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12월 22일 월요일

오래된 의자 멀바우로 리폼하기

저희 부부가 결혼을 한지도 벌써 17년이 지났네요.  정말 어떻게 그 긴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을 할 때 신혼 가구를 리바트에서 세트로 쫙 구입 했었습니다. 당시 가격으로도 꽤나 비싼 돈을 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전세살이 10년 동안 계속 이사를 다니다 보니 장롱은 부서져서 버려야 했고,  서랍장도 낡기도 하고 생뚱맞은 스타일이라 이사하면서 버렸습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올 때 신혼 가구가 남아서 온 건 2인용 식탁과 그에 딸린 의자 두개 뿐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식탁은 랩탑 테이블로 리모델링해서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니 제 모양대로 남은 건 이제 의자 두개 뿐입니다.  이 의자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것인데 너도밤나무(Beech)로 만들어진 거라 아주 튼튼합니다.  17년을 계속해서 썼지만 삐걱대는거 하나 없이 아직도 짱짱합니다.

마나님은 이것도 이사하면서 버리자고 했지만, 제가 싫다고 했습니다.  우리 결혼을 증거할 수 있는 기념품으로서 이 의자는 우리 평생 가지고 다니자고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무사히 이사한 집으로 올 수 있었죠.  바로 이 의자입니다.  우아한 곡선이 아름답죠.



이 의자는 사실 마나님이 일전에 리폼한 적이 있습니다.  의자 좌판이 푸른색 천으로 되어 있었는데 음식물 떨어진 자국이 너무 지저분해서 청바지 천을 위에 덧 씌운 것이죠.  그런데 1년 정도 앉으니 이렇게 천이 헤어져 보기 싫게 되었네요.

그래서 마나님이 집에 남아 있는 나무로 좌판을 바꿔 달라고 합니다.  이 의자의 좌판은 MDF로 되어 있어 천을 벗겨낸다 하더라도 쓸 수는 없습니다.  아예 나무로 갈아야 합니다.


의자의 구조를 살펴 봅니다.  의자의 하부 프레임에는 긴 홈이 파여져 있고, 보강목이 그 홈에 끼워지는 접착제로 붙여져 있습니다.  그 보강목에서 좌판으로 긴 나사못을 박아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나사못만 풀면 좌판이 쉽게 분리 됩니다. 


좌판을 분리한 모습입니다. 두개의 홈이 보이시죠?


집에 있는 자투리 나무를 찾아보니 멀바우(Merbau)가 좁은 폭으로 긴게 있네요.  멀바우의 색이 이 의자의 프레임 색과 잘 어울릴 것 같아 멀바우로 하기로 합니다.  마침 이 멀바우 판재의 폭이 좌판 폭의 딱 절반입니다.  그래서 반씩 나누어 재단하여 붙이면 어렵지 않게 대체할 좌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좌판은 직사각형 모양이 아니고, 천으로 싸여져 있어 정확한 크기 측정이 힘듭니다.  그래서 기존 좌판을 멀바우 판재 위에 클램핑해 두고 잘라낼 경계를 표시합니다.


전에 만들어 둔 톱가이드를 이용하여 일단 톱길을 똑바르게 내줍니다.


이어서 등대기톱으로 마저 잘라줍니다.  멀바우가 단단한 나무이긴 하지만 등대기톱으로는 무난하게 자를 수 있습니다.


좌판 양 모서리는 라운딩 처리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연필로 자를 부분을 그린 다음 등대기톱으로 그 원과 접선이 되도록 3번 잘라 줍니다.


나머지는 거친 80방 사포로 쓱싹 쓱싹 문질러주면 어렵지 않게 라운딩 처리할 수 있습니다.  라우터가 없으면 힘든 작업이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이 많던데,  이 정도는 수공구로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좌판의 앞부분이 완성 되었으면 앞서 사선으로 자른 부분을 활용하기 위해 판재를 뒤집어 선을 맞춘 다음 자를 부분을 마킹합니다.  이렇게 하면 톱질 한번을 줄일 수 있습니다.  뒷면이 깨끗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원래 좌판과 멀바우로 잘라 만든 새 좌판을 놓아 보았습니다.  거의 똑같죠?  이 두 판재를 옆면 대 옆면(edge-to-edge)로 집성할까 생각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손톱으로 자르다 보니 자른 면이 거칩니다.  블럭대패로 마구리면을 다듬어 줍니다.   마구리면을 다듬을 때는 저각 블럭대패가 좋습니다만 요 당시에는 없었습니다.  멀바우는 치밀한 조직을 가진 나무라 마구리면을 대패질 하면 유리같은 표면이 나옵니다.


다듬기가 완료되어 의자 위에 올려 보았습니다.  색깔이 잘 어울립니다.


이제 프레임 아래쪽에서 나사못을 죄어야 합니다.  나사못 자리를 멀바우 좌판에 찍은 다음 예비구멍을 뚫어 주었는데 나사못이 잘 박히지 않습니다.  나사못 직경을 재보니 몸통이 4mm네요.  그런데 저는 보통 하듯이 3mm 예비구멍을 냈으니 잘 들어가지 않는 겁니다.

소프트우드의 경우 신축성이 있어 괜찮습니다만 멀바우 같은 하드우드의 경우 억지로 죄다 보면 나사못 머리가 뭉개지거나 뿌러질 수도 있고,  더 최악은 나무가 갈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드우드의 경우 몸통 크기와 같은 직경의 드릴 비트로 예비구멍을 내야 합니다.  창고에서 4mm 드릴 비트를 찾아 구멍을 넓혀 준 뒤에 죄니 잘 죄어 집니다.

그런데 두개의 판재로 되어 있는데 각 판재의 아래 혹은 위 두 곳만 나사못으로 죈 격이라 좌판이 덜렁 덜렁 움직입니다.  이 두 판재를 연결해야 했습니다.  저는 평철이 있는 줄 알고 집성을 안한 건데 평철 남은게 없더군요.  고민하고 있는 저에게 마나님이 8자 철물로 하면 되겠네... 라고 말해줘서 해결 되었습니다.  8자 철물을 평철처럼 사용해서 두 판재를 아래에서 잡아 주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흔들거리지 않더군요.   이렇게 백골이 완성 되었습니다.


마감은 바라탄 수성 폴리우레탄 저광 (satin)으로 3회 발랐습니다.  조립하기 전에 발랐으면 더 편할 뻔 했습니다.  등판 기둥에 폴리우레탄이 자꾸 묻어서 번거로웠습니다.


마감까지 완성된 모습입니다.  이 의자는 너도밤나무 프레임이라 무거운 편이었는데, 멀바우 좌판까지 올라가면 더 무거워 졌습니다.  의자가 무거우니 안정성은 좋네요.  그리고 마감까지 끝나니 색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의자 하나가 더 있는데 아직은 멀쩡해서 리폼은 좀 더 있다가 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참죽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의 탄생을 증명하는 17년된 의자가 이렇게 새로 태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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