형을 끌어안고 좋아했던 모습이 떠 오릅니다.


지구를 떠 받치는 형벌을 받은 아틀라스(Atlas) 흉내를 내는 아들입니다.  고통이 느껴지나요? ^^


왜 밀물과 썰물이 생기는지 달의 움직임과 바다 수위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는 전시물입니다.  아들이 책에서 봤는지 제법 아는 체를 합니다.


조력 발전소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화면입니다.  현재는 발전하고 있지 않네요.  바다쪽이 호수보다 1.8미터 정도 더 높은데 조금만 더 밀물이 되면 발전을 시작할 겁니다.


시화 조력 발전소의 동작 원리를 쉽게 보여주는 대형 전시물입니다.  이 모형도 굉장히 큰데, 실제 발전기는 이것보다 몇배 더 크다고 하네요.  호수보다 바다쪽의 수위가 2미터 높으면 일시에 수문을 열어 바닷물이 급속히 호수로 들어오게 한답니다.  이때 반짝 발전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밀물이 되는 때 즉 하루에 두번만 발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 파워가 25만 kW에 이릅니다.  이 정도면 원자력 발전소의 1/4 정도되는 규모입니다.  물론 하루에 여섯시간 밖에 발전하지 못하지만 별도의 원료가 필요없는 청정 에너지라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규모입니다.  현재 시화 조력발전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 발전소랍니다.



조력 발전소의 모양을 위에서 본 절개도입니다.  발전기와 수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발전기 프로펠러 쪽으로 좁아져 큰 에너지를 집중시키려는 설계 의도가 보입니다.


요즘 노는 땅에 태양광 발전소를 많이들 짓는데,  아무래도 땅값이 비싸고, 땅의 가치에 비해 발전되는 양이 적어 비효율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태양광 발전소를 바다 위에 띄우면 매우 효율적일 겁니다.   바다에 김양식장 말고도 태양광 발전소들이 있는 풍경을 보게될 지도 모르겠네요. 


파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모형입니다.  제대로 동작되지는 않더군요.


끊임없이 생기는 파도를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겁니다.  파도의 움직임으로 공기를 당겼다 밀면서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으로 전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각 개별 에너지원은 작을지 모르지만,  신재생 에너지의 컨셉은 "티끌모아 태산"입니다.  지속가능성만 있다면 작은 에너지라도 만들어 모으는게 낫습니다.


한켠에는 시화호에 대한 역사를 보여주는 영상물이 있습니다.  그런데 화면이 잘 보이지 않고 내용도 빈약하더군요.  갯벌의 가치를 모를 때, 갯벌을 메워 논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 얼마나 미련한 짓이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방조제를 세워 물은 가두어 놓았는데, 주변 공단에서 오염물질을 내보내니 시화호의 수질은 최악이 되었습니다. 하는 수 없니 바닷물을 순환시키고 오염물질의 유입을 막으니 자연스럽게 철새들의 낙원으로 변했습니다.  놀라운 자연의 치유력입니다.

그렇다면 방조제를 허물어 버리고 갯벌을 다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기왕 만들어진 방조제를 활용하여 조력 발전소를 만든 것은 정말 좋은 정책인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는 석탄과 석유 그리고 원자력을 무한정으로 써 왔지만, 이제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는 그러지 못할 겁니다.  쉽게 얻을 수 있지만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고,  지속가능하고 환경을 나쁘게 만들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은 인류와 지구의 미래와 직결되는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좋은 구경과 체험 그리고 공부를 하게 되어 참 만족스러운 첫 코스였습니다.  아들도 마나님도 흡족해 합니다.  출발이 좋습니다.

이제 다음 코스인 아산으로 향합니다.

댓글 5개:

  1. 올리시는 글을 보니 제가 십수년전 아이들(아들 둘입니다)과 여기저기 여행 다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정말 좋은 시간 잘 보내고 있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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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 아들이 아직 어려서 우리랑 같이 다니지 싶어요. ㅎㅎ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니 더 많은 추억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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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들이랑 여행 계획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딱!!이네요. ㅎ

    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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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희는 시화 조력발전소만 들렀지만, 근처에 썰물이면 길 열리는 누에섬과 제부도, 염전 체험, 공룡알 화석 박물관 등도 있어요. 그래도 메르스 좀 잠잠해지면 가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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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 "정부가 메르스 잘 대응하면"으로 가정하면 못갈거 같아서, "세월이 지나고, 메르스가 자연스레 수습되면" 갈려구요.

      요즘 세금을 왜 내야하는지에 대해 자꾸 의문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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